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孫대표, 바른미래 최고위서 "호남신당 새롭지 않아...미래세대가 주역 돼야" 3당 합의문 심사 보류
바른미래-대안신당-민평당 국회의원들, 합동 의총열어 공동교섭단체 논의키로...원외인사 개입 어려워
바른정당계-안철수계 줄탈당 때 '당권파'로 불리던 바른미래 의원들도 7~8명 모여 거취 논의한 듯

약속 번복까지 불사하며 당권을 고집해 옛 바른정당계·안철수계 '줄탈당'을 야기했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73)가 17일 이번엔 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호남 지지기반 3개 정당의 합당 합의문 추인을 미뤘다. 지난 5일 스스로가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협상 대표자간 도출된 합의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합당) 합의문 추인은 신중한 문제이고, 폭넓은 국민·당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오늘 최고위에서의 심사를 보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통합당'이라는 당명, 3당 대표로 구성되는 지도체제, 이달 28일 끝나는 공동대표단 임기 등 세부사항까지 합의됐던 3당 간 합당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정치권 안팎에선 그가 '공동대표 체제로 신당이 출범하는 것에 반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손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도 "선거 편의를 위한 지역주의는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 우리 정치가 구태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며 "호남 신당의 창당은 결코 새로운 일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중도·개혁 세력이 제3의 길을 굳건히 지켜내 정치개혁과 세대교체 개혁에 앞장설 때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주의와 이념에서 자유로운 미래 세대가 정치의 주역이 돼 실용주의 중도개혁 정치를 펼쳐나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사실상 현재 합의된 내용대로의 호남 신당 창당을 두고 '선거 편의를 위한 지역주의', '구태 정치'로 규정한 것이다.

손 대표는 '3당 통합에 부정적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정치를 새롭게 바꾸어 이끌어 나가야 하고 총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치구조개혁, 세대교체라는 뜻"이라며 "지역주의 정당이 되고 몇몇 정치인들의 당선을 위해서 합당해서는 안 된다"고 에둘러 답했다.

다만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서는 "합당과 관계없이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구 획정 논의를 위해 교섭단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최근 김관영·이찬열 의원의 탈당으로 바른미래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데다, '당권파'로 분류돼왔음에도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의원들의 연쇄 탈당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호남3당 합당'을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한편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대안신당·민평당은 무소속 의원들과 손을 잡고 공동교섭단체를 결성하는 방안을 추진, 합동 의원총회를 예고하고 있다.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지난 14일 통합추진위원장들의 합의문을 최고위원회 의결로 추인하겠다"며 다른 두 당에 합의 추인을 촉구하면서도, 3당 소속 및 일부 무소속 의원들이 참여하는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서명에는 안철수계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외한 21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이날 오후 3시 합동 의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경환 대표는 "지난 주말 3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참여하는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20명 이상이 참여한 의원서명이 이뤄졌다"며 "오늘 오후 합동 의원총회를 통해 교섭단체 명칭을 확정하고 대표의원을 결정해 국회 사무처에 신고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은 출발하는 중도개혁 통합열차의 실질적인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뉴스1에 따르면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를 비롯한 구(舊) 당권파 의원들 역시 이날 오전 국회에서 7~8명이 회동해 거취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외 인사인 손 대표를 제쳐두고 호남계 국회의원들 간에 통합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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