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경찰서, 김현진씨의 1인 천배시위, 다수 참여한 집회로 간주하고 출석 요구
경찰, “中대사관 앞 1인 시위 빙자한 불법 집회...집시법, 비엔나 협약 위반 혐의 적용”
시위 현장엔 김현진씨와 관계없이 모인 1인 유튜버들뿐...무리한 혐의 적용 논란될 듯
집시법상 대사관 100미터 이내 1인 시위 불법 아냐..비엔나 협약선 1인 시위 규정 없어
김현진씨 “경찰 출석 요구에 응할 생각 없다...체포될 때까지 계속할 것”

2월 4일 저녁 서울 남대문경찰서 측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1인 천 배 시위를 하는 김현진(38)씨에게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유튜브 청년화랑TV 캡처

경찰이 자영업자 김현진(38·바디포커스 대표)씨의 1인 천 배 시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출석을 요구했다. 김씨는 지난 1월 12일부터 28일째 문재인 정부의 경제 파탄을 비판하기 위해 퇴락 상권을 순회하며 나 홀로 시위를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초래된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에 대한 정부의 부실 조치를 지적하며 장소를 중국 대사관으로 옮겼다. 그러자 시위를 방관하던 경찰이 돌연 김씨에게 미신고 불법 집회 혐의를 주장하며 대사관 100미터 이내에서 활동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2월 6일 서울남대문경찰서 수사과 지능팀에서 김현진씨에게 집회시위법위반 혐의로 2월 17일까지 출석을 요구한 문자메시지./김현진씨 제공

7일 펜앤드마이크 취재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오후 6시쯤 김씨에게 문자 메시지로 출석을 요구했다. 김씨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중국 대사관 앞에서 벌인 1인 시위 때문이었다. 경찰은 “김씨는 1인 시위를 빙자한 미신고 집회를 주최한 혐의(집회 및 시위법 위반)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는 “출석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자신의 1인 시위는 경찰이 적용한 집시법 위반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출석 시한(17일)을 넘겨 체포영장이 발부되든 시위 중 강제연행되든 경찰 측과의 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내 연락처와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사실 등 경찰이 개인 신상을 모두 꿰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2월 7일 오후 8시 중국대사관 앞에서 김현진 씨가 서울남대문경찰서 측의 경계를 받으며 천 배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김현진 씨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 부실 대처를 비판하기 위해 의료진 복장을 착용했다./촬영 = 안덕관 기자 

이날도 김씨는 오후 7시 10분부터 9시 20분까지 중국 대사관 앞 모퉁이에서 돗자리를 깔고 천 배 시위를 단행했다. 우한 폐렴의 심각성을 시사하기 위해 의료진들이 입는 흰색 복장을 착용한 채였다. 김씨는 “바이러스 보균 가능성이 큰 중국인들을 정부가 별다른 제지 없이 국내로 들여보내 국민들 사이에 공포감이 생겨 소비가 위축, 자영업자들의 매출 하락에 직격탄이 됐다”고 시위 사유를 밝혔다. 주변에는 현장을 촬영하는 다수의 1인 유튜버들과 남대문서에서 나온 병력 스무 명가량이 포진해 있었다.

경비대 소속 경찰 관계자는 “평소에는 대사관 앞에 십여 명이 경계근무를 서지만 오늘처럼 특이사항이 있을 시 경비대에서 추가 인원이 파견된다”고 밝혔다. 경비대장은 “집시법과 비엔나 협약 등을 위반해 출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김씨의 거동을 2시간쯤 주시하다가 시위가 종료되면서 철수했다.

김현진 씨의 1인 시위를 주시하고 있는 서울남대문경찰서 소속 경찰들./촬영 = 안덕관 기자

그러나 경찰 측이 전개하는 김씨의 1인 시위 제한은 법리적 해석이 충돌해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집시법에 따르면 외교공관 100미터 이내에서의 집회는 기본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1인 시위는 2인 이상을 전제하는 집회로 볼 수 없어 경찰에 사전 신고할 의무도 없고 제재받을 사유도 없다. 또한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에서도 외교공관 앞에서의 1인 시위에 대한 규정도 명시돼 있지 않다. 결국 경찰은 김씨의 시위를 1인이 아닌 다수의 집회로 간주해 이 같은 제재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박천환 남대문서 수사과장은 “1인 시위를 집회로 간주해 출석을 요구한 이유가 무엇이냐” “외부의 고발이 접수돼 수사하는 것이냐” 등 기자의 질문에 “피의사실공표죄 등에 따라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