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줄줄이 적자 전환한 항공사들...올해는 '우한폐렴' 여파로 중국-동남아 지역 수요 급감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보다도 훨씬 심각...제주항공은 '위기경영체제' 선포

사진: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반일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받은 국내 항공사들이 올해 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비롯한 저가항공사(LCC)들의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줄이 감소한 데 이어 올해 초엔 '우한 폐렴'으로 실적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다.

최근 발표된 국내 항공사들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대한항공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조6918억원, 261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5%, 59.1%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2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작년 매출액은 7조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8378억원으로 적자가 늘어났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도 지난해 4분기 4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적자 전환했다. 티웨이항공은 작년 8104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진에어도 지난해 영업손실 491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항공사들은 보통 여행 성수기인 1분기와 3분기에 실적 개선을 기대하지만, '우한 폐렴' 확산으로 이마저도 기대가 힘든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1월 초 국적 항공사 8곳의 한중 노선은 59개로 주 546회 운항했으나, 2월 첫째 주에 주 380회로 30% 감소한 데 이어 2월 둘째 주에는 주 162회로 70% 감소했다.

이같은 항공 여객 감소폭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때 보다 훨씬 빠르다. 사스의 발병 당시 4개월 만에 항공 여객 수요는 8.4% 감소했고, 메르스 사태 때는 한달 사이 12.1% 감소했다. 그러나 이번 '우한 폐렴' 사태는 2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항공 여객이 무려 31.5%나 감소했다.

항공사들은 이같은 수요 감소 등으로 지난달부터 한국-중국 노선을 대부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동남아시아 노선도 함께 중단하는 추세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대만 타이중 노선을 오는 26일부터, 인천∼태국 치앙마이 노선은 다음달 3일부터 각각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으며, 인천에서 하노이, 방콕, 싱가포르, 사이판 등으로 운항하는 노선들도 편수를 줄이기로 했다.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도 운항을 대폭 줄이거나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은 비상경영체제를 넘어선 '위기경영체제'에 돌입, 회사의 생존 여부를 걱정해야 할 상황까지 내몰렸다. 

특히 제주항공은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영진이 먼저 임금의 30% 이상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12일 이같이 밝히고 "이제 항공산업은 수익성 저하 차원을 넘어 생존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며 "비상경영을 넘어선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저가항공사(LCC) 가운데 중국노선 매출 비중이 15%(작년 3분기 기준)로 가장 높아 타격이 크다. 이에 제주항공은 기존에 승무원 대상으로 진행했던 무급휴가 제도를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대부분의 LCC들이 희망휴직, 무급휴직 제도 시행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모습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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