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제네바 유엔사무소서 "코로나 발생국 출신자 혐오-증오, 출입국 통제와 본국송환에 깊이 우려"
韓 이전에 中 입국금지한 국가들에 "과학적 증거 기반하라" 다그쳐...정작 방역문제 두고 "우리는 인간중심 접근" 레토릭
文정부 우한코로나 대응 소개하며 "'특정 종교' 중심으로 확진자 폭증" 여권발 '신천지 탓' 국내정치논리 되풀이한 이중성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소에서 열린 '제43차 유엔(UN) 인권이사회'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에서 중국발 우한폐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국가 국민에 대한 본국 송환 등 방역 차원의 입국 통제조치에 반발했다. 국가 차원의 '방역 개념 상실'로 지탄받는 문재인 정권의 외교수장이 타 국가의 예방적 조치에 사실상 '비(非)과학'에 '혐오'라는 딱지를 붙인 것이다.

강경화 장관은 "최근 보고되고 있는 코로나 감염 발생 국가 출신자에 대한 혐오 및 증오 사건, 차별적인 출입국 통제 조치 및 자의적 본국 송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감염 발생 국가 수가 증가하면서 각국 정부들은 대중의 공황을 불러일으키는 조치를 취하기보다 과학적인 증거에 기반해 예방 조치를 취하고 종식시키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에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세계보건기구(WHO) 본부에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2020.2.23 [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월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세계보건기구(WHO) 본부에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사진=외교부 제공)

최근 이스라엘과 요르단, 베트남 다낭과 아프리카의 모리셔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발 입국 전면금지를 시행하지 않은 채 우한코로나 확진자가 800명을 넘어선 한국인과 한국에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막고 있다. 강 장관의 발언은 이들 국가가 한국과 협의 없이 입국금지 등 제한조치를 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한국 이전에 중국에 대해 세계 각국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 대신 해당 국가들에 방역주권 침해성 발언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강 장관은 "한국 정부는 국제 공중 보건 위기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준수하면서, WHO를 비롯해 금번 사태에 영향을 받는 다른 국가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의료·보건 상식보다 노골적 친중(親中)기조를 앞세워 비판받고 있는 WHO의 '권고'와 '협력' 등을 강조한 셈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감염병 위기단계 '심각' 격상 등을 우한코로나 대응 방안으로 소개하면서는, "우리는 이번 새로운 질병에 대응하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인간 중심의 접근을 견지해 왔다"며 "우리는 모든 진전 사항과 정부 조치에 대해 최대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으며 이미 최고 수준인 질병 관리 및 의료 시설의 역량을 더욱 보강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최근 한국 확진자 급증을 두고 신천지교를 감염원(源)처럼 취급하는 '국내정치용 발언'도 이 자리에서 반복했다. "현재 한국은 다른 많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확산 방지와 확진 환자 치료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며 "며칠 동안 확진 환자 수가 다수가 밀집한 모임을 진행한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폭증했고, 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한국이 2020~22년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불평등, 차별, 혐오 문제를 비롯해 기후변화, 디지털 기술 등 새로운 도전 과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고도 발언했다. '인권'을 키워드로 들었지만, 그는 옛 일본제국주의 종군 위안부 갈등을 '성폭력이 전쟁 수단으로 쓰인' 사례로 들며 "유엔 협약 기구가 강조하듯 피해자 및 생존자 중심의 접근이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기존 반일(反日)기조의 연장선에 그쳤다.

반면 북한 정권의 인권 가해 상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뜬금없이 이산가족 문제를 '시급한 인도적 사안'의 예로 드는 등 '피해자 중심 접근'과 거리가 먼 태도를 보였다. 강 장관은 지난해 북한의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 참여를 언급하면서 "북한이 시급한 인도적 사안이자 인권 문제인 이산가족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의 요청에 호응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강 장관은 앞서 이날 현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스라엘 정부가 코로나 방역차원에서 한국인 입국을 막은 데 대해 "과잉 대응"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입국을 제한하는 것과 이미 입국한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면서 "각국의 조처를 잘 지켜보고 있다"며 "과잉 대응을 하지 않도록 현장에 있는 우리 공관이 주재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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