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事 엮인 블랙리스트'는 직권남용 무죄라던 대법원, 화이트리스트 지원의혹엔 "강요만 무죄"
'人事 엮인 블랙리스트'는 직권남용 무죄라던 대법원, 화이트리스트 지원의혹엔 "강요만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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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2.13 15:01:11
  • 최종수정 2020.02.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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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의 보수시민단체 자금 지원,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피고인들이 자금의 출처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게 '강요'를 했다는 혐의를 불인정하면서다. 그러나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동시에 재판을 받고 있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인사(人事)문제와는 거리가 먼 사건이어서인지, 직권남용에 대해선 원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에서 강요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판단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왼쪽부터) 박근혜 정부 때 직을 맡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연합뉴스)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1·2심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선 김 전 실장, 조 전 수석과 함께 기소된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과 박준우·현기환 전 정무수석,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제1차관, 오도성 전 국민소통비서관에 대한 선고도 함께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2016년 전경련을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시민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쟁점이 됐던 직권남용죄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지만, 강요죄에 대해선 "피고인들의 자금지원 요구가 강요죄가 성립될 만큼의 협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청와대 소속 공무원들이 전경련에 보수시민단체 자금지원 현황을 확인한 행위 등이 의사 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정도('해악의 고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경련 관계자들의 진술은 주관적이거나, 부담감·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반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자금지원 요구는 직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전경련 부회장의 자금지원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지난달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직권남용죄 법리에 따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 등이 동시에 재판받고 있는 특정 문화예술인 지원배제·1급 공무원 사직 강요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직권남용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논리를 이 재판에서 그대로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대법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죄를 따질 때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뿐만 아니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에 해당하는지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두가지 범죄성립 기준에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전경련에 특정 정치성향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구한 행위는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전경련 부회장은 이 같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해 전경련의 해당 보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결정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현준 전 행정관은 이날 재판 결과가 나온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직권남용권리행사와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등은 모두 위법으로 확정됐고, 강요죄만 무죄 취지 선고를 했다"면서 "전경련이 (청와대의) '직권의 대상'인지에 대한 법률적 제기를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의무 없는 일'에 대해서도 그대로 유죄로 확정했다"고 부당한 판결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지만"이라면서도 "역시 김명수 대법원 체제는..."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권 인사들이 역으로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 감찰 무마' '환경부 등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받게 된 상황에서 좌경화된 대법원이 돌연 직권남용 적용 기준을 높이는 판결을 내놓고, 인사 문제와 성격이 다른 사건에선 직권남용죄를 여전히 적용하는 등 정치재판을 이어가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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