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에 현직 교장‧교사들 참여 독려
현장서 “조희연 지지” 연상시키는 발언도 다수 나와
4년 전에도 선거법 위반…벌금 250만원 선고 유예
에세이서 "태어난 집 달라도 교육 같아야 한다" 주장…자기 두 아들은 외고 졸업

오는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62)에 대한 ‘꼼수’ 선거운동 논란이 제기됐다. 사실상 교육감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출판기념회 자리에 교육청 직원들과 현직 교장‧교사 참석을 독려하고, 다수의 정치인으로부터 우회적 ‘교육감 지지 선언’을 받았다는 비판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 27일 저녁 7시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에세이집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사실상 교육감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조 교육감은 앞서 22일과 26일 두차례에 걸쳐 출판사를 통해 ‘출판기념회’ 참여를 독려했다. 28일 PenN 취재 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직원은 물론 현직 교장과 교사 등 수십 명이 이 문자를 받았다.

한 현직 교장이 받은 지난 22일, '더 봄' 출판사가 보낸 조희연 교육감의 출판기념회 참여 독려 문자를 받았다.
한 현직 교장은 지난 22일, '더 봄' 출판사가
보낸 조희연 교육감의 출판기념회 참여 독려 문자를 받았다.

'더 봄' 출판사는 22일 출판기념회 포스터와 함께 “조희연 교육감의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함께하심으로 출판기념회를 빛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어 출판기념회 전날인 26일에도 “꼭 참석해주세요”라며 재차 문자를 보냈다.

또 현장에서는 조 교육감의 재선 지지를 암시하는 발언도 다수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세균 국회의장, 박원순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서영교·박홍근 의원, 이재정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경기도교육감), 김생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류종근 평택대 총장, 김해경 전교조 서울지부장, 전병식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장 등이 참석해 '재선 출정식'을 방불케 한다는 등의 평가도 나왔다.

이날 축사를 한 정세균 국회의장은 "4년 전에 조희연 교육감이 후보로 나올 때 굉장히 응원을 했지만 확신이 없었다, 4년 동안 교육감으로 교육 행정을 펼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우려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생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복잡한 교육계에 갈등조정을 잘하시고 자기의 정책을 펴 나갈 수 있는 분이 이 시대에 현재의 교육감상"이라며 "그래서 조 교육감이 이 시대 가장 원하는 교육감상"이라고 말했다. 출판회장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의 활동을 담은 파노라마 영상도 선보였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출마 선언을 하거나 세를 부풀리기 위해 자주 활용하는 수단이다. 출판기념회 행사에서 후보에 대한 지지 연설 등을 하지 않으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103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일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와 관련있는 저서의 출판기념회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일을 100여일 남겨 두고 출판기념회를 열어 이 조항에는 위촉되지 않는다. 그러나 출판기념회에서 해당 후보를 지지하는 등의 발언이 있을 경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조 교육감의 출판기념회를 둘러싸고 ‘사전선거 운동’ 혐의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더 봄’ 출판사 관계자는 조 교육감의 휴대폰에 저장된 지인들을 중심으로 문자를 발송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는 “현직 교사나 교육공무원은 문자 전송 리스트에서 모두 뺐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공직에 있는 분들에게도 문자가 간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다만 총 몇 명에게 해당 문자를 발송한 것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문자를 받은 한 관계자는 “조 교육감과 개인적 친분이 전혀 없는데도 문자를 두 번이나 받았다”며 “교육감의 위치에서 행정권력을 동원해 관권선거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교육감은 앞서 지난 2014년 교육감 선거 당시에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기소 당한바 있다. 조 교육감이 예비후보 신분으로 “제가 교육청에 들어가면 이런 열정적인 학부모 모임이 활성화되도록 학교 개혁을 위해 지원과 고민을 하겠다”고 말하며 명함을 주고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경쟁자인 고승덕 당시 후보자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표했다는 혐의다. 조 교육감은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 ‘유죄’를 선고 받았으나, 벌금형에 대해 선고유예를 받아 교육감직을 유지해왔다.

한편, 일각에서는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는 에세이 내용에 대해 '언행 불일치'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 교육감이 '모두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본인의 자식에게는 수월성 교육을 시켰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의 장남과 차남은 각각 명덕외고와 대일외고를 나왔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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