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물가, 10% 이상 일제히 올라”
“北 관광 수입 감소 물론 외화난 한층 심해질 것”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줄지어 들어가는 관광버스(연합뉴스)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줄지어 들어가는 관광버스(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심각한 물가 폭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쌀값과 기름값 등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인데, 북한이 우한 폐렴을 막기 위해 북중 간 국경을 차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북한 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Asia Press)’에 따르면 1월 말 북한에서 kg당 1만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2월 4일 1만 1340원으로 올랐다.

환율도 올랐다. 1월 달러 당 8650원이었던 환율을 8832원으로 올랐다.

쌀값은 4625원에서 5670원으로 22%나 뛰었다. 특히 평양에선 쌀값이 6천원까지 올랐다고 아시아 프레스는 전했다.

아시아 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환율과 휘발유 가격이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탈북민 출신으로 한국의 민간단체인 NK 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도 북한 내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있는데 북한의 물가가 10% 이상 일제히 올랐다고 말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1일 “북한에서 쌀값과 기름값, 환율이 일제히 오른 것은 국경봉쇄의 여파로 보인다”며 앞서 북한당국이 지난달 22일께 우한 폐렴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차단한 사실을 언급했다.

VOA는 “이에 따라 중국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대교(조중우의교)의 차량 통행이 끊겼다”며 “중국 훈춘시와 북한 라진선봉을 연결하는 통로 등 10여개 출입로도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VOA에 따르면 북한의 국경 차단 조치로 북중 물류 흐름도 끊겼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단둥에서 트럭이나 열차에 실린 물자는 1차로 평안남도 평성의 도매시장으로 운반된다. 이어 거미줄처럼 연결된 수송망을 통해 평양, 사리원, 개성, 남포, 해주, 안주의 종합시장과 장마당으로 옮겨진다. 함경북도 라진선봉 쪽으로 들어온 중국 물품도 청진의 수남시장을 거쳐 함흥, 원산, 길주, 무산 등지로 팔려나간다.

이시마루 대표는 “국경 차단으로 관광객을 북한에서 스톱시킨 다음에 국경에서 사람과 물건의 유통을 완전히 막았는데 이 때부터 갑자기 여러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경 봉쇄와 그로 인한 물가 폭등은 가뜩이나 힘든 북한 경제 치명타를 가할 전망”이라고 했다.

2017년부터 시작된 고강도 유엔 안보리 제재가 4년째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중 무역을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생명줄이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기름, 비료, 밀가루, 페인트, 유리, 신발, 학용품, 화장품, 설탕, 담배, 술 같은 공산품과 생활필수품을 수입해 경제를 꾸려가고 있다. 이시마루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북중 국경이 차단되는 것은 큰 일”이라고 했다.

VOA는 “특히 외화사정은 한층 빡빡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1월 말부터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전면 중단함에 따라 북중 관광이 중단된 것은 물론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개별 관광은 논의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은 VOA에 “북한의 관광 수입 감소는 물론 외화난이 한층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주민들은 쌀값을 비롯한 식량 가격이 오르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당국이 전염병을 막기 위해 국경을 막고 무역을 중단하는 것에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마루 대표는 VOA에 “지난 2003년 중국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하자 북한은 8개월 간 북중 교역을 중단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 정도를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국경 봉쇄가 반 년 계속되면 내부 경제는 정말 패닉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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