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유아시아방송(RFA), “시신 화장해 유골로 만들어 유족에게 돌려주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
北 관영 선전매체들은 "우리는 한 명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았다" 주장하면서 남한 감염 확산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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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 소재 대동강구역인민병원의 의료진이 마스크를 쓴 주민들에게 예방수칙 등을 안내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일(미국 현지시간) 함경북도의 모(某) 간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9일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市) 포항구역 산업동 도(道) 인민병원에서 폐렴과 독감 증상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 여러 명이 잇따라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에 북한에도 중국발(發) ‘코로나19’(일명 ‘우한폐렴’)가 전파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RFA는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병원 측은 시신을 화장까지 해서 유골 상태로 유족들에게 전해줬다”고 덧붙였다. RFA 보도에 따르면 이틀 사이 사망한 이만 12명에 이르며, 같은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사망한 환자들은 2월 초부터 감기 증세를 보여 도 인민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RFA에 북한 소식을 전한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에서는 도 인민병원을 비롯해 어떤 병원도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시신을 화장해서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는다”면서 “이번에 사망한 환자들도 유족들이 장례를 위해 시신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자 병원 측이 독감비루스(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한다며 시신을 화장하고 병원시설 전체에 대한 소독을 몇 차례나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RFA는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이 “지금까지 병원 측에서는 환자들이 독감으로 사망했다고만 밝히고, 요즘 유행하는 신형코로나(코로나19)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병원 측의 시신 화장과 소독 실시 장면을 지켜본 주민들은 신형코로나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고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21일 북한 조선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을 통해 남한의 ‘코로나19’ 감염 확산 관련 소식을 전했다. 로동신문은 이날 10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1명이 사망했다는 공식 통계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방역통제 범위를 벗어나 여러 지역으로 급속히 전파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서 로동신문은 또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대응 체계와 관련한 대목에서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신형 코로나비루스(코로나19) 감염증이 들어오지 못하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로동신문의 이같은 보도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우리나라 방역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 했음을 부각하는 동시에, 이와는 대비되는 북한 당국의 방역 태세를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함으로써 북한의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일 관영 선전매체 조선중앙TV를 통해 ‘코로나19’의 북한 내 확진 환자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처음 표명한 뒤 현재까지 같은 입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메아리’ 역시 “현재까지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 송인범 북한 보건성 국장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공식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한편,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가 높은 북한이지만, 중국에서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이 급속도로 빨라지자 ‘코로나19’의 북한 내 유입 차단을 ‘국가존망’과 관련된 문제로 보고, 북·중 국경을 봉쇄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는 한편 북한 내 여러 관영 선전매체를 통해 방역활동 강화 소식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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