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태구민으로 출마...北, 핵무기 포기 의사 없고 적화통일 포기하지 않을 것”
“비핵화 진전 없는데 개성공단만 재개해자는 건 정의롭지 못한 행위”
“개별관광 재개시, 국민 생명과 안전 담보할 대책 먼저 마련돼야 한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총선 지역구 출마를 공언한 태영호 전 주영북한대사관 공사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총선 지역구 출마를 공언한 태영호 전 주영북한대사관 공사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연합뉴스)

태영호 전 주영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해 북한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직으로부터 스마트폰 해킹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17일 조선일보와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들이 보도했다.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ESRC센터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하순 해킹 피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커의 서버에서 ‘태구민’이란 이름을 발견했다”며 “태 전 공사의 가명임을 확인하고 본인에게 직접 연락해 해킹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문 이사는 “개인정보라 자세히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문자 메시지, 주소록, 사진, 동영상, 스마트폰 단말기 정보 등이 유출된다”며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메신저로 접근해 악성 코드를 심는 ‘스피어피싱(Spear Phising)’ 해킹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태영호 전 공사 외에도 국회의원 보좌관, 통일·외교 관련 언론인, 탈북민, 변호사 등의 PC나 스마트폰도 해킹됐다”고 했다.

태 전 공사를 해킹한 주체는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해킹한 북한의 해커 그룹인 ‘김수키’와 ‘금성 121(Geumseong 121)’ 조직 등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성121은 지난해 국내 외교, 안보 당국자들 상대로 피싱 메일을 살포하는 등 사이버 공격을 지속해서 감행하고 있다.

한편 자유한국당 후보로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태 공사는 16일 주민등록상 이름인 ‘태구민(太救民)’으로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민등록상 이름이 ‘태구민’이라며 북한의 테러 위협을 피하고 북한이 자신을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귀순 당시 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형제자매들을 구원하기 위해 ‘구원할 구’에 ‘백성 민’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이번 총선에 본명인 ‘태영호’로 출마하려 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본래 이름과 생년월일을 되찾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행정절차에 3개월 이상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주민등록상 이름인 ‘태구민’이라는 이름으로 우선 선거 활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의 실제 출생일은 1962년 7월 25일이지만 북한 당국기 추적하지 못하도록 주민등로겡는 다른 생년월일을 기재했다.

그는 “북한 안팎의 북한주민들이 자신의 활동을 주의깊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자신을 통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은 개인 태영호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 가치를 알리는 태영호이자,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태영호가 될 것이라며 자신의 도전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공동체의 성장과 번영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변안전의 우려에 대해서는 “안전 보장에 어려움이 증가해도 정부를 믿고 새로운 도전에 당당히 나서겠다”고 했다.

주영 북한대사관 두 번째 서열이었던 태 전 공사는 지난 2016년 8월게 가족과 함께 귀순했고 같은 해 12월 한국 국민이 됐다. 그는 지난 10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태 전 공사는 서울 강남갑이나 서초갑 지역구 출마가 유력하다. 그는 “총선이 열리는 4월 15일은 북한에선 김일성이 태어난 날”이라며 “김일성 생일에 저를 통해 대한민국은 자유선거로 국회의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주민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태 전 공사는 헌법, 공정, 정의 등 3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개성공단, 관광 사업 추진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고 적화통일 전략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북한에 정성을 다하면 그들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여기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로운 평화란 우리가 주동적으로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평화에도 정의로운 평화와 정의롭지 못한 평화가 있다”며 “북한 눈치 보면서 조심히 유지하는 평화는 정의로운 평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큰 틀에서 한미동맹에 기초해 국방력을 다지고,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북한과의 접촉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데 개성공단만 재개해자는 건 정의롭지 못한 행위”라며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에 맞춰 개성공단 재개가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만약 개성공단을 재개해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준다면 김정은 사무실에 현금 박스를 직송할 게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직접 줘야 한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개별 관광’에 대해 “개별관광은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정의롭지 못하다”며 “금강산 한국인 피살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외국에서 북한 비자를 받아 관광한다는 발상 또한 위험하다”며 “한국에서 북한으로 갈 때는 비자가 아니라 ‘방문증’이 필요하다. 비자를 받아 관광하자는 건 한국이 먼저 영구분단으로 가자고 하는,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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