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혐의 받던 유해용 전 판사 이어 양승태 사법부 법관 4명 모두 무죄
“신광렬 판사 경우 사법신뢰 확보 차원에서 비위사항 보고한 것...비밀누설 아냐”
“3명 판사 모두 각자 직책에 따라 행동한 것...비위 은폐 위한 공모 인정 안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왼쪽부터)가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왼쪽부터)가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현직 법관 3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달 13일 유해용(54·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받았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로써 양승태 사법부의 소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전·현직 법관 4명에 대한 의혹은 무죄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55·19기·서울고법 부장판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와 조의연(54·24기·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성창호(48·25기·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 부장판사는 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재직 중 ‘정운호 게이트’ 관련 검찰의 수사 기록과 영장청구서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성 부장판사는 수사 기록과 영장청구서를 신 부장판사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법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수사 정보를 수집, 세 사람이 조력했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우선 신 부장판사에 대해 “사법행정 차원에서 비위사항을 보고한 것일 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고 비위를 은폐·축소하기 위해 행정처 지시에 협조해 수사 기밀을 수집한 후 보고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성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영장전담 판사로서 통상적으로 수석 부장판사에게 처리 결과를 보고한 것”이라며 “이들은 신 부장판사가 문건을 작성해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다는 사정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함께 “영장전담 판사의 보고와, 수석 부장판사의 행정처 보고는 각기 별개인 것”이라며 “법관 비위가 불거지자 (신 부장판사가) 상세한 보고를 요구하고, 조·성 부장판사가 (이 같은 요구에 따라) 보고한 바 있지만 이런 정황으로는 세 사람이 영장 재판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외부에 누설할 의도로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에 검찰의 수사 기록 등을 보고한 행위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법리상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유 판사는 “신 부장판사는 법관 비위와 관련한 사항을 행정처에 보고할 의무가 있고, 임 전 차장은 이를 취합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며 "문제는 ‘비밀’인 수사 기록이라는 것인데, 수사 기록의 정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기관과 법원 내부의 판사, 필수 인력 사이에서만 공유된다. 외부에 누설돼서는 안 되는 정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리에 비춰봤을 때 비밀로 지켜질 필요가 있을 때만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신 부장판사가 영장 판사로부터 수사 정보를 보고받아 행정처에 보고한 것은 재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상황에서 관련 규정에 근거해 법관의 비위에 대한 감독 사무를 담당하는 상급 행정기관인 행정처 차장만을 상대로 이뤄졌다”며 “당시 검찰이 언론에 수사 정보를 브리핑하거나 징계 등의 처리를 위해 법원에 알려주기도 한 이상, (신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에 대해 비밀로 유지하고 보호할 가치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 부장판사의 행위로 인해 (검찰의) 범죄 수사 기능과 (법원의) 영장 재판 기능에 방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임 전 차장을 통해 행정처 내부에 알려져 국가 기능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사법 신뢰 확보를 위한 내부 보고로 용인될 수준에 해당할 뿐, 이를 누설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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