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종로 출마선언 후에도 "PK 수비대장" 자임, 고향 출마 고수...공관위를 '설득 대상'으로 돌려
"내가 손바닥 위 공깃돌이냐. 다른 선택지 없다...내가 공천되면 양지, 제거되면 험지된다"
4.15총선에서 고향 경상남도 창녕군 지역구 출마 입장을 고수해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8일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에 "고향 출마를 (내가) 설득 못하면 무소속 출마를 하느냐의 문제"라고 거꾸로 당에 압박을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손바닥 위 공깃돌도 아니고 이제 와서 다른 선택지는 있을 수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남은 이른바 PK(부산·울산·경남)의 한 축으로, 영남권에서 TK(대구·경북) 다음으로 보수정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이다.
특히 그는 "(내가) 공천되면 양지이고, 제거되면 험지가 될 뿐"이라고 거듭 밝혔다. 자신이 현재 예비후보로 등록해 둔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 지역구에서 공천되면 해당 지역구가 한국당에게 쉬운 선거가 되고, 아니면 자신의 무소속 출마를 통해 어려워질 거라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홍 전 대표는 "공관위에서 불러주면 (공관위를) 설득해 보겠다"면서 "언제나처럼 좌고우면하면서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게 홍준표 식 정치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날 뒤이어 올린 글에서도 "대표직 사퇴이후 처음으로 오늘 김형오 의장님(공천관리위원장)의 전화를 받았다. 서울 강북 험지로 올라 오라는 말씀이 계셨고 나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이삿짐 싸서 내려와 집 얻고 사무실,선거 조직 셋팅 다 해놓고 예비후보 등록까지 하고 선거 운동을 시작 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서울로 올라 갈수는 없다고 간곡하게 말씀드렸다"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공관위원님들이 한번 불러 주시면 더 자세하게 말씀 드리기로 했다"며 '설득 대상은 공관위'라는 시각을 재차 드러냈다. 그러면서 "당을 위해 지난 25년간 할 만큼 했다. 이젠 그만 놓아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는 전날(7일) 페이스북 글에서는 황교안 당대표가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늦었지만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로 수도권은 황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우리 당 붐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당 지도자급 인사들에 제기된 험지 출마론과 거듭 거리를 둔 바 있다.
그는 "나는 이번 선거에서는 후방에서 PK수비대장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며 "전방근무 20년을 했으니 이번에는 후방 수비대장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달라"고 했다.
이보다 하루 전인 지난 6일 홍 전 대표는 일부 언론 보도를 근거로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기피하고 '될만한 양지'를 찾는다고 한다"면서 "현직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신겨 컷오프하고 사지로 보낸다면 그 공천이 정당한 공천이냐. 공관위가 황 대표 당사자 의사를 존중한다면 나의 고향 출마 의사도 받아주는 게 공정한 공천 아니냐"고 주장했었다.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피해간 채로는 자신의 고향 출마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었으나, 이튿날 황 대표가 결단한 뒤에도 자신의 고향 출마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그가 앞서 지난 5일까지는 "나는 253개 지역구 중 한곳에 출마신청하는 '평당원'일 뿐"이라고 했으나 7일 "후방 'PK 수비대장' 역할"을 자임한 것도, 고향 창녕 출마를 재강조 하는 과정에서 뉘앙스가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