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지난 1월12일 정부서울청사 앞 탈북민 텐트 찾아와 ‘계고장’ 내밀어...바로 이틀 뒤 경찰 대동하고 나타나 ‘행정대집행’ 실시
여타 불법 천막들은 놔두고 탈북민 천막만 특정해 강제 철거 나선 이유는 “통일부가 지속적으로 철거해 달라는 민원 제기해서”
통일부와 종로구 사이의 엇갈린 주장...둘 중 하나는 필연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서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주변 ‘불법적치물’ 치워달라는 기자의 요구는 묵살중

통일부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왼쪽)와 종로구 청사(오른쪽).(사진=박순종 기자)
통일부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왼쪽)와 종로구 청사(오른쪽).(사진=박순종 기자)

정부서울청사 앞 천막에 대해 지난 1월14일부터 1월15일까지 이틀 간에 걸쳐 서울 종로구(구청장 김영종·더불어민주당)가 강행한 ‘행정대집행’(강제 철거)와 관련해 종로구와 통일부 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종로구는 “통일부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에 따라 탈북민 천막 철거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통일부는 종로구의 주장을 전면 부인(否認)했다. 종로구와 통일부,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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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8일 해군이 소위 ‘오징어잡이배 선상(船上) 살인사건’의 무대가 됐다는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는 모습. 당시 정부는 해당 선박에 승선해 있던 북한 주민 2명이 16명의 동료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이들 탈북민 2명을 북한으로 추방했다.(사진=통일부)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재인 정권 통일부는 소위 ‘오징어잡이배 선상(船上) 살인 사건’에 연루된 탈북민 2명을 강제 북송(北送)한 바 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지난해 11월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으로 추방된 2명의 탈북민들이) 귀순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느냐’는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신문(訊問)을 받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반된 진술들이 있었지만 죽더라도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김연철 장관의 발언은 거짓임이 판명됐다.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김태희, 이동현 씨 등 탈북민 단체 ‘남북함께’ 관계자들은 ‘김연철 장관의 사퇴’ 등을 요구하며 통일부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입구 부근에 천막을 치고 ‘릴레이 단식’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김태희 씨는 단식 개시 12일만인 지난해 12월17일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남북함께’ 관계자들은 음향 송출이 가능한 차량을 동원하고 정부서울청사 앞에 천막을 더 늘려 설치하기도 했다. 탈북민 이동현 씨에 따르면 종로구 측 관계자들은 지난 1월11일(토요일)에 ‘남북함께’ 천막을 방문해 ‘강제 철거’를 예고했고, 이튿날인 1월12일(일요일)에는 계고장을 들고 왔다. 탈북민들이 설치한 천막에 계고장을 붙이려는 종로구 관계자들과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탈북민들 사이에 마찰이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종로구 관계자들이 가져온 계고장이 찢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만인 지난 1월14일(화요일), 경찰을 대동해 나타난 종로구 관계자들은 탈북민들이 설치한 천막 등을 ‘불법적치물’로 보고 ‘행정대집행’(강제 철거)을 실시했다. 다음 날인 1월15일(수요일)에는 천막 철거를 저지하고자 천막 안에 주저 앉은 김태희 씨를 경찰이 강제로 끌고나오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과정은 김태희 씨의 휴대전화기기에 동영상으로 모두 기록됐으며, 펜앤드마이크는 해당 영상을 확보한 상태다.

“종로구, ‘공무집행방해다’ 경고 없었다” 탈북민 김태희 씨 증언

김태희 씨 주장에 따르면 종로구나 경찰 측 관계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천막 안에서 농성하는 것’이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경고하지 않았다. 펜앤드마이크는 이같은 김 씨의 주장을 검증하고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 종로경찰서 측에 김 씨의 주장의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채증 영상 등을 요구했으나,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4일 ‘정보 부존재(不存在)’를 펜앤드마이크 측에 통보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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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손에 들린 채증용 비디오 카메라(왼쪽)와 탈북민 김태희 씨 등이 설치한 천막을 설치하기 위해 천막으로 접근하는 종로구 관계자의 모습(가운데), 그리고 여경들이 천막 안에 주저 앉아 농성하는 김태희 씨를 강제로 끌어내는 모습(오른쪽). 해당 영상은 지난 1월15일 탈북민 김태희 씨가 촬영했다. 영상 속에는 당시 현장을 채증하는 것으로 보이는 여러 경찰들의 모습이 담겨 있지만, 서울지방경찰청은 채증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탈북민 김태희 씨는 또 ‘천막 안 농성’으로 종로구의 행정대집행을 저지하는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경고를 종로구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영상=김태희·탈북민 시민단체 ‘남북함께’ 회원)

김태희 씨 등 ‘남북함께’ 관계자들이 설치한 천막 철거 사건과 관련해 국내 여러 매체가 깊은 관심을 갖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1월16일자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이다. 당시 조선일보는 김 씨 등 탈북민들이 설치한 천막을 철거한 사유에 대해 종로구 관계자가 “매일같이 장관(김연철)을 해임하라고 주장하는 집회가 열리는 데 대해 통일부에서 불법 천막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수 차례 들어왔다”며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구청 입장에서는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전했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통일부가 종로구 측에 ‘탈북민 불법 천막 철거’ 등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공개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정부 기관 사이의 민원 제기가 가능한지’에 대한 법률 해석을 요구했다.

통일부는 ‘탈북민 불법 천막 철거를 종로구 측에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 기관 사이의 민원 제기 가능 여부에 관한 법률 해석을 요청하는 기자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지난 14일 펜앤드마이크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일부 인도협력국 정착지원과 석진만(서기관·4급) 씨는 “통일부는 (김 씨 등) 탈북민들이 설치한 천막을 철거해 달라고 종로구 측에 요청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석 씨는 “탈북민들이 차량을 동원해 방송을 하고 있어 업무에 방해가 되는데, 이를 어떡하면 좋겠느냐는 취지에서 종로구 측에 통일부 차원의 문의를 한 적은 있다”며 “하지만 그것은 ‘철거’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통일부 측 입장은 종로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하고 기자가 질문하자 석 씨는 “그 부분은 종로구에 문의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기자는 또 종로구 측이 통일부 측으로부터 ‘탈북민 천막 철거 요청’ 관련 공문을 접수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통일부 측에 요청한 것과 같은 내용으로 종로구 측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해당 업무를 담당한 종로구 건설교통국 건설관리과 가로시설정비팀 박병두 주무관(지방행정주사보·7급)은 정보공개 결과 통보 마감일(2월14일)이 지났음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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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지난 14일 ‘탈북민 불법 천막 철거를 종로구 측에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이미지=통일부·박순종 기자)

정보공개청구 등을 다루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제3조(정보공개의 원칙)에서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제5조(정보공개 청구권자)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기자는 정보공개청구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권익위원회 등에 종로구 건설관리과 소속 박병두 씨가 그간 보여온 불성실한 업무 태도를 고발하는 한편 조속한 민원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촉구했다.

한편, 서울 종로구 소재 구(舊)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위 ‘평화의 소녀상’ 주변의 ‘불법적치물’과 관련해, 본 기자는 수 차례에 걸쳐 종로구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 철거를 요구해 왔으나,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종로구 측은 이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이에 앞서 박병두 씨는 지난 10일 종로구청을 방문해 ‘평화의 소녀상’ 주변 ‘불법적치물’ 철거를 요구한 기자에게 ‘형평성’을 내세워 “철거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기자가 종로구청을 방문한 사흘 뒤인 지난 13일, 종로구는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하야’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3일부터 농성을 이어온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등 보수단체 천막을 기습 철거해 ‘편파행정’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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