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에 함락된 중국...시진핑은 두문불출, 시민들은 각자도생 “정권 붕괴될 수도”
중국 전문가들, 군사정변 가능성 거론...당국은 중국인민해방군에 반기드는 지방정부와의 접촉 금지 엄포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이틀 전부터 우한 시내에는 까마귀 떼가 목격됐다. 황야에서 하늘을 덮은 경우는 최근에 있긴 했지만 도심의 까마귀는 세기말의 풍경이다. 시신을 얼마나 많이 화장하는지 우한시내의 공기질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음울한 소식도 들린다. 철저히 봉쇄된 도심 아파트에서 도와달라고 울부짖는 광경에다 이제 돈도 필요 없다면서 100위안권 지폐를 창문 아래로 던지는 모습도 목격됐다. 우한이 위치한 후베이와 안후이, 쟝시, 랴오닝등 4개 성이 봉쇄되고 광저우, 선전, 톈진 등 80여 개 시 역시 봉쇄됐다. 상하이와 베이징은 봉쇄라는 말 대신 봉폐식관리(封閉式管理)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상 도시 봉쇄나 다름없는 상태다.

중국은 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위신도 땅에 떨어졌다. 벌써부터 통제력이 약해져 정권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홍콩과 타이완, 미국의 화교 사회 등 중화권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베이징도 사실상 우한 폐렴바이러스에 함락된 상태다. 중국의 권부인 중난하이에서 3∼4킬로미터 거리의 서성구(西成區) 푸싱의원(復興醫院)에서 확진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했고 고위관리들이나 군장성들의 거주지인 기관대원(機關大院)도 오염됐다고 한다. 이미 여러 명의 원로자제 2세인 홍얼다이(紅二代)들이 확진 판정을 받고 중국에 소량 수입된 미 길리어드사의 신약 렘디시비르를 투약하고 있다고 한다. 또 굴지의 태양광업체 톈허광넝(天合光能)의 부총재로 올해 50살인 양쥔(楊軍)이 우한폐렴으로 급사해 충격을 주고 있다.

베이징이 바이러스에 오염됐으니 시진핑 주석도 좌불안석이다. 중국관영 CCTV에도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중난하이에 머무르는 것조차 공포스러운 나머지 중국인민해방군의 비밀 핵기지인 서산지휘소(西山指揮所)에 집무실을 차리고 전국의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내부정보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서산지휘소는 인민해방군 제2포병(二砲 : 전략로켓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저우언라이가 서방의 의심을 피하고자 작명)사령부를 겸한 중국최고지도부의 지하벙커로 중난하이와는 지하 비밀통로로 연결돼 있다고 한다.

현재 중화권 최고의 국제정치학자인 국립타이완대 명예교수인 밍쥐정(明居正)박사 등 여러 전문가들은 중국의 군사정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우한폐렴사태가 불거지면서 구호물자가 부족해지자 각 성과 시는 각자도생의 혼란상태가. 윈난성 대리시의 경우 시 정부가 다른 성의 구호물자가 영내를 통과하면 강탈해 분배해 가져도 된다는 지침을 내렸는데 현지인들의 성원을 받고 있다. 칭다오시도 랴오닝 선양으로 향할 예정이었던 한국산 마스크를 세관에서 압수했을 정도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동부, 서부, 남부, 북부, 중부군구의 5개 군·구로 나뉘어져 있는데 시진핑 지도부는 지역별로 나눠진 군구가 구역내의 성정부와 결탁해 군사정변을 일으킬까 크게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공산당중앙군사위원회는 2월 9일자로 정치부, 후근부(後勤部), 기율검사부 3부 합동으로 13개 엄금(嚴禁)조치를 하달했다. 인민해방군이 방역을 위해 지방에 배치된 뒤 해당지방정부와 지나치게 협조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골자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인민이나 정부가 아니라 공산당의 지휘를 받게 돼 있는데 시진핑의 중국공산당 중앙과 그 산하의 중앙군사위원회의 지시에만 따르라는 것이다. 재해지역의 정부와 결탁해 중앙정부에 반기를 드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하는 지시가 13개 엄금이다. 또 군부에 아직 뿌리가 깊은 쟝저민의 상하이방의 준동 가능성도 차단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그야말로 지방할거의 시대다. 폐렴의 진원지인 우한 사람들은 중국 전역에서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타지로 도주한 이들은 인간사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같은 나라 안에서 유랑하는 별도의 민족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우한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성 사람들도 지역별로 봉폐식 관리가 이뤄지면서 타지역인들의 유입과 왕래를 차단하고 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 인간성의 상실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우한 폐렴이 불러온 중국의 풍경이다.

경제적으로도 장강 중류인 우한부터 상하이, 원저우, 항저우, 수저우에 이르는 장강삼각주 경제권이 회복불능의 수준으로 파괴됐다. 서에서 동으로 이어진 장강삼각주 뿐만 아니라 광저우 선전 상하이 톈진으로 남북에 걸친 연안경제권도 초토화됐다. 항공우주, 5G, 수퍼컴퓨터, 안면인식 감시카메라, 자동차산업이 집중돼 중국제조 2025의 핵심도시인 우한과 섬유의류, 경공업의 본산인 원저우, 금융 서비스의 메카 상하이와 광저우 등이 모두 붕괴된 상태다.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메이드 인 차이나’ 없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우한은 1919년 신해혁명으로 이어진 우창기의(武昌起義)의 첫 총성이 울려 퍼진 체제변혁의 상징도시이며 황학루(黃鶴樓)와 봄날의 벛꽃으로도 유명하다. 우한폐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예상할 수도 없다. 엄혹한 겨울이 가고 날이 따뜻해지면 사라진다는 학설부터 딱히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학설도 있다. 최근 중국의 온라인에는 ‘봄날이 오면 다시 만나자(約在春天相見)자는 곡이 우한인들의 지쳐버린 영혼을 달래며 심금을 울리고 있다.

물은 갈라지고 합쳐지고 대해로 흘러간다. 우한을 흐르는 장강의 도도한 물결과 함께 삼국연의에 나오는 저 유명한 ‘나눠진 지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가 오래되면 반드시 나눠진다(合久必分 分久必合)’는 왕조순환의 법칙이 재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혁개방이후 중국이 꿈꿨던 팍스 시니카(Pax Sinica)는 이제 바위에 부딪히는 장강의 물결처럼 산산조각나고 있다. 우한 폐렴이 중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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