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기자간담회서 ‘수사-기소 분리’ 밝힌 다음날 윤석열에 만나자고 제안...거절당해
윤석열 “수사-기소 분리는 전 세계적으로 입법 유례 없다...대검은 반대 의견”
법조계 “추미애는 결론 상정하고 윤석열 만나 협의하는 구색 갖추려는 것”
尹 거절하자 법무부 “기소권 뺏는다는 의미 아냐...구체적으로 진행된 것도 없어” 물러서기도

추미애 법무 장관(좌측), 윤석열 검찰 총장./연합뉴스
추미애 법무 장관(좌측), 윤석열 검찰 총장./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내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방안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다음 날인 12일 윤석열 검찰 총장에게 “이 문제를 협의해보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전날 오후 이정수 대검 기획조정부장에게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를 하고 싶다”며 “오늘 대검찰청에 찾아가 윤 총장을 만나 뵙고 싶다”고 추 장관의 의향을 전했다. 조 국장은 지난 검찰 고위 인사를 통해 현 직책으로 부임됐지만 이전 동부지검장을 맡던 시절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에 늦장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윤 총장은 이 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지금 만나도 아무런 의미 없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법무부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 게 전혀 없지 않으냐”며 “추 장관이 밝힌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의 분리는 전(全) 세계적으로 입법 유례가 없다”는 취지로 지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할 경우 권력형 부패 범죄에 대응하는 데 심각한 장애를 가져올 것”이라며 “대검은 반대 의견”이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추 장관은 지난 11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사·기소 검사 분리 검토 계획’을 공개하기 앞서 윤 총장과 아무 협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차례의 검찰 ‘대학살’ 인사처럼 결과는 상정해두고 상대와 협의하는 구색만 갖추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조 국장은 윤 총장의 거절로 대검에 방문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선 추 장관의 계획처럼 수사와 기소 검사를 나눌 경우 현 정권 수사에 차질이 생길 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사 검사가 사건 연루자의 범죄 혐의를 소명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하더라도, 기소 검사가 연루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 수사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소 검사가 연루자와 밀접한 관계일 때 우려는 더 커진다. 실제로 법무부는 ‘청와대 울산선거 개입’ ‘조국 전 법무 장관 일가(一家) 비리’ 등 사건을 수사하던 간부들을 좌천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발령했다. 대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들어와 사건 처리를 놓고 기존 검찰 수사팀과 계속 충돌하고 있다.

검찰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 조국 전 장관,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이 여권 실세라는 점을 감안해 일단 수사를 진행해놓고 4월 총선 이후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법무부의 돌연한 수사·기소 검사 분리에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법무부 측은 “추 장관의 11일 발언은 수사 검사에게서 기소권을 뺏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수사 검사가 아닌 제삼자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어 “논의의 도화선을 붙인 것에 불과하고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이나 진행 방향이 정해진 건 없다”고 덧붙였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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