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진영, '기생충' 오스카 수상 두고 비판하지만 불만의 방향 분명 잘못됐다
기생충과 봉준호의 영화세계가 사회주의적?...맞는 말이지만 '뒷북' 그만
'영화'와 '영화제'는 구분하자...'영화제'는 비즈니스의 장이요 정치의 장이다
거기에는 CJ 부회장인 이미경이 있다...최강 문화기업 이끌던 문화권력이 박근혜 정부 때 쫓겨나
이미경의 귀환, 그 뒤에는?...이제 오스카상 석권은 시작일 뿐이다
우파가 아무리 비판만 해봤자 CJ E&M發 '설국열차'는 계속 달릴 것
"우리가 만든 영화와 감독들이 가야 되는 거 아냐?"라는 인식 필요해

최공재 객원 칼럼니스트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에서 오스카 4관왕을 받은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그런 반응은 문화에 별 관심이 없던 자유우파 진영에서도 마찬가지였을 정도로 사회적 이슈였다.
그 정도로 오스카 수상의 의미는 영화계를 넘어 의미하는 바가 크고, 필자 역시 비판적 시각을 가진 영화와 감독이지만 축하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누가 뭐라건 그건 분명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단계 높인 일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파진영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을 때, 우파진영에선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 말들이 들려온다.
필자는 그들의 비판을 보면서 심각한 인식의 오류를 발견한다.
물론, 그 오류라고 판단한 것들이 필자가 영화계에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요즘 이런 느낌이 비단 이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정치적, 사회적 공간에서도 보여지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임미리 교수의 ‘민주당만 빼고~’에 대해 우리의 비판대상은 누구여야 하는가?
 
영화와 영화제는 구분하자!
 
자유진영의 비판을 보면 대부분 봉준호 감독의 정치성향과 영화의 정치성향을 문제시하고 있다.
그가 과거부터 반미에 사회주의자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그의 영화들에도 노골적으로 반미와 사회주의 사상이 들어가 있는 것은 어쩌면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영화적으론 문제가 없다. 보는 우파가 불만에 싸여 기분이 더러울지 몰라도….
그런데 이 불만의 방향은 분명 잘못되었다.
봉준호의 ‘기생충’과 아카데미의 ‘수상’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벌어진 오류다.
봉준호의 ‘기생충’에 관한 문제는 ‘영화제작’부분에 속한다.
그건 한국에서 어떤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어떻게 선동의 도구로 전락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수상은 ‘배급(비즈니스)’에 속하는 영역이다.
쉽게 말해 제작업과 유통업의 전혀 다른 차원인데 유통업의 문제에 지금 우파는 제작업의 문제로 시비를 걸고 있는 오류가 생겼다는 것이다.
영화는 제작업이고, 영화제는 유통업이다. 거기서부터 이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자.
영화를 좀 아는 국민들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우파가 더 이상 꼰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일반인들은 영화제라고 하면 그냥 단순하게 국장에 개봉 못하는 전세계 영화들을 보여주는 영화를 가지고 하는 축제쯤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보여지는 일부일 뿐이며 그 속내는 영화판 비즈니스의 장이라는 것이 맞다.
영화제는 크면 클수록 바이어들이 전세계에서 몰려들고 영화판매를 위해 수많은 전세계 문화 기업들의 물밑작업이 펼쳐진다.
수많은 돈들이 돌고, 스타가 탄생하고 발굴되는, 그래서 다른 곳보다 더 대중적 힘을 가지는 곳이기에 자연스레 정치적인 영향이 생성되는 묘한 곳이 바로 영화제다.
세상의 대부분의 영화제는 모두 정치적 성격을 가지고 운영되는데, 한국에서 유독 세계 10대 영화제 중 ‘깐느’에만 열광하는 이유도 그 영화가 사회주의 성격의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수많은 영화제 역시 굳이 답을 안 해도 뻔할 정도고, 우파영화제는 하나도 없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아카데미’는 보수적 성향이 강했던 영화제였다.
그런 오스카에서조차 기생충에 4관왕을 줬다면 우파는 무조건 비판만 하기 전에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만 한다.
봉준호와 기생충의 비판이 아니라 우리는 CJ E&M과 오스카에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맞다.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이 반가운 이유?
 
이 수상이 반가운 이유는 봉준호의 정치적 의미와는 별개로 영화제 관련한 비즈니스의 전쟁에서 한국의 기업(CJ E&M)이 승리했다는 것에 있다.
그동안 한국은 세계 10의 경제 강국이었음에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지 못한 이유는 경제적 풍요에 맞는 문화적 수준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문화적 수준을 중국 다음으로 한국을 낮게 보고 있을 지경이니 아무리 돈만 많으면 뭐하겠는가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류에 이어 K-POP이 뜨면서 한국의 문화산업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2020년도에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 헐리웃의 아카데미 심장부에 기생충을 꽂은 것이다.
한류가 일반 대중들, K-POP이 젊은이들에게 한정된 한국의 문화산업을 알리게 된 것이라면, 오스카 수상은 일반대중과 메인스트림의 시선 모두를 다 잡은 결과가 된 것이다.
그렇게 한국의 영화, 한국의 문화산업은 한단계 도약하면서 이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문화선진국으로 가는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필자는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기생충과 봉준호의 영화세계가 사회주의적이고 그것이 해외로 나가면 오히려 한국에 먹칠한다는 말도 생각해볼 말이긴 하다.
하지만, 뒷북은 이제 그만 치자.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건 제작과 국내의 문제라고 봤을 때 이미 국내에서는 천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그 영화를 봤고, 지금도 재개봉을 통해 꾸준히 보고 있으며, 우파도 보고 있다.
CJ 부회장인 ‘이미경’이 시상식에서 한국의 관객들에게 보낸 감사의 의미는 이런 것이다.
천만이라는 한국관객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를 만들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천만 관객에 우파도 한몫 했다면 할 말없는 것이고, 한국에서 영화계 최초로 우파선언을 한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내 영화를 좌파가 씹는다고 내가 달라질 사람도 아니니 말이다.
영화로 해외에 한국의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 우파도 만들면 된다.
만들지도 않으면서 남이 만들어 놓은 잔치에 찬물 부으려고 하면 먹는 것은 ‘욕’ 뿐이다.
 
물론 여러 번 언급한대로 필자도 봉준호의 영화들은 ‘살인의 추억’ 빼고는 다 싫어한다.
특히나 그의 말과 다른 정치적 행동은 여러분들보다 아주 혐오하는 수준이다.
그는 정말 사회주의를 꿈꾸는 좌파감독일까?
비록 사회주의자지만 필자가 좋아하는 핀란드의 ‘아키 카우리스마키’라는 감독이 있다.
영회 매니아들에게는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시리즈로 알려져 있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과거가 없는 남자’라는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
이 감독은 극단적인 좌파이면서 그런 영화들을 양산하고 거대자본도 반대하는 제작을 한다.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그에게 오스카 상을 준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헐리웃에서 주는 상 따윈 안 받어~~!”
 
이 정도는 되어야 누구도 인정하는 사회주의자 아닌가?
봉준호의 감독상 수상 소식을 듣자 피식 하는 헛웃음이 나오며 제일 먼저 떠올렸던 인물이다.
그래서 난 한국의 좌파감독들을 무시한다. 필자보다 아무리 잘 나가던 말던……
어쨌든, 봉준호의 수상을 들으며 오히려 반가웠던 것은 이제 이런 말도 꺼낼 핑계가 생겼다는 별 거 아닌 이유도 아주 많~~~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이야기는 언제쯤 꺼내게 될 수 있을까?
 
반가움보다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이 더 두려운 이유?
 
다시 영화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영화제는 비즈니스와 정치의 장이다.
CJ E&M은 깐느영화제에 이어 아카데미에 기생충을 올리고자 엄청나게 막대한 자금을 뿌렸다.
영화제 기간 중에는 수상을 하게 하기 위해 문화기업들이 작업을 치는 것이 정석인데 돈으로는 가장 큰 판이 바로 아카데미 시상식 기간 중에 펼쳐진다.
자신들의 영화를 홍보하고 알리는 ‘캠페인’ 기간이 약 3달 정도 걸리는데 영화계에서는 이번에 적어도 300억은 썼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생충의 제작비가 130억원이니 두배가 넘는, 다른 영화제까지 합치면 세배가 넘는 돈을 이번 이벤트를 위해 썼다는 결론을 낼 수가 있는 것이다.
자, 그럼 이 글의 서두에서 던졌던 ‘CJ E&M과 오스카는 왜?’라는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CJ E&M는 왜 자본주의의 대기업이면서 반자본주의 영화에 돈을 퍼가며 오스카를 갈구했을까?
오스카는 미국답게 철저하게 영화제의 속성인 ‘비즈니스’의 장으로 한국영화를 이용했을 뿐이라고 간단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CJ E&M은 분명 다른 영역인 ‘정치’의 장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CJ 부회장인 이미경이 있다.
필자가 매우 두렵고 우파가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바로 이곳이라고 보는 이유다.
 
이미경, 그리고 CJ E&M은 김대중 정부 시절 화려하게 성공한 기업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를 선언하며 영화진흥공사를 ‘영화진흥위원회’로 바꾸고, 영화계를 완전히 물갈이를 한 후에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어 만든 기업이 바로 ‘CJ E&M’이다.
그런 이미경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용케 살아남더니(이 부분도 언젠가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박근혜 정부 들어 미국으로 도피를 하게 된다.
혹자들은 그런 영화들만 만들어 정권 눈 밖에 났으니 도망간 것이라고 하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것은 좀 다르다.
만약 그런 입방아가 사실이라면 문제인 정부 들어 바로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쨌든 미국에 있는 이미경은 정말 미치도록 한국에 들어오고 싶었을 것이다.
한국 최강의 문화기업을 이끌며 문화권력을 단맛을 본 그녀에게 그 기분은 지옥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때때로 한국의 연예인들이나 문화기업가들을 불러 미국에서 파티도 하고 그러면서 한국에 들어올 방법을 모색했고, 그 타겟이 봉준호의 기생충이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오스카에서 기생충이 우뚝 서는 날, 시상식에서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런 의미로 필자에게는 가히 그 어떤 공포영화도 더 무서웠다.
그리고, 그 안에서 동생인 CJ 이재현 회장한테 던지는 메시지는 그래서 필자에겐 더욱 무서웠다.
그렇게 한국문화판을 완전히 사회주의로 뒤덮을 인물의 준재가 부활하는 기분……..
그게 필자가 기생충의 수상에서 반가움보다 더 두려운 이유다.
 
이미경의 귀환, 그 뒤에는…?
 
모든 문화가 그렇다. 문화는 양면이 존재한다.
역사는 문화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는데 그 전달하는 매개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문화는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형태가 없고, 그 문화를 지배하는 자에 의해 형태가 규정지어진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의 문화가 완전히 좌편향으로 기울어진 것에 대해 좌파들에 대한 비난보다는 문화를 외면했던 우파의 내부에 대해 필자는 더 많은 비판을 하는 입장이다.
자유통일당이니 우리공화당이니 뭐니 하며 수많은 당들이 생겨났지만 문화를 인지하는 당을 필자는 본 적도 없고, 그건 박근혜 정부시절 ‘문화융성’의 기치를 내걸 때조차 그게 뭔소린 줄도 모르는 사람들 만을 보아왔을 뿐이다.
이런 와중에 박정희 대통령의 ‘문예중흥 5개년’ 계획의 포부를 말한들 무슨 소용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서야 조금씩 자유진영에서도 문화의 소중함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런 와중에 이미경의 귀환은 필자에게 끔찍한 결말을 생각하게끔 한다. 마치 종말론처럼….
 
이미경은 현 정부 들어서도 쉽게 들어올 수 없는 뭔가가 있었고, 그걸 무마하기 위해 기생충의 오스카 작업을 성공시켰다.
그것은 우파진영에서도 거론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큰 이벤트였고, 이미경은 봉준호라는 인물을 앞세워 영웅으로 귀환할 준비를 마치게 된 것이다.
이로써 봉준호는 차기 정권(민주당이 계속된다는 보장 하에)의 문화부장관 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 됐고, 이미경은 화려한 귀환과 함께 한국의 문화권력을 다시 장악할 원동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막을 수 있는 어떤 명분도 국민적 공감을 일으키긴 불가능하다.
이미경의 귀환은 그렇게 죽은 김대중의 부활이 될 수도 있다. 최소한 문화계에선….
장담컨데 앞으로 우파는 노무현의 영화에 이어 김대중의 영화들을 숱하게 만나야 할 것이다.
그때 가서도 그저 비판만 하고 있을텐가?
우파가 아무리 비판만 해봤자 CJ E&M發 ‘설국열차’는 멈추지 않고 그냥 달릴 뿐이다.
 
우파가 문화에 관심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제라도 이해하길 바라는 이유는 하나다.
문화권력과 문화선동의 타겟이 여러분이 아닌 여러분의 자녀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자녀들의 대부분은 이번 기생충 오스카 이벤트를 통해 영화감독을 꿈꾸고, 영화배우를 꿈꾸며, 오스카에서 상을 받을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고, 좌파는 그걸 제공했다.
이미 과포화 상태가 된 한국 영화계에서 이 일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으로 펼쳐질 확률이 더 높지만 이 아이들의 새로운 꿈을 막을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비판보다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대안이 뭐냐고 늘 물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 대안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정청래 같은 좌파 정치인들이 말했었다.
 
“꼬우면 니들도 만드세요!”
 
이런 저런 점에서 필자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최소한, 제대로 된 자유우파라면 그 시상식을 보면서 저기에 저 따위 놈들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영화와 감독들이 가야 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라도 하는 분들이 몇몇 보이기 때문이다.
봉준호의 기생충 수상에 왈가왈부하고 비판하는 것은 없어도 너무 없어 보인다.
영화와 영화제는 구분할 줄 아는 수준에서 정확한 공격과 반격을 하는 것이 멋지지 않는가?
자유우파가 지금 권력이 없지 ‘가오’가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은 자본의 승리였고, 자본주의의 승리였다.
마음껏 축하하고 자본주의의 승리를 되찾아 오자. 
임미리 교수가 ‘민주당은 빼고~’했다고 좋다고 따라하는 한심한 짓 좀 제발 그만하고……

최공재 객원 칼럼니스트(영화감독 / (주)작당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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