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김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때문에 공개 활동 피하고 있을 가능성 높아”
“김정은 집권 이후 같은 기간 평균 약 13.9회의 공개활동 한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줄어든 수치”

김정은이 새해 첫 현지지도 일정으로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월 7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캡처로, 김정은 뒤로 흐리게 처리된 공정도가 보인다(연합뉴스).
김정은이 새해 첫 현지지도 일정으로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월 7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캡처로, 김정은 뒤로 흐리게 처리된 공정도가 보인다(연합뉴스).

김정은이 올해 들어 북한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광명성절까지 단 5회의 공개 활동을 했고, 이 가운데 현지 지도는 1회뿐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VOA는 “김정은이 집권 이후 같은 기간에 연 평균 약 13.9회의 공개 활동을 한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줄어든 수치”라고 지적했다.

올해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에 보도된 김정은의 공개 활동은 모두 5회로, 이 가운데 2회는 연초와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한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17일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광장의 장례식에 참석했고, 지난달 25일에는 설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 나머지 1회는 올 들어 유일한 현지지도로 지난달 7일 순천 인산비료 공장 건설장을 방문했다고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17일 VOA에 “연초 김정은의 현지지도는 북한의 한 해 정책 방향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 때문에 외부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연초 현지지도는 북한 지도부가 경제 혹은 군사 등 어디에 주안점을 두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VOA에 따르면 김정은은 집권 이후 연초부터 김정은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까지 평균 13.9회의 공개 활동을 진행했다. 지난 9년 동안 많게는 23회, 적을 때는 9회의 공개 활동을 했다. 특히 정상회담이나 핵, 장거리 미사일 실험같은 중대사가 있을 때는 공개활동의 빈도가 크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연도별로는 2015년에 가장 많은 23회의 공개 활동을 했다. 이틀에 한번 꼴로 경제시설 현지지도와 군사훈련 지도 등 공개 활동을 이어갔다. 2012년에 21회, 2014년에 17회, 2017년 16회 등을 기록했는데, 대부분 경제 현지 지도와 군사훈련 지도, 참관과 연관이 있다고 VOA는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모두 9회의 공개활동으로 예년 평균치보다 적었다.

지난해 1월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2월 말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을 하는 등 외교활동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급속한 발전이 있었던 2018년 같은 기간에도 10차례의 공개 활동으로 예년 평균보다 적었다.

2016년의 경우에는 13회의 공개활동을 했는데, 1월과 2월에 4차 핵실험과 장거리발사체 광명성 4호 시험발사가 있었다.

고스 국장은 올해 특히 김정은의 공개 활동이 줄어든 이유로 세 가지 요소들을 꼽으면서, 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거나 이 중 하나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 때문에 공개 활동이 축소됐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건군절 당일인 2월 8일 열병식을 포함해 김정은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던 행사들이 열리지 않은 것을 예로 들었다.

또한 광명성절 즈음해 진행된 금수산태양궁전 방문 보도에서 김정은의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며 이것이 공개 활동 비중 감소의 주된 이유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고스 국장은 가능성이 가장 적긴 하지만 김정은이 정책 방향에 관해 고심하고 있기 때문에 공개 활동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새로운 전략을 짜기 위해 막후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7일 VOA에 “김정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때문에 공개 활동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리비어 부차관보는 “북한은 단 한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사례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그런 주장이 매우 의심스럽다”며 “특히 북한 교역의 90%가 중국과의 교역이고, 북한정권은 국경을 폐쇄하기 전까지 중국인 관광객의 수를 늘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김정은이 공개 활동보다는 막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보건과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는데 치중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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