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청와대 울산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60장 원문 대신 5장 '껍데기 문서' 국회 제출
법무부, ‘청와대 울산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60장 원문 대신 5장 '껍데기 문서' 국회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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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공소요지 문서...법무부 “피고인 명예·사생활 보호 차원” 해명
법무부, 국회법보다 하위법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 근거로 들어...‘직권남용’ 가능성 높아
전 정권 겨냥한 수사나 조국 사태 등 공소장은 당일 혹은 다음날 국회 제출
사건 연루된 靑 인사들 재판권 지켜주려 국민의 알권리 깔아뭉갰다는 비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의 법무부가 ‘청와대 울산선거 개입’ 사건 피의자 13명에 대한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청을 4일 거부했다. 피고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 등을 거론하며 60여장에 달하는 전문 대신 5장에 불과한 공소요지(要旨) 문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당초 ‘공소요지’란 게 전례에 없는 형태다 보니 사건에 연루된 청와대 전·현직 인사 등의 재판권을 보장하려 국민의 ‘알권리’를 법무부가 깔아뭉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주광덕(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은 원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내용을 누락한 채로 요지(要旨)만 간추려 제출한 것이다. 법무부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제6조와 제11조 등을 인용,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공소사실을 제한적으로 공개한 사유를 밝혔다.

해당 문건은 검찰이 지난 29일 사건의 최대 수혜자인 송철호 울산시장 등을 기소하면서 출입기자단에 보낸 보도자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법부부는 “앞으로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에 따라 공소장 원문 대신 공소사실 요지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피고인과 사건관계인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가 보다 충실히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법무부 대변인도 “최근 추미애 장관 취임 후 공보와 관련해 제도 개선이 있었다”면서 “법무부로서는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법무부의 방침을 놓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이제까지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을 검찰이 기소했을 시 국회법 128조 등이 보장하는 자료제출요구권을 바탕으로 법무부에 공소장 제출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보다 하위법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을 거론하며 제출을 거부한 것이다. 결국 정당한 불응 사유 없이 국회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는 이의와 함께 ‘법무부가 직권을 불법하게 남용했다’는 법적 해석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그동안 검찰로부터 공소장을 받으면 하루 이틀 정도 검토 시간을 소요한 뒤 국회에 제출해왔다. ‘조국 전 법무 장관 일가(一家) 비리’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등이 주요 사례다. 지난 정권을 대상으로는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기소했을 때 법무부는 당일 혹은 다음날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울산선거’를 시발로 법무부가 공소요지라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했다.

또한 법무부가 국회의 공소장 요청을 닷새째 미뤄온 끝에 비공개 결정을 내린 과정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는 검찰이 지난달 29일 ‘울산 선거’ 연루자 13명을 불구속 기소한 뒤 바로 다음 날인 30일 이들의 개인정보 등을 삭제한 뒤 법무부에 넘겼다. 해당 공소장은 A4용지 약 60장 분량에 달하며, 송 시장이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경쟁자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한 경위 등 13명의 범죄 사실 관계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법무부는 "개인 정보 유출 여부 등 문제가 될 소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국회 제출을 연기해었다.

결국 법무부의 전례 없는 공소장 비공개 방침이 내려지면서 정권 편향적 행보를 넘어서 국민의 ‘알권리’까지 깔아뭉갰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의 피의자가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로 구성된 만큼 이들의 ‘재판권’을 지켜주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사건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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