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종로 출마선언 후에도 "PK 수비대장" 자임, 고향 출마 고수...공관위를 '설득 대상'으로 돌려
"내가 손바닥 위 공깃돌이냐. 다른 선택지 없다...내가 공천되면 양지, 제거되면 험지된다"

4.15총선에서 고향 경상남도 창녕군 지역구 출마 입장을 고수해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8일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에 "고향 출마를 (내가) 설득 못하면 무소속 출마를 하느냐의 문제"라고 거꾸로 당에 압박을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손바닥 위 공깃돌도 아니고 이제 와서 다른 선택지는 있을 수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남은 이른바 PK(부산·울산·경남)의 한 축으로, 영남권에서 TK(대구·경북) 다음으로 보수정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이다.

특히 그는 "(내가) 공천되면 양지이고, 제거되면 험지가 될 뿐"이라고 거듭 밝혔다. 자신이 현재 예비후보로 등록해 둔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 지역구에서 공천되면 해당 지역구가 한국당에게 쉬운 선거가 되고, 아니면 자신의 무소속 출마를 통해 어려워질 거라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홍 전 대표는 "공관위에서 불러주면 (공관위를) 설득해 보겠다"면서 "언제나처럼 좌고우면하면서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게 홍준표 식 정치일 것"이라고 했다.

재선 경남도지사, 4선 국회의원,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를 지낸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그는 같은날 뒤이어 올린 글에서도 "대표직 사퇴이후 처음으로 오늘 김형오 의장님(공천관리위원장)의 전화를 받았다. 서울 강북 험지로 올라 오라는 말씀이 계셨고 나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이삿짐 싸서 내려와 집 얻고 사무실,선거 조직 셋팅 다 해놓고 예비후보 등록까지 하고 선거 운동을 시작 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서울로 올라 갈수는 없다고 간곡하게 말씀드렸다"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공관위원님들이 한번 불러 주시면 더 자세하게 말씀 드리기로 했다"며 '설득 대상은 공관위'라는 시각을 재차 드러냈다. 그러면서 "당을 위해 지난 25년간 할 만큼 했다. 이젠 그만 놓아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는 전날(7일) 페이스북 글에서는 황교안 당대표가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늦었지만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로 수도권은 황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우리 당 붐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당 지도자급 인사들에 제기된 험지 출마론과 거듭 거리를 둔 바 있다.

그는 "나는 이번 선거에서는 후방에서 PK수비대장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며 "전방근무 20년을 했으니 이번에는 후방 수비대장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달라"고 했다.

이보다 하루 전인 지난 6일 홍 전 대표는 일부 언론 보도를 근거로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기피하고 '될만한 양지'를 찾는다고 한다"면서 "현직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신겨 컷오프하고 사지로 보낸다면 그 공천이 정당한 공천이냐. 공관위가 황 대표 당사자 의사를 존중한다면 나의 고향 출마 의사도 받아주는 게 공정한 공천 아니냐"고 주장했었다.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피해간 채로는 자신의 고향 출마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었으나, 이튿날 황 대표가 결단한 뒤에도 자신의 고향 출마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그가 앞서 지난 5일까지는 "나는 253개 지역구 중 한곳에 출마신청하는 '평당원'일 뿐"이라고 했으나 7일 "후방 'PK 수비대장' 역할"을 자임한 것도, 고향 창녕 출마를 재강조 하는 과정에서 뉘앙스가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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