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MBC에서 드라마로 제작·방영된 바 있는 소설 《여명의 눈동자》 원작의 뮤지컬, 지난 1월23일부터 공연중
최덕효 인권뉴스 대표 “영화·드라마·뮤지컬 등으로 잘못된 역사 교육은 안 돼”...세종문화회관 앞 ‘1인 시위’
“소설중 강제 연행돼 ‘위안부’ 됐다는 것은 ‘거짓’...주로 ‘조선인 양아버지’ 등에 의해 ‘조선인 포주’에게 팔려간 것이 실제 ‘위안부’ 생활 시작의 일반적 경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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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최덕효 씨(한국인권뉴스 대표)는 2일 오후 1시부터 약 1시간 30분 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잘못된 역사를 전달하고 있다며, 뮤지컬 공연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사진=박순종 기자)

“대한민국 국민의 ‘문화 궁전’에서 뮤지컬을 통해 잘못된 역사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백발의, 빵모자를 눌러쓴 이가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1인 시위’에 나선 한국인권뉴스 대표 최덕효 씨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길 건너편에서는 ‘고종즉위40년칭경기념비’ 앞 특설무대를 중심으로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최의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최덕효 대표는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인 이우연 박사가 서울시 소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돼 있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며 지난해 12월4일 시작한 ‘1인 시위’의 연대 활동가로서 동참해 왔다. 최초 이우연 박사가 시작한 ‘1인 시위’ 소식이 알려지자, 이 박사의 뜻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합세해 시위 인원이 늘어나는 바람에, 시위의 기획을 맡고 있는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급기야 관할서인 종로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내고 ‘1인 시위’ 형식의 집회를 합법적으로 신고된 정식 집회로 발전시켰다. 이렇게 시작된 조선인 위안부 소녀상 및 태평양전쟁 시 조선인 노무동원 노무자(소위 ‘징용공’) 관련 동상의 철거를 요구하는 ‘공대위’ 시위는 지난 1월29일로 8회차를 맞았다.

이날 최덕효 대표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까닭은 지난 1월23일부터 공연중인 뮤지컬 〈여명(黎明)의 눈동자〉에 항의의 뜻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전라남도 구례 출신의 소설가 김성종 씨(78)가 지난 1975년부터 1981년까지 7년 간에 걸쳐 ‘일간스포츠’에 연재한 동명의 소설을 그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후 김 씨의 소설은 동명의 단행본(전 10권)으로 출판됐다. 특히 이 소설은 지난 1991년 문화방송(MBC)에서 故 김종학 씨의 연출 아래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 유명 배우인 채시라 씨 등이 주연을 맡기도 한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지난 1991년 방영 당시 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누린 화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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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방영된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한 장면. 극중 일본군 위안부 ‘윤여옥’(왼쪽·배우 채시라)과 일본군으로 복무하는 것으로 묘사된 ‘최대치’(오른쪽·배우 최재성)의 모습이 보인다.(영상=MBC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채널)

소설 《여명의 눈동자》는 1940년대에서부터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까지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윤여옥’은 설정상 전라북도 남원 출신으로, 1943년 경성(京城·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가운데 ‘위안부’로 강제 동원돼 만주로 끌려간다. ‘일본군 위안부’로서 수많은 일본 병사들을 성적으로 상대하던 가운데, 중국 뤄양(洛陽)에서 조선인 학도병 출신으로 일본군에 복무하며 중국 전선(戰線)에서 중국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최대치’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의 아이까지 임신하게 된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윤여옥’은 공산주의자가 됐지만, 팔로군(八路軍)을 거쳐 북한 인민군 장교가 돼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인천상륙작전’으로 퇴로가 차단되는 바람에 퇴각하지 못 하고 지리산에서 빨치산 활동을 하던 ‘최대치’의 총탄에 맞아 숨을 거둔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최덕효 대표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에 등장하는 ‘윤여옥’은, 동명의 소설 속 가상의 인물로, 역사상 실존했던 ‘일본군 위안부’와는 괴리가 있는 내용으로 묘사됐으며, ‘강제 연행’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펜앤드마이크의 취재에 응하며 익명을 요구한 어느 시민은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본 것은 내가 고등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드라마 방영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당시) 친구들과 드라마 주연을 맡은 채시라가 벗었다는 둥, 오연수가 벗었다는 둥, 키득거리기 바빴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어떻게 보면 공중파 드라마가 대놓고 높은 수위의 성적 내용을 묘사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외설적인 작품이 이처럼 뮤직컬로 만들어져 공연되기에 이르렀는데, 아이들과 함께 볼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작품을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곳에서 공연하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로 활동했던 여성들의 명예를 오히려 더럽히는 꼴”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 대표는 “역사 교육은 논문과 책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대한민국에서는 영화·드라마·뮤지컬을 통해 잘못된 역사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역사를 ‘문화상품’을 통해 배우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과 학생들에게 역사왜곡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라며 이미 드라마로 제작된 바 있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의 내용은 실제 역사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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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효 대표가 2일 세종문화회관 앞 ‘1인 시위’에 지참해 온 피켓들을 지나가던 시민이 들여다보고 있다.(사진=박순종 기자) 

그가 ‘1인 시위’를 위해 지참해 온 피켓에는 실제 ‘일본군 위안부’로 활동한 바 있는 故 김학순 씨가 ‘한겨레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이 실린 동(同) 신문의 지난 1991년 8월15일 기사 내용이 요약돼 적혀 있었다.

당시 ‘한겨레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故 김학순 씨에 대해 “1924년 만주 길림성에서 태어난 김 씨는 아버지가 생후 1백일 만에 돌아가신 뒤 생활이 힘들어진 어머니에 의해 14살 때 평양 기생권번으로 팔려갔다. 3년간의 권번 생활을 마친 김 씨가 첫 취직인 줄 알고 권번의 양아버지를 따라간 곳이 북중국 철벽진의 일본군 3백여 명이 있는 소부대 앞이었다”고 적고 있다.

최 대표는 동명의 소설과 뮤지컬이 묘사하는 것과 같이 당시 조선의 소녀들이 강제로 연행돼 ‘위안부’가 됐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며, 주로 ‘조선인 양아버지’ 등에 의해 ‘조선인 포주’에게 팔려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 당시 ‘위안부’ 소녀들이 거쳤던 일반적인 경로였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가 준비한 또 다른 피켓에는 ‘위안부 (소녀상) 비즈니스’라는 표제 아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을 개당 8500만원(부산의 경우) 등 전국적으로 124개 설치했으며, 같은 동상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기도 했다. ‘공대위’ 측 주장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상품들이 라이선스를 얻어 제작·판매되고 있으며, 그 수익 중 일부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지원단체와 유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한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최덕효 대표의 ‘1인 시위’는 오후 2시 30분 무렵 끝났다. 최 대표는 “적지 않은 시민들이 ‘1인 시위’에 호응해 줘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알리는 데에 나름 성공했다고 본다”며 ‘1인 시위’를 무사히 마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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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공연 및 예매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이미지=세종문화회관 공식 웹사이트)

한편 (주)수키컴퍼니가 제작하고 제네픽엔터테인먼트 등이 주최·주관하고 있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2월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오후 8시,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오후 3시와 오후 8시,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는 오후 2시와 오후 7시에 공연되며, 만 10세(2010년 2월 이전 출생자) 이상이면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다. 총 공연 시간은 165분이다.

VIP석과 나비석은 14만원, R석은 12만원, S석은 9만원, A석은 5만원에 입장권이 판매되고 있으며, 세종유료회원(세종문화회관 멤버십 회원)은 10% 할인된 가격에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다. 각 예매처 취소마감시간 이후로는 예매한 입장권의 취소·환불·변경은 불가하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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