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당명은 통추위 측 요구였던 듯...한국당 의총서 '행복' '자유' '미래' '혁신' 등 가치 제안 많아
김정재 원내대변인 "의견 모아서 새로 검토할 것 같다...통준위 돌아가는 속도에 맞춰 의총 개최할 듯"
통준위, 7일 시작한 당명 논의 내주 초까지 이어가기로...새보수당 향후 정식 참여여부-시기 주목

자유한국당이 당초 이념지향이 불분명한 '통합신당'으로 염두에 두고 시작한 당명 개정 논의가 의원총회 단계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한국당은 앞서 6일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열고 범(汎)우파 정당·시민사회 통합 정당 출범에 대비한 신당 명칭을 의제로 올렸으나, 백가쟁명 식으로 논의가 이뤄졌다가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황교안 당대표는 당일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에서) 논의된 내용은 통합 관련해서 당명 문제라든지 당내 색깔에 대해서 여러 의견을 모았다"며 "결론은 안 났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의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취합한 신당명 후보군을 별도로 추려낸 뒤, 앞서의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가 발족시킨 통합신당준비위원회(통준위)에 전달해 추가로 논의 할 계획이다.

지난 2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심재철 당 원내대표가 입장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일환으로 악수 대신 주먹을 맞대며 참석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정재 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오늘 당명 개정과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 개진이 많았다"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쪽에서도 아마 의견을 내는 걸로 알고 있다. 좀 더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의총에선 김찬형 홍보본부장이 당명 후보군을 보고하고 이에 대해 의원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신당 이름 자체를 '통합신당'으로 하자는 것은 통추위 측의 의견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안(案)에 대해 한국당 의원들은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이름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명에서 드러낼 가치와 관련, 김찬형 홍보본부장은 보고에서 "앞으로의 시대는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다. 국민의 최종 관심은 '나의 행복'"이라고 당명에 '행복'을 넣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의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더해 "자유민주주의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본질적 가치"라며 현재 당명처럼 '자유'가 꼭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미래세대를 위하자"는 취지에서 '미래'를 넣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과 함께 화두에 올랐던 '혁신'을 강조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김 원내대변인은 "미래한국당과 연계될 수 있는 당명도 들어가야 하지 않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의견을 모아서 새로 검토할 것 같다"며 "당명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에서 제안한 안도 몇 가지 있다"고 했다.

그는 신당명에 '통합'이나 '신당' 단어가 들어가냐는 질문을 받고 "사실 '통합'이란 건 가치가 될 수 있지만 '신당'이란 건 그렇지 않은데, 그 부분은 혁통위(통추위)쪽 얘기를 들어봐야 하고 끊임없이 협의해야할 것 같다"고 신중론을 취했다.

이어 "그쪽은 '통합신당'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니 조율이 필요할 것 같다.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내는 당명으로 가야하지 않느냐가 의원들 주장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혁통위가 돌아가는 속도에 맞춰서 (신당명이) 결정되면 저희도 의총을 열어 속도를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총에서 나온 의견들은 같은날 출범한 통준위에 보고될 예정이다. 범우파 통합이 성사돼 새 당명을 만들 경우에 대비한 한국당의 제안인 셈이다.

김 원내대변인은 당색(黨色)에 대해선 "당을 상징하는 색은 현재의 빨간색을 유지하되, 채도를 조금 바꾸는 등 '약간의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지난 2월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신당준비위원회(통준위) 1차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박형준, 이언주, 심재철 공동위원장, 정운천 위원, 장기표 공동위원장, 문병호 정치혁신특별위원장.(사진=연합뉴스)

한편 통준위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두번째 전체회의를 열어 신당 당명과 당헌, 강령 등을 논의했다. 당명의 경우 결론나지 않았고, 다음주 초 다시 회의를 열어 신당 이름을 확정짓기로 했다.

박형준 통준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당명, 당헌, 정강·정책 순으로 논의했다"며 "당명에 대해서는 한국당에서 저희에게 여러 안을 제안했고, 위원들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 부분은 숙고가 필요해 오늘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형준 위원장은 "다음주 월요일쯤 다시 논의해서 여러 의견을 취합하고 다음주 초 당명에 대해서 통준위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며 "오늘 로고도 보고 받았고 (당 상징) 색깔도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당명 후보로는 '통합신당', '대통합신당', '국민통합신당', '우리행복당' 등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통준위는 각 정당에서 선호하는 당명과 전문가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취합해 당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당명이 어떤 게 있다고 말하면 혼선도 있고 불필요한 일도 있을 수 있어서 제가 일일이 말하기 어렵다. 여러 당명들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가 됐다"며 "나중에 확정되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통준위는 앞으로 매주 월·수·금요일에 전체회의를 열 계획이다. 통준위에서 정치적 합의를 이룬 사항들은 이후 신설 합당을 위한 수임 기구에서 법적 절차를 거쳐 통과된다.

통준위는 전날 공동대표 5명·특별위원장 2명·창당준비위원 9명 체제로 구성됐다. 공동대표는 박형준 통추위 위원장, 장기표 국민소리당 창당위원장과 함께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 이언주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대표가 맡는다. 새로운보수당 몫의 공동대표 후보로는 정병국 의원이 거론된다.

자유민주진영의 이른바 '통합열차'가 출발 기적을 본격적으로 울린 양상이지만, 통합 논의의 한 축인 새보수당은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돌연 한국당에 '선거연대'를 제안했다가 갑론을박이 일고 있는 등, 당 차원으로 통합에 동참할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미완성'의 모습이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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