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태" "젊은층 극우화"에 '민주당만 빼고' 칼럼 고발 주도하고도 버텼던 홍익표, 돌연 사표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서도 "정부 내에서 한달 전부터 봉쇄란 말 썼다, 당연한 용어" 강변
공감대 토대로 확언 정황...브리핑 때도 '봉쇄 의미' 질문에 "이동 등에 일정 정도 행정력 활용" 부연설명
野 "귀태 운운, 민주주의 파괴자, 봉쇄 운운 국민 우롱한다" 사퇴 촉구한 뒤 與공보국 문자로 사의표명
文대통령 사과 여전히 없어...전날 "오해 소지 있어, 지역봉쇄 아니다" 발언 반복했을 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전날(25일) 중국발 '우한 코로나' 대응 협의회 직후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은 통상의 차단조치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공식 브리핑해 파장을 일으켜놓고, 대통령 직접 사과도 없이 여당 수석대변인 경질로 사태를 무마하려는 모양새다.

당정청 직후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서 브리핑을 맡았던 홍익표 의원(서울 중구성동구갑·재선)은 26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단어 하나도 세심하게 살펴야함에도 대구·경북의 주민들께 상처를 드리고 국민의 불안감도 덜어드리지 못했다"며 "이에 사과드리며 책임을 지고 수석대변인에서 물러난다.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사진=지난 2013년 7월 KBS 보도화면 캡처
사진=지난 2013년 7월 KBS 보도화면 캡처

앞서 홍익표 의원은 전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정청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현 단계에서 바이러스 전파를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대구·경북·청도 지역을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 봉쇄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여당의 입'이 이처럼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봉쇄조치'를 공개 언급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 극렬지지자들이 주를 이루는 일부 네티즌들이 '중국인 입국금지 대신' 포털사이트 검색어 조작 시도 등으로 부각시키려던 '대구 봉쇄' 키워드와 같은 궤여서 정략적인 탄압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지역 민심에선 "대구 사람이 질병을 유발한 것도 아니고 일부러 퍼뜨린 것도 아닌데 그렇게 낙인을 찍어도 되는 것이냐", "중국 봉쇄는 안 하면서 대구·경북을 봉쇄한다고 하니 정말 열 받는다", "중국은 멀리 있는 아군이고 대구는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구를 코로나 발원지 취급을 한다" 등의 원성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당일 오후로 예정된 대구 일정을 소화하면서 당정청 협의회로 인해 불거진 논란에 "오해"라며 "지역적인 봉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으나, '사과'는 아니었다.

이튿날이 돼서야 민주당에서 홍 의원이 수석대변인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일종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홍 의원이 전날 브리핑에서 '최대한의 봉쇄정책'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에게 "이동 등 부분에 대해 일정 정도 행정력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자연스레 답했을 만큼, 당정청 협의회 참여 주체들간 이동 통제 등 물리적 봉쇄조치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을 것이며, 수석대변인 개인의 실언(失言)이라고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의원은 사의 표명을 앞둔 이날 오전 CBS라디오 인터뷰에선 "혼란·불안감을 드린 것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정부가 사실 '봉쇄' 표현을 이미 한 달 전부터 썼다"며 "방역 전문가 그룹이나 정부 당국 차원에선 당연한 표현"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이 점에서 당정청이 여당 수석대변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꼬리 자르기'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온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도 이날 오전 이창수 대변인 논평에서 홍 의원의 수석대변인직 사퇴를 촉구하면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언도 아닌, 분명 '확언'이었다. 어제 열렸던 고위 당정 협의회 이후 홍 수석대변인은 브리핑 이후 봉쇄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동 등의 부분에 일정 정도 행정력'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고 지적했다.

이창수 대변인은 "정부여당의 머릿속에 무엇이 있으면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여당의 수석대변인의 입이 얼마나 가벼우면 감히 이런 말을 꺼낼 수 있는 것인가"라며 "이후 대응도 국민을 우롱하기는 매한가지였다. 2시간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수습 브리핑' 카드를 꺼낸 홍 수석대변인은 '오해될 수 있는 언론 보도는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언론 탓을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만 빼고' 란 칼럼을 쓴 임미리 교수를 고발했다가 취하하는 과정에서 보였던 그 옹졸하고 오만했던 태도 그대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례가 없는 집권여당의 언론사 칼럼 고발을, 심지어 같은 좌파진영의 언론사와 칼럼을 쓴 학자에 대해 주도한 게 홍 의원이었다는 의혹을 재차 꺼내 든 것이다.

이 대변인은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귀신이 잉태한 아이라고 빗댐). 2013년 7월, 당시 원내대변인이던 홍 수석대변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해 한 말이다"라고 홍 의원의 야당 원내대변인 시절 박근혜 대통령과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폄하한 망언도 재조명했다. 그는 "7년이 지난 지금, 그 대변인은 임미리 교수 고발 건을 주도하면서 민주주의 파괴자로 이름을 올렸고, 우리 대구경북에 대해 '봉쇄'운운하며 국민을 우롱했다"고 힐난했다.

홍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 시절인 2013년 7월11일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을 귀태로 지칭한 논평의 망언 논란으로 이틀 만(13일)에 사퇴했다가, 지난 2018년 8월부터 '집권여당의 입'으로 재등판해 그중에서도 수석을 맡고 있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양대 시절부터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홍 의원은 지난해 2월에는 한 토론회에서 청년층 중에서도 20대 남성 유권자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현상에 대해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거의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 교육으로 그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준 것"며 "평화와 인권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젊은 층의 '극우세력화'를 막을 수 없다"고 말해 유권자 능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북한 정권이 일으킨 2002년 제2차 연평해전과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우리 군과 영토에 대한 공격, 대남 위협용 핵개발 목적의 6차 핵실험까지 10대 시절 몸소 겪은 20대 내에서 자연스레 북한과 맹목적 친북(親北)진영에 반감이 높아졌을 뿐인데도, 현실과 거리가 먼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反공산주의) 교육"을 운운하고 해당 연령층이 현 여권 입맛대로의 '사상교육'이 되지 않아서라고 훈계한 격이었기 때문이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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