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향신문 1월28일자 임미리 고려대 교수 칼럼 내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대목 선거법위반 고발
임미리 교수는 촛불정변 칭송자...민주당 정권 권력사유화에 지쳐 "국민이 정당 길들여보자" 했을뿐
임 교수 "이례적 칼럼 고발에 놀랐다...이름에 '민주' 단 정당이 표현의자유 억압 황당해, 완패를 바란다"
좌파매체서까지 "정신나간 민주당" 비난 나와...反文좌파 진중권 "나도 고발해라. 민주당 절대 찍지말자"

사진=지난 1월28일자 경향신문 정동칼럼 일부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열렬한 '촛불시위' 지지자의 관점에서 "정당과 정치권력이 다시 상전이 됐다"고 정부여당을 꾸짖는 칼럼을 쓴 좌파성향 학자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칼럼을 게재한 좌파언론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13일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당이 가장 문제 삼은 건 지난달 28일 게재된 임미리 교수의 칼럼 <민주당만 빼고> 말미에 4.15 총선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쓰인 대목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칼럼의 제목과 결론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내용에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간주했으며, 경향신문의 경우 '해당 칼럼을 그대로 실었다'는 이유로 싸잡아 고발대상이 됐다고 한다. 고발인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로 알려졌다.

하지만 임 교수는 '민주당만 빼고'라는 문장 바로 앞에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고 쓴 바 있어, 민주당의 대척점에 있는 한국당 지지를 호소했다고 특정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진=지난 1월28일자 경향신문 정동칼럼 일부 캡처.

칼럼의 주된 흐름은 2016년말~2017년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퇴진시키면서 확대됐던 이른바 촛불집회의 취지를 민주당 권력이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죽 쒀서 개 준 격이 됐다'고 한탄하는 내용이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에 무조건 해당한다는 인식을 드러낼 만큼 촛불정변에 경도된 느낌도 준다. 이런 가운데 총선이 임박해도 세간에서 가시지 않는 '정치 혐오'의 주된 원인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있다는 취지의 문장이 많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임 교수는 이날 경향신문의 연락을 받고서야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된 사실을 알았고, "칼럼 때문에 고발당한 것은 이례적이라 나도 깜짝 놀랐다"고 반응했다.

해당 칼럼은 칼럼은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 심의위원회에도 회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사 칼럼을 쓴 필자와 신문이 특정 정당으로부터 고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진=지난 1월28일자 경향신문 정동칼럼 일부 캡처.

좌파매체 중 '프레시안'은 이례적으로 "정신 나간 민주당"이라고 여당을 강경 비판하면서 사건을 다룬 보도를 냈다.

임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87년 6월 항쟁을 소산으로 해서 태어난 정당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며 "민주주의의 기본인 표현의 자유인데, '민주'자를 이름에 단 정당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고 했다.

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전직 판사가 얼마 전까지 대표로 있던 정당이 (나를) 왜 고발했을까"라며 "(비판을) 위축시키거나 번거롭게 하려는 목적일 텐데 성공했다. 살이 살짝 떨리고 귀찮은 일들이 생길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는, 노엽고 슬프다.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 지난 지금의 한국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며 "(총선에서의) 민주당의 완패를 바란다. 그래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역사를 제대로 다시 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성토했다.

'조국 사태' 이후 친문세력과 등돌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민주당의 임 교수 고발 사건을 계기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도 고발하라"라고 일갈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낙선운동으로 재미봤던 분들이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며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맙시다. 나도 임미리 교수와 같이 고발당하겠다"고 핏대를 세웠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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