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2019 세계 결핵 보고서’ “2018년 북한주민 2만여 명이 결핵으로 숨져”

북한 평양 결핵 병원 환자들(VOA)
북한 평양 결핵 병원 환자들(VOA)

북한당국이 우한폐렴 감염증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반 감염병 상황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북한주민의 30% 이상이 감염병을 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유엔은 전염병 감시 확대를 위한 대북 기술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한폐렴 대응을 주도하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2018년 한국 내 한 행사에서 “북한의 감염병 현실이 굉장히 열악하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북한 전체 인구의 32%가 감염병을 앓고 있다”며 “북한주민들의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남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남북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5년 전 보고서에서 유엔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북한의 전체 사망자의 25%가 전염성 질환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고 VOA는 전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최근 갱신한 북한에 대한 ‘국가협력전략(Country Cooperation Strategy at a glance)’ 보고서에서 북한 내 감염병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WHO는 보고서 첫 줄에서 “북한이 (감염) 질환 관련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며 “높은 결핵 비율을 낮추고, 말라리아 발병률을 줄이며, 예방접종을 지속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513명(2017년 기준)이 결핵을 앓고 있다”며 “그나마 5살 미만 어린이들은 제대로 진단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WHO는 지난해 발표한 ‘2019 세계 결핵 보고서’에서 2018년 북한주민 2만여 명이 결핵으로 숨졌다며 이는 주민 10만 명 당 80명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수치는 인구 10만 명 당 4.8명인 한국의 16배, 세계 평균 20명 보다 4배 높은 것으로 북한은 올해도 WHO가 지정한 30개 결핵 고위험국에 포함됐다.

말라리아 발병 건수의 경우 지난 2000년 30만 건에서 2017년 4646건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900만 명이 위험에 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B형 간염은 2016년 현재 전체 인구의 0.53%가 감염돼 있다. 그밖에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콜레라, 홍역, 디프테리아, 백날 기침, 수열, 매독 등 계절마다 크고 작은 감염 질환이 북한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한 청진 철도국 위생방역소 의사 출신인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19일 VOA에 “북한 내 열악한 의료 상황으로 미뤄볼 때 감염병으로 숨지는 비율은 공개된 수치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감염병으로 숨지는 비율) 25%는 적게 줄여서 봐준 것이고 아마 35%는 될 것”이라며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간단한 일반 질병이 아닌 그 외 질병이 많다”며 “항생제와 치료 약물에 내성을 가진 전염병들은 늘고, 진단은 제대로 하지 못하다 보니까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VOA는 “북한 내 감염성 질환 문제는 2017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총상을 입은 채 망명한 북한군 병사에게서 결핵과 기생충, B형 간염 등 각종 감염병 질환이 확인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는 조선일보에 “감염성 질환은 북한 주민 사망 원인의 31%로 5.6%인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많은 북한 주민들이 만성적인 영양 부족으로 면역력이 약한데다 위생환경이 좋지 않아 세균이나 기생충 등 후진국형 질환에 노출되는 경향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미국 존수 홉킨스대 보건안보센터와 핵위협방지구상(NTI)은 지난해 발표한 2019 세계 보건안보지수에서 북한의 보건 안보 역량이 매우 열악하다며 세계 195개국 중 193위로 평가했다.

특히 항생제 내성과 동물매개 전염병, 차단 방역 등의 예방 역량은 19점으로 세계 평균인 34.8점의 절반 정도였다. 전염병 조기 탐지와 보고는 7점으로 세계 평균보다 6배 낮았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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