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에서 비판적 보도 이어온 시민기자 천추스, 지난 6일 저녁부터 연락 두절
우한에 봉쇄령 내려진 다음날 우한 병원과 장례식장, 임시 격리병동 등 촬영 영상 게재
"격리됐다고 당국이 부모에게 알려왔다...'언제 어디로 간 것이냐'고 물었으나 답변 거부했다"
리원량 어머니, 아들에게 침묵 강요한 경찰에 해명 요구

우한 실태 고발하는 천추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폐렴' 확산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괴담 유포자로 몰렸던 의사 리원량이 지난 7일 세상을 떠난 가운데 중국 우한에서 감염 확산과 당국의 대응을 고발해온 시민기자 천추스(34)가 지난 6일부터 실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간) CNN방송 보도에 따르면 우한에서 비판적 보도를 이어온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가 지난 6일 저녁부터 연락이 끊겼다. 

중국 동북부 칭다오 지역 출신인 천추스는 우한에 봉쇄령이 내려진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우한에 도착해 병원과 장례식장, 임시 격리병동 등을 돌아보고 촬영한 영상을 온라인에 게재했다.

이후 경찰은 천추스의 가족에게 그가 격리됐다는 통보를 전했다.

천추스의 가족은 그가 ‘격리됐다’는 당국의 통보를 받았으나 언제 어디로 격리된 것인지를 모르는 상태다. 그의 지인들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아 걱정하고 있다고 전해졌으며, 그의 모친은 아들을 찾아달라는 호소의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천추스는 자신이 당국에 끌려갈 경우를 대비해 계정 정보를 친구에게 알려둔 것으로 알려졌다.

천추스의 친구인 쉬샤오둥은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해 "천추스가 격리라는 이름으로 구금됐다고 당국이 부모에게 알려왔으며 천추스의 모친이 '언제 어디로 간 것이냐'고 물었으나 답변을 거부했다"고 알렸다.

천추스의 트위터 계정 정보를 받아뒀던 친구는 "우리는 그의 안전이 걱정되고 실종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된다"고 CNN에 말했다.

'우한폐렴'을 세상에 알리고 숨진 의사 리원량

한편, 우한폐렴 확산을 최초로 경고한 의사 리원량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에게 침묵을 강요한 경찰에 해명을 요구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리원량의 어머니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리스핀(梨視頻·Pear Video)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내 아들은 한밤중에 우한 경찰서로 불려갔다"며 "그들(경찰)이 우리에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괜찮을 수가 없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리원량은 지난해 12월 30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 증세가 있는 환자 보고서를 입수해 이를 대학 동창들의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 하지만 우한 경찰은 리원량의 경고를 유언비어라고 주장했고, 리원량은 지난달 3일 경찰서에 불려가 인터넷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올렸다는 내용의 '훈계서'에 서명까지 해야 했다.

리원량을 포함한 8명의 의사가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지만,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다.

리원량은 이후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다가 우한폐렴에 감염돼 4주 가까이 투병하다 지난 7일 3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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