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한국인 여성 25번 환자, 50대 한국인 남성 26번 환자, 30대 중국인 여성 27번 환자...확진 판정 전 3회나 진료소 찾아 증상 호소
27번 환자가 진료소 처음 방문한 지난 5일, 폐렴 증상 소견 없어 ‘우한 폐렴’ 관련 검사 받지 못 해
25번 환자, 지난 7일 진료소 방문해 “중국 다녀온 환자 있다”고 호소했지만 검사 못 받아...보건 당국, “의뢰처 명확치 않았다” 해명
“사례 정의 확대가 조금 더 빨랐다면 최종 확진 판정일보다 최대 4일 일찍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었는데”...숭숭 뚫린 방역 체계에 탄식 이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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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사진=연합뉴스)

일명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보건 당국의 미흡한 일처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명백히 중국 방문 이력이 있고, 발열 내지 기침 등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 검사를 받지 못 한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9일 오후 37세 중국인 여성이 국내에서 파악된 27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임을 밝혔다. 이에 앞선 같은 날 오전 질병관리본부는 73세 한국인 여성과 51세 한국인 남성이 각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25번째 확진 환자와 26번째 확진 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1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7번 중국인 여성 환자가 지난 5일 인후통(咽喉痛·목구멍 통증)과 기침, 발열 증상으로 시흥시 소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선별진료소를 찾았으나 관련 검사를 받지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26번 한국인 남성 환자의 부인인 27번 중국인 여성 환자는 중국 광둥성(省)에 머물다가 지난 1월31일 남편과 함께 귀국했다. 이들 부부가 다녀온 광둥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로 지목된 후베이성(省)에 이어 중국 내에서 해당 질병의 확진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다.

국내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27번 중국인 여성은 지난 4일부터 잔기침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5번 환자와 26번 환자, 그리고 27번 환자는 가족 관계에 있어, 이번 사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대표적인 ‘가족 내 감염’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들 3명의 환자는 최종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세 차례나 선별진료소를 찾은 것으로 밝혀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0일 오후 세종시 소재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뤄진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27번 환자는 선별진료소 진료 당시(지난 5일) 인플루엔자(독감) 검사에서 ‘음성’이었고, 중국에서 왔기 때문에 진행한 흉부방사선촬영에서 폐렴이 없어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다”며 “그때는 중국에 다녀왔을 때 폐렴이 있어야만 의심환자로 분류했기 때문에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이미 지난 2일 “기존에는 중국에 다녀온 입국자가 발열 등 증상이 있더라도 폐렴이 아닌 한 진단검사를 받을 수 없었으나 이제는 진단 검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된다”고 발표한 바 있어 당시 의심환자를 규정한 사례 정의에 해당하지 않아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정은경 본부장의 해명은 논란을 낳았다. 27번 환자가 처음 선별진료소를 찾은 당일인 지난 5일 기준으로 27번 환자에게서 폐렴 소견이 보이지 않아 당시 기준의 사례 정의에는 부합하지 않았지만, 27번 환자는 중국을 다녀온 데다가 발열 등의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진단 검사 대상에는 속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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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27번 환자로 밝혀진 30대 중국인 여성이 다녀간 시흥시 소재 선별진료소.(사진=연합뉴스) 

27번 환자의 시어머니인 25번 환자 역시 지난 7일 오전 선별진료소를 찾아 “중국에 다녀온 가족이 있다”고 밝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받지 못 했다. 당시 의료진은 25번 환자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의심환자로 판단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 본부장은 “25번 환자는 처음 선별진료 당시 의사 소견으로 의심 환자로 보는 상황이었는데, 그때는 검사를 어디로 의뢰할지에 대한 정리가 안 돼 있었던 것 같다”며 “그날은 검사가 진행이 안 됐고 다음 날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5번 환자가 선별진료소를 찾은 7일은 정부가 당일 오전 9시를 기해 사례 정의를 확대 적용하면서 민간 의료기관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수행할 수 있게 한 첫날이었다.

이에 정부의 권고 사항이 현장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역시 이번 사례에 대해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또, 사례 정의 확대가 조금 더 빨랐다면 최종 확진 판정일보다 최대 4일 일찍 이들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는 탄식도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세종정부청사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5번 환자가 진료받던) 그때는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으로 검체 검사를 의뢰하면 되는데 보건소가 그 부분에 대한 정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검사 의뢰 및 진행 체계를 정비해 지금은 문제없이 돌아가고(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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