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는 서울시의 영화 ‘기생충’ 투어 코스 개발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화 '기생충'을 또 영악하게 활용할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박정자 교수는 1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정작 주민들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우리를 빈민층으로 낙인찍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어 박 교수는 "20세기 초 제국주의 선진국 지식인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후진국 도시들의 가난한 모습을 아름답다고 극찬하며 그들이 근대화를 한답시고 큰 길을 내고 모든 것을 헐어 버리는 것을 심하게 애석해 했다"며 "사르트르는 이들을 빈곤 애호가들이라고 비판하며 이런 관광주의(글자 그대로 tourism)는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 서문에 나온 '빈곤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결코 아름다움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이 말은 물론 서구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한 공산주의자로서 한 말이었다"며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우리에게도 사르트르의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마을 운동 때 농촌 풍경의 멋을 더해주는 초가지붕을 모두 슬레이트로 바꾸니 낭만도 없어지고 전통도 사라졌다고 얼마나 많은 고매한 식자들이 애석해 하고 조롱했던가? 그 가난 예찬이 서구의 지식인들로부터 나온 게 아니라 바로 같은 공동체인 우리 국민 중 일부에서 나왔다는 것만 다를 뿐이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은 내용 등이 포함된 '페이스북 친구'의 글을 인용하면서 박 시장에 대한 비판 글을 맺었다. "나는 운 좋은 놈...한 세대만 일찍 태어났어도 전쟁통에 엄마 젖도 못 먹고 어떻게 죽었을지 모를 운명...대한민국 만세...이승만 박정희 만세...국민교육헌장 만세..."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이하 박정자 교수 페이스북글 全文-

한여름에 기자, 카메라 대동해서 옥탑방에 올라가 며칠 살아보는 쇼를 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화 '기생충'을 또 영악하게 활용할 모양이다. 

마포구 아현동 주택가 계단. 영화에서 박 사장(이선균) 저택을 차지하고 놀던 주인공 기택(송강호)네가 박 사장 가족의 이른 귀가(歸家)에 놀라 빠져나온 뒤 자기들의 반지하 집으로 향하는 길. 빛바랜 건물 외벽과 좁은 주택 출입문 등이 빈촌(貧村)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곳.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이 길을 포함한 아현동 일대에서 '영화 전문가와 함께하는 팸투어'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기생충 투어코스'다. 마포구청도 기택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친구 민혁(박서준)과 소주를 마시던 '돼지 슈퍼' 앞에 포토존(기념 촬영 구역)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작 주민들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우리를 빈민층으로 낙인찍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 관광지로 만든다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가 얼마나 가난하게 사는지 보러 온다는 거냐"고. 

20세기 초 제국주의 선진국 지식인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후진국 도시들의 가난한 모습을 아름답다고 극찬하며 그들이 근대화를 한답시고 큰 길을 내고 모든 것을 헐어 버리는 것을 심하게 애석해 했다. “세월과 가난의 때가 잔뜩 끼어 다 허물어져 가는 그 집들은 얼마나 매혹적으로 더럽고, 신기한가”라고 하면서. 

예컨대 조각가 카르포의 아들 카르포 대위는 1911년 중국 북경에 큰 길들이 뚫린 것을 개탄하며 “그림처럼 활기에 넘치고, 매혹적으로 더럽고 울퉁불퉁하던 북경의 거리를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어 놓았는가? 이름 모를 물건들을 잔뜩 진열해 놓은 그 가난한 행상들은 모두 어디에 갔는가? ... 모든 것이 쫒겨나고, 철거되고, 무너지고, 평범하게 되었으며, 고색창연한 커다란 포석들과 더럽고 기묘한 장사치들이 모두 없어져 버렸다...”  

사르트르는 이들을 빈곤 애호가들이라고 비판하며 이런 관광주의(글자 그대로 tourism)는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빈곤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결코 아름다움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며.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 서문에 나온 이 말은 물론 서구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한 공산주의자로서 한 말이었다. 그러나 정 반대의 입장을 가진 우리에게도 사르트르의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때가 있었다. 

새마을 운동 때 우리도 낯익은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농촌 풍경의 멋을 더해주는 초가지붕을 모두 슬레이트로 바꾸니 낭만도 없어지고 전통도 사라졌다고 얼마나 많은 고매한 식자들이 애석해 하고 조롱했던가? 그 가난 예찬이 서구의 지식인들로부터 나온 게 아니라 바로 같은 공동체인 우리 국민 중 일부에서 나왔다는 것만 다를 뿐이었다. 

한 폐친의 글을 옮겨 보는 것으로 박원순 비판을 대신할까 한다. 

“어릴 때 지붕갈이 할 때 낡은 초가지붕 던져 내리면 사이사이에서 굼벵이들이 얼마나 많던지.... 저런 집이 양철지붕으로 바뀌고, 보일러 들어오고, 입식부엌으로 바뀌고, 개량화장실로 바뀌었다가 다시 수세식으로 집안으로 들어오고, 마당에 공구리치고 나니 원래 집이 어떻게 생겨먹었던지 기억도 안 나고, 지게-리어카-경운기-오토바이로 갔다가 이제는 웬만한 집에 승용차나 최소 포터 한 대씩은 다 있는 지경.... 
나는 운 좋은 놈.... 한 세대만 일찍 태어났어도 전쟁 통에 엄마 젖도 못 먹고 어떻게 죽었을지 모를 운명... 대한민국 만세... 이승만, 박정희 만세... 국민교육헌장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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