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정된 상법 시행령으로 '사외이사 임기 제한' 등 지나친 규정으로 '주총 대란' 예상

주총 주주석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의 감사 선임 대란이 예상된다. 코스닥 상장사 10곳 중 무려 4곳은 감사를 새로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달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으로 제한됨에 따라 상장사들은 사외이사도 새로 발굴해야 한다. 이에 상장사들은 기업 경영과 무관한 각종 규정들로 골머릴 앓고 있다는 불만이다.

12일 코스닥협회가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1298개사(기업인수목적회사 및 외국 기업 제외)를 대상으로 추산한 결과 544개사(감사 429곳·감사위원 115곳)가 올해 주총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을 신규 선임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41.9%에 달하는 코스닥 상장사들이 이번 주총서 감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코스닥 기업은 유가증권 상장사보다 상대적으로 의결정족수 확보가 어려워 상당수가 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1244곳 중 490개사(39.4%)가 감사 선임 안건을 주총에 올렸으나, 이중 125개사는 선임에 실패했다.

감사 선임에 대한 안건 통과가 어려운 이유는 '3% 룰' 때문이다. 주총에서 안건을 결의하려면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감사 선임 시에는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등의 의결권이 전체 지분의 3%로 제한된다. 소액 주주들의 지분으로 의결 정족수를 채워야 하지만 주식 보유 기간이 짧은 소액 주주들의 참여는 저조할 수밖에 없다.

이에 기업들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거나 전문 의결권 수거업체에 의뢰해 주주들로부터 직접 의결권을 위임받고 있지만,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이 커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수거업체를 통해 지분 1%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은 대략 500만∼1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신규 선임도 문제다. 지난 1월 상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사외이사의 임기가 최대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서 새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장사는 566개사, 사외이사 수는 718명에 달한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두어야 하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이자 3명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만일 상장사가 상법이 정한 사외이사 비율 등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상장사들은 기업 경영과 무관한 각종 상법 규정 등으로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것을 실감한다는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나아가 민간기업의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규제 등은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들어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이 과도하게 침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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