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인 작가가 文 그렸다"? 분노에 눈먼 '가짜뉴스 대행진'…연합뉴스 차장도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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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3.01 21:01:56
  • 최종수정 2018.03.02 16:36
  • 댓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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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영철에 文 고개 숙여' 가짜뉴스 인용했다는 가짜뉴스
윤서인, 자신을 '일베'로 매도한 헤럴드경제 김수한 기자 고소키로
연합뉴스 임화섭 차장, 윤서인 공개비난 후 반론에 이틀째 침묵
윤서인 만화작가가 인터넷신문 '미디어펜'에 연재 중인 '미펜툰' 지난달 27일자 '지켜보고 있다' 편. 윤 작가는 북한 김영철과 악수하고 있는 인물을 문재인 대통령의 인상착의와 달리 '안경을 쓰지 않은 흑발 남성'으로 그렸다.(사진=미디어펜 홈페이지)
윤서인 만화작가가 인터넷신문 '미디어펜'에 연재 중인 '미펜툰' 지난달 27일자 '지켜보고 있다' 편. 윤 작가는 북한 김영철과 악수하고 있는 인물을 문재인 대통령의 인상착의와 달리 '안경을 쓰지 않은 흑발 남성'으로 그렸다.(사진=미디어펜 홈페이지)

자유주의 성향 윤서인 만화작가가, 인터넷신문 '미디어펜'에 연재 중인 정기 웹툰 '미펜툰' 지난달 27일자를 둘러싼 '상식 밖'의 가짜뉴스 논란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작품 속에 묘사하지도 않은 문재인 대통령을 그렸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 임화섭 차장이 직접 가담해 "시사만화를 그릴 깜냥이 안 된다"고 비아냥대는 등 볼썽사나운 행태가 잇따른 탓이다. 반면 상식적인 시민들이 그들을 언론의 기본자세가 안 됐다고 공박하는 역풍도 만만치 않다.

앞서 윤서인 작가는 지난달 27일, 이틀 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북한 대표단장 자격으로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의문의 정장 차림 남성이 김영철 앞에 고개를 조아리며 악수를 청하는 모습을 담은 '뉴스1' 등 언론사 포토뉴스에 착안해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46용사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제목의 1컷 웹툰을 미디어펜에 기고했다.

윤서인 웹툰작가가 그동안 '미펜툰'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묘사할 때는 회색 머리카락과 안경 착용 등 두드러진 특성 묘사가 빠진 적이 없다.(사진=미디어펜 홈페이지)
윤서인 웹툰작가가 그동안 '미펜툰'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묘사할 때는 회색 머리카락과 안경 착용 등 두드러진 특성 묘사가 빠진 적이 없다.(사진=미디어펜 홈페이지)

문제의 악수 장면 사진을 놓고 고개를 조아린 인물이 '통일부 관계자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지만 정부 측은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있었다. 실제로 윤 작가는 사진 속 뒷모습 인상착의를 그대로 따라 이 남성을 안경을 쓰지 않은 흑발의 중년 남성으로 그려냈고, 그 누구라고 특정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주범으로 꼽히는 김영철을 만나 고개를 조아렸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이 이는 시점이었다.

비슷한 시점 같은 포토뉴스를 접하고 일부 반문(反문재인) 성향 유권자들은 '김영철과 악수를 한 인물이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규정하는 낭설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유포했다. 이런 가운데 윤 작가는 27일 페이스북에 미디어펜에 게재된 웹툰 링크를 올리며 "시사만화 그리기 시작한 이래 가장 분노하면서 그린 컷"이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다음날인 28일 헤럴드경제, 노컷뉴스, 국민일보, 서울신문 등은 '김영철에 90도 고개숙인 문 대통령' 낭설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있다면서 "이 가짜뉴스는 윤서인 작가까지 인용하면서 만평을 그리는 등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허위사실을 퍼뜨렸다.

이 중 헤럴드경제 김수한 기자는 아예 기사 제목을 "김영철에 고개숙인 문대통령? 가짜뉴스로 만화 그린 '일베' 윤서인 논란"이라고 지어, 윤 작가를 강성 우익 성향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의 준말) 회원으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이런 일련의 음해성 보도가 확산되면서 친문(親문재인) 지지자들 위주로 '이 때다' 싶은 인신공격과, 최근 작품을 왜곡해 '윤 작가가 조두순을 옹호했다'는 등 허위사실 유포 공세가 빗발쳤다.

사진=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제휴 언론보도 캡처
사진=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제휴 언론보도 캡처

이를 접한 윤 작가는 헤럴드경제 기사를 28일 직접 지목해 "명백한 허위사실에다 극우 낙인까지 온갖 악의로 뒤덮인 기사"라고 밝혔다. 그는 "일베에서 저보다 훨씬 더 유명한 노짱(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속칭)한테도 그런(일베 회원이라는) 낙인을 찍으시나. 기자님 일베 하시나"라고 쏘아붙인 뒤 "기자님께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민사소송을 중심으로 형사소송까지 모두 진행한다. 하는 데까지 해볼 생각"이라고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임화섭 연합뉴스 차장은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김영철에 고개를 조아렸다'는 가짜뉴스 트위터 캡처, 윤 작가의 27일 웹툰 공유 포스팅 캡처, 김영철과 문제의 남성 악수 사진, 남성의 정체에 관한 통일부 페이스북 공식계정 측의 "호텔측 관계자"라는 답변 캡처를 게재하며 윤 작가를 비난하는 'Kim Jeongho' 계정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임 차장은 공유와 함께 "'시사만화가로서 전문성' 운운하며 자기가 모 연예인보다는 정치 시사를 많이 안다고 주장해 온 만화가 윤서인씨의 '전문성' 수준은 이 꼴"이라며 "윤서인씨가 '시사만화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분노해서 그렸다'는 만화가 이 꼴이니 윤서인씨가 그린 다른 시사만화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엔 윤서인씨는 시사만화를 그릴 깜냥이 안 됩니다. 특정 정파 선전 만화는 몰라도요"라고 빈정댔다.

앞서의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이 김영철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악수를 하는 모습으로 규정한 가짜뉴스를 윤 작가가 인용해 작품으로 그려냈다는 낭설을 근거 삼아 '중견 언론인' 자격으로 '직업 만화가'로서의 자질을 문제삼은 것이다.

사진=임화섭 연합뉴스 차장과 윤서인 웹툰작가 페이스북 글 캡처
사진=임화섭 연합뉴스 차장과 윤서인 웹툰작가 페이스북 글 캡처

윤 작가는 임 차장의 글에도 정면 대응했다. 그는 1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거대 언론사 연합뉴스의 차장님께서 저에게 시사만화를 그릴 깜냥이 안 된다고 하시니 저도 그 점은 충분히 동의합니다만"이라고 자조를 드러낸 뒤 "저렇게까지 확신에 찬 글을 올려주신 이상 제 만화에 고개숙인 남자가 문통이라는 근거,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의 엉터리 SNS를 보고 만화를 그렸다는 근거 요 두가지는 좀 밝혀주셔야 할 것 같다"고 공개 질의했다.

이어 "왜냐하면 저는 저 남자를 문통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안경을 그리지 않았음), 만화 그리기 전에 저 (문 대통령이 고개를 조아렸다는) 엉터리 SNS를 본 적도 없다"며 "님의 사회적 위치에 걸맞는 책임있고 근거있는 답변을 기다리겠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임 차장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윤 작가의 입장대로 '연합뉴스 차장'으로서의 공식 해명을 촉구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윤 작가도 직접 댓글을 달아뒀다. 그러나 1일 저녁이 된 시점까지도 임 차장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 작가는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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