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0.3% 늘려…비국방 5% 및 해외원조 21% 각각 삭감
"트럼프 재선캠페인·집권2기 염두…계획대로 통과 난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조8천억달러(약 5천728조8천억원) 규모의 2021 회계연도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방비는 늘리는 반면 사회안전망 프로그램, 해외원조를 비롯한 비국방 예산은 크게 삭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WSJ은 예산안이 10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은 물론 재선 성공 시 집권 2기를 염두에 둔 예산 요구안이라고 평가했다.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고 특히 11월 대선을 앞둔 시기라 2021년 회계연도(2020.10.1~2021.9.30) 예산안이 트럼프 행정부의 뜻대로 통과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WSJ은 전망했다.

WSJ에 따르면 국방비를 0.3% 증액한 7천405억달러로 책정했다.

비국방 지출은 5% 삭감한 5천900억달러가 반영됐다. 비국방 지출안 규모는 지난해 여름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가 합의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해외원조 예산도 21% 깎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2024년까지 미국 우주인들을 다시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예산안은 13% 증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점 추진해 온 멕시코와의 국경 지역 장벽 건설과 관련해서는 20억달러의 새로운 예산을 편성했다.

주요 부처별로는 보훈부 13%, 국토안보부 3%, 에너지부 국가핵안보국(NNSA) 19% 등의 예산 증액을 반영했다.

주택도시개발부와 상무부 예산은 각각 15%와 37% 삭감했다. 상무부 예산은 미 인구 센서스 조사가 종료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에는 기존 국토안보부 소속 비밀경호국(USSS)을 미 재무부 산하로 두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편제 변경을 위해서는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확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은 예산안에서 향후 10년에 걸쳐 지출을 4조4천억달러 줄이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지출 삭감 계획에는 메디케어(저소득층 의료보험) 처방 약값에서 1천300억달러 삭감, 메디케이드·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영양지원) 등과 같은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에서 2천920억달러 삭감 등을 포함해 의무지출 프로그램에서 2조달러를 줄이는 방안이 포함됐다.

행정부 고위 관료의 전망과 예산안 분석 결과 현재 회계연도에서도 1조 800억 달러 규모의 재정적자가 예상되고, 오는 10월 1일 시작되는 2021 회계연도에서도 9천660억 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예산안이 수정 없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앞으로 10년 내에 재정적자를 2천610억 달러로 줄이고, 15년 뒤 균형재정 달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예산안의 핵심인 비국방 예산 5% 삭감과 향후 10년간 메디케이드에서 7천억 달러 삭감은 의회에서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은 세수와 관련,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반영했다.

백악관은 미 GDP가 올해 4분기 3.1%, 2021년에는 3%의 성장을 하고 향후 10년의 나머지 기간에 같은 성장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2.3%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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