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무기력한 국가에서 공짜 좋아하는 국민성이 만든 ‘양잿물 속담’
1970년대 산업화 과정 거쳐 땀 흘려 일하는 ‘근면 국가’되자 속담 사라져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시작된 공짜 좋아하는 사회...청년들 장래 생각해 정신 차려야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한 때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을 자주 듣던 시대가 있었다. 6.25 전쟁이 끝나고도 산업화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한국 사회는 재래식 농업에 매달렸고, 어디를 가나 실업자가 넘쳐 흘렀다. 무기력한 시대 상황에서 무언가 공짜가 생기면 좋아하고, 은근히 공짜를 바라는 잠재의식이 퍼졌다. 공짜를 바라는 심리구조는 부정부패를 부추기는 토양이기도 했다. 세무서, 경찰, 구청과 같은 민원부서에는 급행료 같은 부정부패가 만연하였다. 정당한 노력의 대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공짜와 부정부패는 서로 통한다.

당시 신문에는 생활고로 자살하는 얘기가 수시로 보도되었다. 생을 포기하는 서민들이 쉽게 양잿물을 마셨다. 특히 농촌에서 그러했다. 공짜 좋아하는 풍조에 대한 자조적인 비판에서 양잿물 속담이 번졌다.

그 속담이 1970년대 이후 사라졌다. 산업근대화에 따라 생산공장이거나 건설현장이거나 어딜 가나 분주하게 돌아갔다.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였고, 수출진흥 정책에 따라 한국 사회가 국제사회와 연동되어 더욱 바쁘게 돌아갔다. 한가하게 잡담이나 하며 지낼 틈도 없어졌다. 새마을 운동도 열심히 일하는 마을에 더 많이 보상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기본으로 하였고,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구조로 정착되었다. 1993년 도입한 금융실명제도 가짜 계좌를 통한 금융거래를 차단함으로써 불로소득의 구멍을 막는 효과를 가져왔다. 땀 흘려 일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 풍조를 정착시킨 것이다. 어느새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근면한 사회가 되었다.

그러던 사회 풍조가 이제 다시 반전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공짜 좋아하는 사회로 만들려고 한다. 선거 때만 되면 각 정당이 국가재정을 고려하지 않는 선심 공약경쟁으로 혈안이 된다. 그리스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국가파산의 길이 뻔히 보이는데도 말이다. 무상교육,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과 같은 대중영합주의적인 선심 공약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특히 문재인 정권에 들어서면서 공짜 좋아하는 사회로 급변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은 2% 정도로 예상되는데 예산은 전년 대비 9.1%를 올려 512조 원으로 과다하게 늘리고, 그 재원조달을 위해 60조 원의 적자 국채까지 발행한다. 국가재정 건전성과 국가 장래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삼가야 할 일이다. 각 지방의 선심성 건설공사 예산 증액, 그것도 예비타당성 조사도 생략한 과다한 예산편성은 4.15 총선에 대비한 매수행위일 뿐이다.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 과속 인상조치로 일어나는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의 폐업과 실업 증가에 대한 비난 여론을 피하는 방편으로 청년층에 대한 실업수당, 노년층에 대한 억지 일자리 마련에 예산을 펑펑 쓰려 한다. 무상 시리즈도 계속 확대한다. 늘어난 국가부채는 결국 젊은이들이 갚아야 할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는 그러한 부채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의 장래를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대중영합주의 선심 경쟁을 진정시켜야 한다. 과도하게 거둬들이는 세금으로 정부개입을 늘리려는 잘못된 경제 운영을 고쳐야 한다. 정권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개발연대에 한국의 성장 과정을 체험하고 자랑스러워했던 세대는 젊은 세대에 호소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낭비하는 폐해를 막아야 한다. 모름지기 정부는 국방·치안과 같은 기본적 임무에 치중하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데 그쳐야 한다. 그것이 각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본적 구제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하게 큰 정부를 지향하여 사사건건 시장에 간섭하지 말라는 얘기다. 권력을 행사하는 자가 독선에 빠지고, 한정된 자원을 낭비하는 지름길이 된다. 지금 한국 기업들이 정부의 과도한 간섭을 피해서 해외로 나가는 이유를 똑바로 읽어야 한다.

둘째, 국가 만능주의의 과신이 경제몰락을 초래한다. 이미 시작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의하면 2019년 한국의 명목성장률은 1.4%로 OECD 회원국 36국 가운데 노르웨이(0.5%), 이탈리아(0.8%)에 이어 34번째 최하위를 기록하였다. 미국(4.1%), 영국(3.4%), 독일(2.5%)보다 못하고, 심지어 일본(1.6%)보다도 못하게 되었다. 이대로 가면 한국경제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선례가 공산권의 몰락이다. 북한의 경제실패와 폭압 통치는 북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주변국에까지 위해를 가하고 있다. 그것을 닮아서는 안 된다. ‘민족’이라는 허구를 쫓아서 개혁·개방 없는 북한과의 경제통합이나 핵을 가진 평화를 꿈꿔서는 절대 안 된다.

셋째, 땀 흘려 일하는 근로의식의 소멸이다. 정부가 주는 무상 공여 시리즈는 마약과 같다. 중독되면 스스로 땀 흘리는 일을 피하게 된다. 불로소득을 바라게 된다. 우리의 산업발전과정에서 터득하였듯이 땀방울을 통해서 기술과 경험이 늘어났고, 국제 경쟁력도 강해졌다. 그 결과에 대한 성취감을 맛보았고, 국민의식도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전 세계에 퍼져나간 한국인, 특히 젊은이들의 기개는 상상 이상이다. 새마을사업, 산림녹화와 같이 한국이 경험한 성공사례를 다른 나라에 전수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게 되었다.

넷째, 앞의 세대보다는 다음 세대가 더 나은 발전과정이 끝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지금까지 피와 땀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한두 세대 만에 1인당 3만 달러 소득을 달성하였다. 그 원동력이 식어가고 있다. 중국과의 5천 년 관계에서도 예외적으로 앞서가던 시대가 끝나려 한다. 슬픈 일이지만 이제 다음 세대에게 지금보다 못한 사회를 물려주는 내리막길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타결책은 이념적으로 편향된 종북 주사파의 거짓과 속임수를 깨뜨리는 것이다. 빚을 내서 공짜를 마구 뿌리는 선심 공세에 속아서는 안 된다. 땀방울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4.15 총선에서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장래를 냉정하게 결정해야 한다.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장, 前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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