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현역 불출마는 앞서 정종섭-장석춘(한국당), 유승민(새보수) 이어 5명째...당 텃밭도 인적쇄신 못 피해가
평가 부진 현역들에 '불출마냐 컷오프냐' 압박해온 '김형오 공천관리委'...입장 안 낸 TK 중진들 거취도 주목

미래통합당(옛 자유한국당) 제21대 총선 과정에서 관심을 끌어온 'TK(대구경북) 물갈이'가 이제야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쇄신 대상으로 판단한 현역 의원들에게 '명예퇴진이냐 컷오프(공천 배제)냐를 선택하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의 '텃밭'에서도 그 결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통합당 소속 김광림(경북 안동시·3선), 최교일(경북 영주군문경군예천군·초선) 의원은 각각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비례대표로서 한국당 시절부터 대구 달서병 당협을 관리해 온 강효상 초선 의원은 돌연 당의 '험지'로 꼽히는 서울 강북권으로 출마 지역을 옮기기로 했다.

(왼쪽부터) 옛 자유한국당 출신 미래통합당 김광림 의원, 최교일 의원, 강효상 의원.(사진=연합뉴스)

김광림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승리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한다"며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그간의 정치 여정을 뒤로하고 백의종군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 파탄, 안보 파괴를 자행하는 '운동권 이념 정권'의 폭주 기관차를 멈춰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전신) 차관 출신으로서 당내 경제정책통(通)으로 활약해 온 인물이다.

황교안 당대표가 선출된 지난해 2월 전당대회에서 함께 최고위원으로 뽑혔으며, 당에서 집대성한 경제 대안집 '민부론(民富論)' 홍보전에 주력하는 등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당의 텃밭 지역구에서의 4선 도전은 좌절된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출범에 앞서 새로운보수당 소속으로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대구 동구을·4선) 의원을 제외하면 TK 중진 중에서 처음으로 불출마를 결단한 사례다.

최교일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현 정권의 일방 독주와 여당의 횡포를 막지 못했다"고 적었다.

최 의원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통합당의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황교안 당대표의 검찰 후배로서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바 있다.

강효상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라가 망국의 길로 접어드는 위험 속에서 상대적으로 우리 당의 지지세 높은 대구에 출마해 저 개인이 승리한들 무슨 큰 의미가 있겠나"며 "저는 지금까지 대구에서 일군 모든 기반을 내려놓고 서울 강북의 험지에 출마하려 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과 정종섭(대구 동구갑), 장석춘(경북 구미)의원이 총선 승리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이날부로 불출마자는 5명으로 늘었다. TK 지역 3선 이상 의원 5명 중에서는 2명이 불출마 결정을 내린 가운데 4선 주호영(대구 수성구을)·3선 김재원(경북 상주시군위군이성군청송군)·강석호(경북 영양군영덕군봉화군울진군) 의원의 거취에도 당 안팎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관위는 전날(19일) TK지역 공천신청 후보자에 대한 면접을 하루 연기했다. 대외적으론 '우한 폐렴' 확진자 급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나, 정치권에선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사전에 불출마를 종용한 의원들에 대한 용퇴를 결정할 시간을 주기 위해 미룬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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