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하버드·예일대 불법 차이나머니 받았는지 집중 조사
각 대학에 외국에서 지원받은 내역 일체 제출 요구
중국 정부의 '천인계획(千人計劃)' 프로그램 겨냥
중국 자본 침투 만연해도 미신고 많아...'공자학원(孔子學院)'도 주시
영국 하원, "대학, 중국 자본에 의존해 학문의 자유 침해 당하고 있다"

미국 교육부가 중국 등에서 거액의 자본을 지원받고도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버드대와 예일대에 대한 대대적 조사에 착수했다. 금전적 지원을 통해 세계적 명문대에 침투한 중국이 미국의 지식시장에 입김을 미친다는 우려 등이 제기된 바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 교육부는 하버드대와 예일대가 화웨이·ZTE 등 중국 기업과 외국 정부·기업·재단 등으로부터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은 점을 조사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화웨이·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와 이란 알라비재단 등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 예일대는 2017년까지 3년여동안 중국 통신 업체들과 베이징대 옌칭아카데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등으로부터 도합 3억7500만달러(약 4400억원)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현행법에 따르면 대학은 25만달러(약 3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해외로부터 받았을 경우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이들 대학에 중국·사우디·러시아 등 외국 기부금 내역 자료를 요구한 상태다.

미국 정부의 이번 명문대 조사 착수는 중국 정부의 '천인계획(千人計劃)' 프로그램을 정조준하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08년부터 선정한 학자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왔다. 유학을 간 자국 인재는 물론 외국인 연구자와 기업인 등을 망라해 파격적인 연구비와 주거·의료·보험 지원 등을 제공한다. 중국은 지난 10여년간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6000명 이상을 중국으로 끌어들였다.

중국 정부는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미국 대학에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를 뿌렸다. 블룸버그는 이중에서 하버드대가 9370만달러(약 1100억원)로 가장 많은 돈을 받았다고 전했다. WSJ는 미국 대학들이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거액을 지원받고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돈만 최소 65억달러(약 7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하버드대에서 화학·화학생물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찰스 리버 교수는 중국 ‘천인계획’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만 달러의 돈을 지원받고도 당국에 거짓 진술을 해 구속 기소됐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언어와 문화 교육을 목적으로 전 세계에 설립하고 있는 '공자학원(孔子學院)'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미 상원 조사에서는 공자학원을 설치한 미국 대학의 70% 정도가 중국 정부로부터의 자금 지원 내역을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지난해 11월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대학들이 중국의 자금력에 의존한 나머지 학문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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