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력 제로, 국민 약올리나?'...정세균, 13일 신촌 일부 점포 방문 중 상인 위로한다며 失言 쏟아내
中코로나로 손님 줄었다는 상인에 "그간에 돈 많이 벌어놓은 것 가지고 조금 버티셔야지"
"반가워요. 요새는 좀 손님들 적으니까 편하시겠어요" 말 건네자...상인 "그렇지 않습니다"
이천 우한 교민 격리시설-인근 시장 '노 마스크'로 활보하기도...총리실은 "마스크 쓰면 국민 불안"?
文대통령도 12일 남대문시장 방문 중 매출 70% 떨어졌다는 홍삼 상인 한탄에 '웃음기' 띤 표정
'경기 원래 안좋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손님 더 없다'는 떡집 상인에겐 박영선이 "특별융자 애용하시라"
방역 컨트롤타워, 국정책임자로서 '반성'은커녕 ""정부 최선 다하고 있다" "지나친 불안 확인됐다" 유체이탈

사진=채널A 2월13일자 '순간포착' 보도화면 캡처

문재인 정권의 1·2인자들이 국내까지 정부의 차단책 없이 확산된 중국발 우한 폐렴(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제 직격탄'을 맞은 시장 상인들을 위로 방문하는 과정에서 상식과 동떨어진 언행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손님이 급감한 점포에서 "손님들이 적으니까 편하겠다" "돈 많이 벌어놓은 것 가지고 조금 버티시라"는 말을 건넨다거나, 매출이 70% 줄었다는 상인의 한탄을 웃음을 띤 채 듣는 등 국민과 공감대를 이루긴커녕 약올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자아내는 행보들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13일) 재래시장 경기를 살핀다는 취지로 서울 신촌 명물거리 점포 4곳을 차례로 방문했다. 당일 채널A '순간포착'에 따르면 정세균 총리는 한 점포에서 "여기가 유명한 집이라면서요?", "외국 손님들도 많이 있어요?"라고 물었다.

해당 점포 상인은 "저희가 원래 (손님이) 많은 편이긴 한데 코로나 때문에 아무래도..."라며 손님이 줄어 매상에 타격을 입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런데 이에 정 총리는 "금방 또 괜찮아질 것"이라며 "원래 무슨 일이 있으면 (손님이) 확 줄었다가 좀 지나면 다시 회복되고 하니까, 그간에 돈 많이 벌어놓은 것 가지고 조금 버티셔야지"라고 말했다.

행정부 2인자로서 중국발 코로나 확산에 대한 물리적 차단책 등 불안을 잠재울 조치를 상인에게 약속하기보다, '으레 있는 일' 쯤으로 치부한 셈이다. '위로 방문'과는 거리가 먼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총리의 돌출행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점포를 찾은 자리에서는 상인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건네자 마자 "요새는 좀 손님들이 적으시니까 편하시겠네?"라고 물었다.

상인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직언했다. 정 총리는 "아마 조만간 다시 바빠지실 거니까, 편하게 지내시는 게 좋아요"라고 짐작하듯 말했다. 

채널A는 이같은 장면을 보도하면서 "위로하려고 하신 말씀 맞으시죠?"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정 총리는 같은날 오후 경기 이천시 국방어학원을 찾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전세기로 이송해 온 교민들의 임시 생활시설을 시찰하고 인근 장호원 전통시장 상인들을 방문하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활보했다.

총리실 안팎에 따르면 정 총리가 당일 마스크 없이 민생행보를 한 것은 의도된 행보였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정권 특유의 '말잔치' '보여주기 식' 정치에 경도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코로나 국내 확산에 대한 주의를 요하는 중대 시점에 총리가 사람이 모여드는 장소로 행차하면서 '마스크 미착용'을 고집한 것은 기본 에티켓에 어긋나는데다 '방역 컨트롤 타워'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총리실이 당일 배포한 정 총리의 시설 방문에 대한 보도자료에조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수칙'으로 '의료기관 방문시 (마스크 착용은) 필수'라며 마스크 삽화와 함께 강조하고 있지만 정 총리 본인이 상반된 행보를 한 것이다.

이에 더해 14일 총리실은 정 총리가 다수의 수행원을 대동해 우한 교민 격리시설과 전통시설을 찾으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데 따른 논란에 "감염 우려가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면 지역민뿐 아니라 국민에게 불안감을 줄 우려가 있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해명을 내놨다.

사진=2월12일자 '연합뉴스' 유튜브 보도화면 캡처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남대문 시장을 방문했을 때 보인 일부 행동도 언론·방송을 통해 본 유권자들의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대문 시장 상인들과 오찬 간담회에 앞서 어묵, 떡집, 홍삼 가게를 찾았다. 이 중 홍삼 가게를 방문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어떤가"라고 물었고, 상인은 "70% 이상 떨어진 것 같다. 남대문 시장이 한국에서 가장 큰 시장인데 많이 걱정된다"고 했다.

마스크를 쓴 문 대통령은 놀라운 듯 "70%로 줄어든 것이 아니라, 70%가 아예 줄었다. 30%밖에 안 된다(는 말씀이시냐)?"라고 반문했다. 

안타까움의 표현 방식이었을 수도 있지만, 문 대통령은 웃음을 띤 표정으로 이 홍삼 상인의 말을 듣고 두 손을 써가며 제스처를 취했다. 문 대통령은 이곳에서 질병관리본부 직원 격려용으로 스틱형 홍삼액 30박스를 샀다. 

사진=2월12일자 '연합뉴스' 유튜브 보도화면 캡처

문 대통령이 떡집 상인을 찾았을 때는 "원래 경기가 안좋아서 손님도 없는데, 코로나 때문에 지금 더 많이 안 좋아져서 손님들이 없어요"라는 하소연을 들었다. 상인의 호소는 '경기가 반등세였는데 중국발 코로나로 인해 악화됐다'는 문 대통령의 정부 책임회피성 발언과는 결이 달랐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은 해당 상인에게 "내일(13일)부터 특별 융자 실시하니까 혹시 필요하시면 많이 애용하시고…"라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돈을 빌려쓰는' 것을 대책으로 언급한 셈이다.

어묵집의 상인은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 (매출이) 3분의 1로 준 거 같다"면서도 "다 같이 힘드니 열심히 해야죠"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힘내고 이겨냅시다"라고 말하고 어묵 4만8000원어치를 샀다.

사진=2월12일자 '연합뉴스' 유튜브 보도화면 캡처

당일 우산을 쓴 채 대통령이 시장을 걸어 다니자 곳곳의 상인들의 "살려달라"는 아우성을 쳤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 행보 과정에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힘내달라.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외교와 내정 분야 책임이 모두 거론되는 중국발 코로나 확산 사태를 두고 국정 책임자로서의 '반성'을 보이기 보다는, 정부 책임론을 애써 부정하느라 민간 경제 피해자들과 동등한 주체인 양 '힘내자' 등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한 셈이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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