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가톨릭대 김유정 총장 신부가 “여성 신도를 성폭행하려 했던 한 모 신부가 지난 7년간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했지만 용서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성폭행 가해자 한만삼 신부를 변호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성폭행 피해자 김민경씨 측은 ‘명백한 2차 가해’라며 반발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수원교구 한만삼 신부는 2011년 남수단에 자원봉사를 갔던 여성을 수차례 성폭행했다. 이 사실은 김 씨가 지난 23일 KBS에 사건을 고발하면서 알려졌다.

대전가톨릭대 총장인 김유정 신부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일 아침 미사에 강론한 내용이라며 “평소 약자의 권리보호에 별 관심이 없던 방송사가 뉴스 첫머리로부터 여러 꼭지에 걸쳐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매일 단독보도라는 이름으로 이슈화하고 있는 저의는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썼다.

김 신부는 “많은 언론들이 그 신부님이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이었다는 것, 쌍용차, 강정, 국정원 대선개입 등에 대해 목소를 내고 연대해 온 신부님이었다는 것을 두드러지게 강조한다”며 “마치 그런 활동을 하는 신부님들의 삶이 이렇듯 이중적이라고 비난하는 듯한 보도를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분의 말씀에 의하면 그 신부님은 지난 7년간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했지만 용서를 받지 못했던 것 같다”며 “그 신부님이 그토록 열심히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까닭이 7년 전 자신의 죄에 대한 보속의 의미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고 했다.

그러나 김 신부의 글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피해자인 김민경 씨 측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반발했다.

김민경 씨의 심리상담사라고 밝힌 김이수 씨는 26~27일 트위터에 “피해자인 김민경 씨가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하지 않는 관계로 김 씨의 동의를 얻어 글을 올린다”며 “한 신부가 7년간 사죄했으나 용서받지 못했다는 말이 여러 매체에 보도돼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되고 있다”고 했다. 또 “한 신부와 민경 씨는 수단에서 외에는 사적으로 만난 일이 없다”며 ‘한 신부가 7년간 용서를 빌었다’는 김 신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피해자가 한 신부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해 전화번호를 바꿨으며 이후 피해자가 찍은 사진을 활용해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할 때도 의향을 둘째치고 소식도 지인들을 통해 전해 들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신부님들 사이에서 민경 씨가 수도 없이 사과를 한 한 신부를 용서하지 않고 KBS와 짜고 음해하는 양 몰아가는 이 형국에 몹시 충격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더 이상 유언비어를 중지해 달라”며 “KBS랑 짜고 치고 있지 않다. 음해, 확산, 혈안. 그런 거 없다.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MeToo(미투)일 뿐”이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김 신부는 27일 피해자 측에 사과하고 논란이 된 글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다음은 대전가톨릭대 총장인 김유정 신부가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평소 약자의 권리 보호에 별 관심이 없던 방송사가 뉴스 첫머리로부터 여러 꼭지에 걸쳐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매일 단독보도라는 이름으로 이슈화하고 있는 저의는 상당히 의심스럽습니다.

많은 언론들은 그 보도를 이어받아 그 신부님이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이었다는 것, 쌍용차,강정,국정원 대선개입 등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연대해 온 신부님이었다는 것을 두드러지게 강조합니다. 마치 그런 활동을 하는 신부님들의 삶이 이렇듯 이중적이라고 비난하는 듯한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어느 분의 말씀에 의하면, 그 신부님은 지난 7년간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했지만 용서를 받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합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그 신부님이 그토록 열심히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까닭이, 7년 전 자신의 죄에 대한 보속(補贖·지은 죄를 적절한 방법으로 보상하거나 대가를 치르는 것)의 의미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김 신부는 이어 “그 신부님의 행동을 두둔하려 함은 아니다”라며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는 내용을 적었다.

문제는 ‘신부님이 용서를 구했지만 용서받지 못했던 것 같다”는 대목. ‘피해자가 용서해주지 않아 사회적 활동에 앞장서며 ‘속죄’했다’는 글을 통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김민경씨 심리상담사 김이수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 전문이다.

저는 KBS에 보도된 천주교 신부 성추행 관련 피해자 김민경씨의 심리상담사인 김이수입니다.

본 사건과 관련하여 한 신부님이 7년간 사죄했으나 용서받지 못했다는 말이 여러 매체에 보도되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되고 있습니다. 김민경씨가 SNS를 활용하지 않는 관계로 부득불 민경씨의 동의를 얻어 요청드립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한 신부님과 민경 씨는 수단에서 외에는 사적으로 만난 일이 없습니다.

피해자가 한 신부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여 전화번호를 바꿨으며 이후 아부나뎅딧에 피해자가 찍은 사진을 활용하여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할 때도 의향은 둘째치고 소식도 지인들을 통해 전해들었을 뿐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신부의 말도 안 되는 소설이 사실인 것처럼 천주교 신부님들 사이에서 퍼져 민경씨가 수도 없이 사과를 한 한 신부를 용서하지 않고 KBS와 짜고 음해하는 양 몰아가는 이 형국에 몹시 충격받고 있습니다.

오늘 민경씨는 경찰이 한 신부의 범행을 고소하지 않겠다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어 선처를 구하는 신부님들의 걱정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탁드렸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달라고.

매체에 끊임없이 유언비어가 돌고 있습니다. 또한 대전신학대학교에서도 이런 내용으로 강론이 되었다고 알려와그때마다 매 순간 무너지고 있습니다.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당장 중지해주십시오. 저희는 이러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적 조치까지도 고려하겠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위 사실을 바로잡아주시겠다 약속하셨고 끝까지 믿고 싶습니다.그러나 스스로의 인권은 스스로 지켜야하겠기에 공개적인 SNS에 남깁니다. 더이상 KBS의 음해며 한 신부의 7년간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따위의 유언비어를 중지해주십시오.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매우 간절하고 단호하게 부탁드립니다.

민경씨를 대신해 공개적으로 남깁니다. 이런 인격모독을 당장 중지하십시오.

몇일전부터 우리가 공작세력이 아니라는걸 호소하고 있다. 들어주세요. KBS랑 짜고치고있지 않습니다. 음해, 확산, 혈안. 그런 거 없어요. MeToo일 뿐입니다.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민경씨는 가족이 있고 모두 실의와 분노에 차있습니다. 이런 고통 속에 있었다는 걸 아무 몰랐기에 아픔이 더 큽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저러다 쓰러지지 싶습니다. 프레임, 공작, 음해, 확산, 혈안 그 무엇도 없습니다. 단지 사람으로 살고싶은 몸부림일 뿐입니다. 이렇게 괴롭히지 말아주십시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