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방문 앞서 靑관계자, 상인회에 통보...동선 점검하며 文정권에 비우호적인 상인 배제
구매 물품도 제시...‘건어물 가게’에 없는 꿀 40kg 사놓으라 구체적 지시도
정세균 총리 땐 “코로나 때문에 경기 안 좋다고 말하라”는 압박 들어와...소신 발언하려던 상인 퇴짜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후 서울 중랑구 동원전통종합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코로나 19(우한 폐렴)으로 경기가 위축돼 매출 하락에 허덕이는 전통시장 상권을 격려 차 방문했다. 그러나 이는 사전에 상권 측과 조율된 각본에 따라 진행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방문할 점포를 미리 정해두는 과정에서 현 정권에 비우호적인 상인은 배제, 없는 물건은 사두도록 지시한 것이다. 경기 침체를 해결할 문제 의식은 전무한 채 브라운관을 향한 선전성 쇼로 경기 침체를 무마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정숙 여사는 지난 18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동원전통종합시장의 상점 다섯 곳을 방문했다. 여기서 꿀 40kg과 음성 배, 진도 대파 등을 구입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은 당초 김 여사가 아니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방문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중기부 직원 2명은 지난 14일 상인회 사무실에 들러 박 장관의 방문을 고지하고 두 차례 시장을 배회하며 동선(動線)을 점검, 우호적인 점포를 골랐다. 그리고 사흘 후인 17일 명단을 상인회에 통보하면서 “대파와 생강, 꿀을 준비하라”며 kg 단위까지 정해줬다.

하지만 상인회장은 방문 당일 새벽, 김 여사가 박 장관을 대신해 온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이른 아침부터 상인들에 “계란은 던지지 말자” “반갑게 환대하자” 등을 당부하고 다녔다고 한다.

김 여사는 18일 오후 12시부터 1시 30분까지 시장을 순회했다. 청와대 관계자와 최근 방송 출연으로 유명한 이연복, 박준우 셰프 등을 대동한 채였다. 김 여사가 배와 딸기 등을 구매한 가게 상인 A씨는 “며칠 전부터 모르는 사람들이 장관님이 오실 수도 있다며 ‘진천 딸기 있느냐, 없다면 뭐가 있느냐’고 조사해 갔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여사는 A씨에게 “진천 딸기가 있느냐”고 물었고 A씨가 “요즘 진천은 안 들어온다”고 답하자 배를 3만5000원어치 사갔다.

또한 꿀은 ‘건어물 가게’에서 구입했다. 이곳의 상인 B씨는 “(중기부 쪽에서) 한밤중에 전화가 와 ‘물량을 맞출 수 있게 꿀을 미리 대량으로 준비해 두라’고 하더라”고 했다. 원래 꿀을 주된 상품이 아니어서 가게엔 꿀 1~2통밖에 없었지만, B씨는 별수 없이 꿀을 대량으로 사들였다고 한다. 김 여사가 들른 뒤에도 남은 꿀 8~9통은 처분도 못한 채 진열대에 덩그러니 방치된 상태다. 상인회 관계자는 “중기부 쪽에서 김 여사가 구입할 물품과 동선을 다 정했는데, 동선 안에 꿀을 파는 곳이 없어서 이곳을 찾아내 추가로 들여놓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는 “생강과 꿀은 임시 생활시설에 있는 우한 교민 등에게 생강청으로 만들어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권을 순회한 그 저의가 다분히 드러나는 발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신촌 명물거리를 방문한 것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렀다. 몇몇 상인은 지난주 초 서대문구 소상공인회 오종환 이사장한테서 전화를 받아 “총리가 방문하는데 협조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우한 폐렴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만 해달라는 조건이 제시됐다.

이곳 상인 C씨는 당시 “‘신촌이 차 없는 거리가 되고 나서 장사가 안 돼 죽을 맛’이란 말을 총리에게 전하겠다”고 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C씨는 “판 다 짜놓고 정해진 말만 하라는데, 이게 무슨 애로 청취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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