싱하이밍 中대사 “입국제한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도 많아”
우한폐렴 초기 국내서 후베이發 입국 제한 우회 비판해...사태 역전되자 “이해해달라”
中웨이하이, 한국발 승객 전원 강제격리...불과 2주 전 인천시에 마스크 지원받아
국내 우한폐렴 사태 악화에 한국인 격리 조치 中 전역 확산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연합뉴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연합뉴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26일 코로나19(우한 폐렴)의 역유입 방지를 위해 중국 일부 지역에서 한국인 입국자를 강제 격리한 데 대해 “한국 국민만을 상대로 한 게 아니다”라며 “이해해달라”고 짧게 해명했다. 그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염병이 국제여행 등을 방해할 이유가 없다는 세계보건기구(WHO) 근거에 따라야 할 것”이라며 한국의 후베이(湖北)성 방문 외국인 입국제한 방침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국내 우한 폐렴 사태가 악화되자 중국 전역에선 한국발 승객을 강제 격리하는 조치가 확산되는 중이다.

싱 대사는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면서 “중국 정부는 한국 국민에 대해 제한 조치를 안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일부 지방정부에서 하는 조치는 한국 국민들에 상대해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격리된 이들 중에는) 중국 국민도 많다. 양해하고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지방정부가 격리 방침을 철회할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는 “상황을 상의해서 잘 타당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는 세계 공동의 적이다. 바이러스 소멸을 위해 각국 간 협력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한국과 계속 협력해서 바이러스를 없애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외교부는 최근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 등에서 한국발 입국자를 일방적으로 격리하는 일이 연달아 발생하자 싱 대사를 불렀다. 우한 폐렴의 전국적 확산 이후에야 중국 대사에게 처음으로 항의한 것이다. 현재 중국에선 산둥성에 이어 북경(北京), 요령(遼寧)성, 길림(吉林)성 등에서도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격리 방침을 공식화했다.

싱 대사는 외교부에서 카운터파트인 김건 차관보와 만났다. 김 차관보는 싱 대사에게 중국의 각 지방정부에서 한국인 격리 움직임이 나오는 배경에 대해 질의하고 이런 방침이 과도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 대사는 30여분 뒤 청사에서 나와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잘 협력하자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며 “(지방정부 격리 조치 관련) 한국 측 희망을 충분히 이해했다. 잘 전달해 해당 문제가 잘 풀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앞서 25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는 공항에서 한국인 19명이 포함된 인천발 제주항공 승객 총 163명을 모조리 강제 격리시켰다. 지난 12일 인천시로부터 마스크 2만 개를 지원받아 감사를 표한 웨이하이가 10여 일 만에 답례는 고사하고 한국인을 겨냥, 이 같은 조치를 취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와중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같은 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핵군축ㆍ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뒤 “각국이 자체 평가에 따른 조치에 대해 우리가 간섭할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가 국내에서 취하는 노력을 감안한 조치가 이뤄져야지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무조건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절대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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