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과 포털의 일그러진 현주소 다시 한번 보여줘

방송과 포털은 1일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규모 '3.1절 범국민대회'를 의식적으로 외면했다. 국가기간통신사를 자처하는 연합뉴스도 이번 태극기집회에 무관심했다. 과연 과거 촛불집회에 같은 인원이 참석했어도 이런 식으로 보도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특히 명색이 언론을 자처하는 집단이 최소한 수십만 명이 참여한 집회(주최측 추산은 100만 명 이상)를 이처럼 철저히 외면할 수 있느냐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오히려 외신들이 이날 집회를 비중있게 보도한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언론의 뒤틀린 현실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광화문을 비롯한 서울 도심이 인파로 가득 들어찼는데도 YTN과 연합뉴스TV는 태극기집회를 외면했다. 방송을 통해서 소식을 접하는 국민들은 방송사 관심 밖인 태극기집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같은 시간 지상파 방송과 종편들도 이날 집회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연합뉴스TV에서 다룬 <다함께 "대한독립 만세"...발 벗고 나선 시민들> 보도는 안국역에 33인이 모였던 행사였다. 이에 비해 수십만 명이 참가한 태극기집회는 검색조차 되지 않았다.
 

연합뉴스TV 검색결과. (왼쪽)'태극기집회' 검색결과 (오른쪽)'3·1절' 검색결과.
연합뉴스TV 검색결과. (왼쪽)'태극기집회' 검색결과 (오른쪽)'3·1절' 검색결과.
YTN 사이트. (왼쪽부터) YTN 메인 페이지, '태극기집회' 검색결과, '3·1절' 검색결과, YTN '태극기집회' 보도 中 가장 최근 보도(7시 기준)

네이버 포털은 주요뉴스나 많이 본 뉴스 순위에서 ‘태극기집회’를 찾을 수 없었다. 애초에 뉴스 보도가 제대로 안 이루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오후 7시 기준, 네이버 뉴스 정치분야 상위권에는 <文대통령, 임시정부 정통성 강조하며 ‘역사전쟁’ 승부수>(이데일리), <탈북자가 말하는 ‘김여정 글씨체’에 담긴 숨은 의미들>(중앙), <文대통령 3·1절 기념사서 日 고강도 비판…日정부 대응 강도는?>(연합)이 각각 1, 2, 3순위를 차지했다.

네이버 뉴스 사회분야에서는 상위권이 <[탐정 손수호] "여의도 면적 8배 이완용 땅, 누구에게 갔나?">(노컷뉴스), <'항일 전시관'으로 변신한 안국역…독립운동가 가면 쓰고 "만세">(연합), <심장마비ㆍ뇌졸중 부르는 '수면무호흡증'...검사ㆍ치료비 부담 적어진다>(중앙)이 차지했다.
 

(사진=네이버 포털)
(사진=네이버 포털)

포털 검색에는 태극기집회의 본질보다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하는 강유미가 어떤 존재감을 내뿜었는지 보도했다. 태극기집회가 시작된 오후 12시 부근에는 녹색경제신문, 시선뉴스 등에서 “태극기 흔들지 마”를 제목에 작성하며 마치 태극기 집회가 태극기의 의미를 변질시키고 분열을 조장한다는 내용이 강조됐다.
 

포털 네이버 '태극기집회' 검색 결과 일부(1·2페이지 참고)
포털 네이버 '태극기집회' 검색 결과 일부(1·2페이지 참고)

연합뉴스는 3월 1일 오후 5시에 <'3·1절' 서울 도심 곳곳 집회…'제주 4·3 특별법' 개정 촉구도>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태극기집회는 구색맞추기일 뿐, 주된 내용이 아니었다.

좌파 연합단체인 '3·1민회 조직위원회'가 가장 상단을 차지했다. ‘비정규직없는세상, 한미군사훈련중단, 국가보안법철폐, 친일적폐청산, 사드철폐, 천안함재조사, 학벌없는평등사회’ 등의 플래카드를 들었던 좌파 연합단체가 가장 주목받았다.

인터넷 매체 중에는 뉴데일리가 이번 행사를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했고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조선닷컴이 오후 4시경부터 이번 집회를 비중있게 보도한 것이 눈에 띄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명단>
이슬기 기자(팀장) s.lee@pennmike.com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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