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근로 가능해야 사측이 노조와 대등하게 협상
한국은 대체근로 노동법상 불가능
직장 점거 파업도 금지돼야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1987년 설립된 이후 30여년 동안 4개년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했다. 누적된 파업일수는 450여일, 생산차질대수 148만여대, 생산차질액 19조여원 등으로 추정된다. 2017년 임금 및 단체협상은 시작된지 9개월 만인 올 1월에 타결되면서 노동조합원당 평균 연 1600만원 정도의 추가적인 혜택을 얻어냈다. 파업을 감내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니까 이 정도라고 할 수도 있다. 웬만한 기업에서는 노조가 파업 가능성을 언급만 해도 사용자가 꼬리를 내리고 노조가 요구하는 것을 거의 다 들어준다. 한국에서 노조가 이와 같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다른 국가에서 유례가 없는 노동법에 기인한다. 한국에서는 사용자가 쟁의행위(파업)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고 그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 파업 중 대체근로 금지 조항은 1953년 3월 노동조합법 및 노동쟁의조정법이 제정・시행될 때부터 있었다. 이 조항은 그 당시 일본의 노동법에 없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며 1964년에 독립한 아프리카의 말라위에 있으므로 한국이 세계 최초로 제정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노조가 억압되었던 시기에는 이 조항이 유명무실했으나 1987년 6・29선언 이후 노조가 활성화되면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서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파업권)과 사용자의 영업권(경영권)을 대등하게 보장해 주기 위해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참가자에 대한 대체근로가 자유롭게 인정되고 있다. 미국은 파업 시 일시적으로 외부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금인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적 파업(economic strike)의 경우 파업참가자가 복귀를 거절하면 영구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파업 시 무기계약근로자를 채용하여 대체하거나 그 업무를 도급 주는 것이 인정되고 있고, 실제로 도급을 통한 대체근로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독일에서도 파업 기간 중 신규채용, (하)도급 등의 방법으로 대체근로가 자유롭게 인정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신규채용, (하)도급, 파견근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체근로가 인정되고 있다.

한국도 노사관계(employment relations)에 있어서 사용자와 노조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함으로써 임금을 생산성 수준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수도・전기・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장(50%내 대체가능) 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쟁의행위기간 중 외부인력을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있고 그 업무를 도급・하도급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노사관계가 시장기제에 의해 견제되고 균형될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3조를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가 가능하려면 파업 등 쟁의행위는 사업장 밖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1997년 노동법 개정 이전에는 쟁의행위를 사업장내에서만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파업을 워크아웃(walk out)이라고 하는데 파업을 하면 사업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파업 중인 근로자는 인원수와 장소의 제한을 받으면서 피켓을 들고 사업장 앞에서 시위한다. 파업불참근로자나 대체근로자는 이 피켓선을 가로질러(cross a picket line) 사업장 안으로 들어간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2조에서는 주요 시설에 대한 직장점거파업을 금지하고 있으나 주요시설이 매우 제한적이어서(동법 시행령 21조) 실제로 모든 파업은 직장점거파업(sit-in strike)이다. 직장내에서 지속적인 시위・농성・소음 등으로 업무를 방해하지만 경찰력 등 공권력은 사용자가 요청을 해도 개입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수단은 직장폐쇄뿐이다. 직장폐쇄를 해야만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을 직장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직장점거파업이 불법이므로 실질적으로 직장폐쇄가 파업과 더불어 시작되지만 한국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더욱이 직장폐쇄의 적법성은 사법적 판단에 의해서만 확보된다. 동법 46조에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노동조합이 직장폐쇄의 적법성을 가려달라고 소송을 하면 판사의 판결에 의해 그 적법성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직장폐쇄가 적법하지 않은 소위 공격적 직장폐쇄로 판결이 나면 사용자는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동법 91조).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결정할 때는 각 판사의 재량권에 따라 공격적 직장폐쇄가 되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형을 받게 되면 공무원이나 교원은 해임된다. 그러므로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며, 특히 기관장이 공무원이나 교원인 경우 직장폐쇄를 단행한다는 것은 이후 인생을 건 모험이다. 이런 점에서 사용자는 노조보다 매우 불리하며 노조는 이런 상황을 충분히 활용하여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 쟁의행위가 직장 밖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파업불참근로자나 대체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재산권과 영업권 보호차원에서도 정부가 강력하게 집행해 나아가야 한다.

파업 중 대체근로가 인정되고 직장점거파업이 금지되면 노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을 하게 되므로 노조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노사관계가 지양되고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형 사업장의 불합리한 파업도 거의 없어질 것이다.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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