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봉쇄 아니다" 여당·대통령 해명도 역부족...대구시장·경북지사 "잘못된 의미라면, 있을 수 없는 일" 에둘러 경고
TK 시민들 "감염병 수칙 지키며 사는데 정부는 매도하지말라" "격앙된 지역민심 알고서나 저러냐"
지역구 의원들도 "중국은 멀리 있는 아군, 대구는 가까운 적이냐...코로나 발원지 취급하고 뒷북조치"
네티즌들 "바이러스 종주국에 입도 뻥긋 못하면서...청와대 내 사망자가 나와야 중국인 입국금지 하려나?"

문재인 대통령이 2월25일 오후 대구 남구청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취약계층 복지전달체계 현황을 보고 받은 후 복지담당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월25일 오후 대구 남구청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취약계층 복지전달체계 현황을 보고 받은 후 복지담당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25일 중국발 우한폐렴(코로나19) 국내 확산 대책을 협의한 뒤 대구·경북에 대한 '최대한의 봉쇄정책 시행'이라는 표현을 쓴 뒤로 대구·경북 지역 민심이 격앙되고 있다.

앞서 당정청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진행한 협의회 직후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대구·경북은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정책을 시행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로 했다"고 공언한 바 있다.

보수정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을 두고 우한 코로나의 발원지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대구 코로나'라는 용어가 정부 문건에 등장한 데 이어 '대구 봉쇄'까지 거론되자, 실제로 지역 봉쇄조치를 시행하려 한다는 우려가 고조됐다.

이에 따라 홍익표 수석대변인 본인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중국 우한시 봉쇄 같은 의미는 전혀 아니다"고 수습에 나섰고, 민주당 역시 별도로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한다는 의미는 방역망을 촘촘히 해 코로나19 확산 및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의미하며, 지역 출입 자체를 봉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관계자가 추가로 직접 브리핑에 나서 "봉쇄의 개념이 일반적인 이해처럼 지역을 봉쇄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까지 이날 오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지역봉쇄 발언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고 오후 중 대구 방문 일정에서도 "오해"라는 해명을 반복했다. 그런데도 대구·경북 주민 사이에선 봉쇄란 단어를 쓴 것이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봉쇄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 의미가 경우에 따라서는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며 "의학적 의미로서 봉쇄라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겠지만 잘못된 의미로 사용됐을 경우엔 입장을 밝히겠다"고 에둘러 불쾌감을 표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봉쇄의 진의를 몰라 답을 할 수 없으나, (대구경북 봉쇄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중국 우한 같은 폐쇄를 한다는 것인지, 지금 (시·도민)에게 요청한 이동 제한과 자가격리 등을 조금 강하게 이야기 한 것인지 충분히 파악해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게(봉쇄)까지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구에 사는 40대 남성 박모씨는 "봉쇄를 한다니 뭘 어떻게 한다는 것이냐"며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구 사람이 질병을 유발한 것도 아니고 일부러 퍼뜨린 것도 아닌데 그렇게 낙인을 찍어도 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30대 주부 이모씨는 "아이와 함께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생활을 일주일 가까이하며 하루하루 현실 같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며 "감염병 생활 수칙을 지켜가며 묵묵히 사는 시민들을 정치권은 매도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 포항의 40대 시민 김모씨는 "사람들이 불안해하면 안심을 시켜야지 중국 봉쇄는 안 하면서 대구·경북을 봉쇄한다고 하니 정말 열 받는다"고 지적했다. 한 50대 시민은 "봉쇄란 단어를 대단히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 같다"며 "격앙된 지역 민심을 알고서나 저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지역 국회의원인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대구 중구·동구)은 한 매체와 통화에서 "중국은 멀리 있는 아군이고 대구는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구를 코로나 발원지 취급을 한다"며 "이미 대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동도 줄이고 스스로 점포 문도 닫는 상황인데 뒷북 조치(를 했다)"라고 문재인 정권을 힐난했다.

같은 당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도 "의사협회에서도 대구 봉쇄가 아닌 중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는데 (정부가) 그(중국인 입국금지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 하고 있다"며 "코로나 자체를 (대구경북에 대한 인식 악화 등) 정치적인 목적으로 쓰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 탄핵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을 공유하거나 문 대통령을 향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만든다고 열일(열심히 일)하시니 눈물이 난다", "세월호 선장보다 더 한 사람이었네", "바이러스 종주국한테는 말 한마디 입 뻥긋도 못하고 자국민 탓을 하는 게 칭찬받을 일인가?", "대구만 감염자 속출하고 있는 걸로 보이지? 지금 검사키트 부족해서 검사 많이 밀려서 타 지역은 검사받기도 힘들다. 전국에 퍼져있는 중국인들이 이미 바이러스 다 퍼뜨렸다", "청와대 내에 사망자가 나와야 중국인 입국금지 할듯 하다"고 성토하는 모습이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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