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난 3일 <중국은 아시아의 참된 병자(病者)>라는 제목의 WSJ 기사는 ‘인종차별적’” 강력 반발
중국 당국이 WSJ에 압력 가해 해당 기사에 대해 사죄할 것과 책임자 처분 요구했지만 거절당해...北京 주재 WSJ 기자 3名의 ‘기자증 취소’ 처분으로 보복
‘우한폐렴’ 관련해 中 당국의 대응 태도 비판한 중국 내 인사들의 행방도 묘연한 상태

겅솽 중국 외무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겅솽 중국 외무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미국의 유명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베이징(北京) 주재 기자 3명에게 발급한 기자증(記者證)을 무효화했다. 중국 당국이 일명 ‘우한폐렴’으로 불리고 있는 ‘코로나19’의 중국 내 감염 확산과 관련해 WSJ가 지난 3일 게재한 기사가 중국에 대한 중상(中傷)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19일 인터넷을 통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문제의 WSJ의 2월3일자 기사의 제목은 <중국이야말로 아시아의 참된 병자(病者)>(China Is the Real Sick Man of Asia)로, 해당 기사의 작성자인 월터 러셀 미드는 이 기사를 통해 최근 중국 후베이성(省)에서부터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코로나19’(일명 ‘우한폐렴’)을 다루는 중국 당국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월터 러셀 미든 해당 기사에서 “우리는 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얼마나 위험해질지 모른다”면서도 “중국 당국은 여전히 이 문제의 진짜 규모가 밝혀지는 것을 막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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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 <중국이야말로 아시아의 참된 병자(病者)>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우한폐렴’과 관련한 중국 당국의 대응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이미지=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캡처)

이에 대해 겅솽 대변인은 이같은 기사 제목은 ‘인종차별적’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겅 대변인은 이어서 WSJ가 ‘코로나19’의 중국 내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와 중국 인민의 노력을 중상(中傷)했다고 덧붙이고 WSJ의 이같은 제목의 기사가 “중국 인민의 매우 강한 분노와 국제사회의 폭넓은 비난을 불러일으켰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문제의 기사와 관련해 WSJ에 대해 사죄와 책임자 처분을 거듭 요구했지만 WSJ은 중국 정부의 이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다. 이에 중국 당국은 19일부(付)로 베이징 주재 WSJ 기자 3명에 대한 기자증 효력을 취소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NHK는 19일 기사에서 “중국 정부는 외국 언론의 보도 내용이 자신들의 뜻과 맞지 않는 경우 그 보복 조치로 기자증이나 취재(取材) 비자 갱신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며 “‘코로나19’와 관련 보도와 관련해 특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한폐렴’과 관련해 중국 정부를 비판한 인사들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어 중국 당국이 ‘입막음’에 나섰다는 비판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분노한 인민은 더 이상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 중국 칭화(淸華)대학 소속 쉬장룬(許章潤) 교수(법학)의 웨이보 계정은 삭제된 상태이며, 쉬 교수의 소재 역시 불명(不明)이다.

지난 1월29일 “앞에는 바이러스, 뒤에는 중국의 법률과 행정 역량(공안·公安)이 있다”며 중국 당국을 비판한 바 있는 변호사 출신의 시민기자 천추스(陳秋實)도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그의 동료 쉬샤오둥의 고발로 드러났다. 쉬샤오둥은 천추스의 유튜브 채널에 동영상을 게재하고 “중국 당국이 그(천추스)의 부모에게 구금 사실만 알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 기자 팡빈(方斌)의 소재 역시 불명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4일, 중국 후베이성(省) 우한시 소재 병원 안팎의 실상과 독재 비판 영상을 게재한 바 있는 의류 판매업자 출신 기자 팡빈이 실종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팡빈은 지난 1월 병원 밖에 주차된 승합차에 시신을 담은 포대 8자루가 실린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에 게재한 영상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영상을 게재해 오기도 했는데, 팡빈이 마지막으로 게재한 영상은 ‘모든 시민은 저항하자. 인민에게 권력을 돌려주자’라는 문구의 지난 9일 영상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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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셜미디어(SNS) 유명인인 보만얼(伯曼兒)의 모습.(사진=구글 이미지 검색)

중국 소셜미디어(SNS) 유명인인 보만얼(伯曼兒)도 지난 2일 산소호흡기를 낀 상태로 ‘헛소문 확산 사죄 영상’을 올린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지난 1월24일 ‘우한폐렴’으로 입원한 그는 “정부를 믿었더니 결국 이렇게 죽게 됐다”며 10여건의 게시물을 작성한 바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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