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kt 고위력 W76 핵탄두서 5kt 수준으로 줄여 개조한 W76-2 전략잠수함 실전배치
美, 적 도발시 '고위력 핵탄두 아니면 재래식 무기' 양자택일 딜레마에서 벗어날 듯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사진 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미국 국방부가 전략잠수함에 전술핵 탄두를 탑재, 실전배치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미 현지시간으로 4일(현지시간)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존 루드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미국은 W76-2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용 저위력 핵탄두를 실전 배치했다"고 밝혔다.

루드 차관은 W76-2에 대한 제원이나 어떤 잠수함에 실었는지 등 자세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FAS) 원자력정보사업 소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해 12월 조지아주 킹스베이 해군 잠수함 기지에서 신형 W76-2 핵탄두를 장착한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잠수함인 테네시함(SSBN 734)이 출항했다"며 "테네시함의 (UGM-133A 트라이던트 Ⅱ) SLBM 20발 중 1~2개의 핵탄두가 W76-2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미 국방부에서 핵탄두 실전배치를 인정한 것이다. 

W76-2는 미 해군의 SLBM용 핵탄두인 W76의 폭발력(90㏏)을 5㏏(1㏏은 TNT 1000t의 폭발력) 수준으로 줄이도록 개조한 것이다. W76 핵탄두 중 일부 수량을 개조한 것이어서 미국 전체 핵무기 수엔 변함이 없다고 한다.

미국이 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폭탄의 위력은 15㏏ 정도다. W76-2는 미 공군이 전투기나 폭격기에 다는 전술핵 폭탄인 B61(0.3~170㏏)의 최대 폭발력(170㏏)보다는 약하다. 

미국의 저위력 핵탄두 도입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냉전 말기 수준에서 멈췄던 핵무기를 고도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걸림돌이 될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의사를 밝혔고, 상대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나란히 탈퇴했다. 그 뒤 러시아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 핵탄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저위력 전술핵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2018년 2월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에서 "미국의 국지 핵 억제 능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오해를 막기 위해"라며 W76-2 같은 저위력 핵탄두의 개발을 예고했다. SLBM은 물론 장기적으론 BGM-109 토마호크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에도 이 탄두를 달 계획이다.

이는 만일 러시아가 미국 동맹과 분쟁 중에 수많은 저위력 핵무기 중 하나를 사용할 경우 미국은 거의 전면적 핵전쟁을 불러올 고위력 핵탄두가 아니면 재래식 무기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 기반했다. 미국 핵무기 파괴력이 압도적으로 큰 탓에 '쉽사리 핵 보복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적대국의 믿음을 깨기 위해 작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5일(한국시간) 중앙일보 인터넷판은 미측의 전술핵 SLBM 실전배치 정황을 보도하면서, 러시아뿐만이 아닌 북한·이란 등 적성국에 해당 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특히 북한의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데는 W76-2만큼 효과적인 무기가 없다"고 해설했다.

북한은 6000개 이상의 지하 시설물을 구축했고 593부대, 667부대, 744부대 등 땅굴을 전문적으로 파는 군부대도 갖고 있다. 또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전략무기는 대부분 땅굴에 숨겨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적합한 대응 무기가 실전배치됐다는 것이다.

류성엽 전문연구위원은 이 매체에 "W76-2는 벙커버스터나 GBU-43 공중폭발 대형폭탄(MOAB)보다 위력이 강하기 때문에 북한의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데 한 발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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