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권 확대된 경찰, 정보경찰 기능까지 강화해 ‘공룡경찰’ 예고
1주일 2~3건이던 보고서 5건으로 늘려...‘타겟 정해서 목적 가지고 보고서 작성하라’ 지시
정보경찰 지역담당제 추진해 지역 별 정치정보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울산선거 연루자 황운하도 김기현 낙선 수사 펼칠 때 정보경찰 수시로 활용

경찰청./연합뉴스

경찰이 오는 4·15 총선을 앞두고 정보경찰의 정보 수집 활동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확대된 수사권을 쥐게 된 경찰이 정보권을 가진 정보경찰 기능까지 늘리려는 모양새에 ‘경찰 공화국’이 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정보경찰들에게 기존 1주일에 2~3건이던 보고서를 ‘1일 1건(件) 보고서를 쓰고, 이를 어길 시 월 근무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아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본청 차원에서 각 지방 민심과 여론 동향을 파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본청 소속 경찰관에 ‘근무 기강 확립’도 지시했다고 한다. 청 내에서는 이미 사적 모임이 아닌 골프 및 여타의 약속은 잡지 말라는 업무 지침이 시행되고 있다. 설령 사적 모임이라도 허가를 받아야 하며 지키지 않을 시 근무 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는 내용도 추가된 것이다. 또한 ‘타겟을 정해서 목적을 가지고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도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보경찰은 3000여명이며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인사 물망에 오른 인사를 검증하는 ‘평판 보고서’를 쓰고, 치안 정보를 수집하는 일 등을 한다. 이에 따라 경찰청 본청 소속 정보경찰은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실무자들과 따로 식사 약속을 가질 만큼 ‘살아 있는 권력’에 가깝다는 후문이다. 한 공직자는 조선일보에 “보고를 기다리는 국·과장들을 제치고 정보경찰이 장관실로 곧장 들어가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다”며 “과거 국정원 정보관들이 떨치는 위세를 지금은 경찰 정보관들이 차지한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과도한 권한을 지닌 정보경찰은 본래 권력기관 개혁을 일환으로 축소되거나 폐지될 운명에 처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보경찰들의 활동 범위를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상술한 ‘치안 정보 수집’은 그 자체가 모호한 데다 집회 관련 정보나 여론 등을 수집해 불법 사찰을 벌여온 정황이 수차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정보 수집 범위를 “범죄·안보 관련 정보로 제한하겠다”고 밝혔고, 정보경찰 인력도 10% 이상 줄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경찰청 정보국이 기능 확대를 준비하고 있으며 본청 소속 정보경찰에게 각 지역을 나눠서 전담케 하는 ‘지역담당 체제’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오는 4월 총선에 발 맞춰 정보경찰이 여권이 선거 정보를 수집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사례로 ‘청와대 울산선거 개입’ 사건의 공소장에는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이 부임 직후인 2017년 8월부터 울산경찰청 소속 정보경찰들에게 수차례 “정보경찰이 밥값을 못 하고 있다” “사회단체와 지도층, 울산시 공무원들의 비리를 수집하라” “선거 사건 첩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적시됐다. 황 전 청장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청탁을 받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낙선을 겨냥해 수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정보경찰의 지역담당제는 총선과는 무관한 5월 이후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우한 교민들의 아산 및 진천 격리와 같이 대규모 공공 안녕의 위험요인 발생 시 본청 차원에서 현장 상황을 파악하거나 지원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대비해 담당자를 미리 정해두자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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