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왜곡 경계경보' 등의 칼럼 썼던 박창식, 유가족에게 요청해 마련된 자리에서 北소행 인정
"천안함 피격사건이 북한 소행임을 의심치 않는다" 등의 내용 담긴 입장문 내놔
천안함 전우회장 전준영 "얼마만큼의 진심이 담긴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박창식 신임 국방홍보원장

북한의 수중공격으로 발생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을 두고 북한 소행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한 한겨레 기자 출신의 박창식 신임 국방홍보원장이 최근 천안함 유가족을 만나 천안함 피격사건이 북한 소행임을 시인했다.

천안함 전우회 예비역 회장을 맡고 있는 전준영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유가족들과 함께 박창식 국방홍보원장을 만났다. 앞서 전씨는 국방부 청사 앞에서 ‘천안함 비하 국방홍보원장 사퇴하라’, ‘천안함 희생자 46인 욕보인 박창식 즉각 사퇴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여왔다.

이에 박 원장은 구정 연휴를 앞두고 전씨와 유가족에게 요청해 성사된 자리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천안함 전우회와 유가족들의 발언을 주로 듣기만 했다고 한다. 다만 유가족들이 북한 소행을 부인해오지 않았느냐며 항의하자 박 원장은 북한 소행임을 인정한다고 밝히며 따로 입장문을 내겠으니 기다려달라고 유가족들에게 요청했다.

사진 = SNS 캡처.
사진 = SNS 캡처.

박 원장은 지난달 31일 공개한 입장문에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사건 초기, 정부의 초기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국가안보가 정치에 이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글”이었다며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단언한 내용 역시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천안함 1주년인 2011년 3월에 정부가 발간한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 이후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판단을 뒤집을 증거나 자료가 추가로 나오지 않았다”면서 “저는 지금 천안함 피격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최종적 입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전씨는 펜앤드마이크에 “박 원장이 북한 소행임을 마지못해 인정한다고 했지만 얼마만큼의 진심이 담긴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2018년 KBS2 '추적60분'은 '8년 만의 공개-천안함 보고서의 진실'에서 기존 군 당국과 정부의 최종 입장에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은 “절대 포를 맞은 배가 아니다”, “폭발한 배가 아니다”라는 등의 업계 관계자 발언들을 보도했다. 이에 전씨는 “생존 장병을 취재조차 하지 않고 이럴 수 있느냐”며 KBS에 절규했다. KBS 보도 당일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천안함'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천안함 사고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랐다.

한겨레 기자 출신의 박창식 신임 국방홍보원장은 천안함 폭침 직후 ‘천안함 왜곡 경계경보’, ‘천안함 좌초설 기소’, ‘피그만 침공 실패’라는 제목의 칼럼 등에서 “대통령과 국방장관도 전군지휘관 회의를 통해 북 소행 몰아가기에 거의 내놓고 가세했다”, “천안함 좌초설 주장자를 기소하는 것은 진실에 대한 해석을 정부가 독점하려는 것이다”는 등의 주장을 펼쳐 왔다. 지난해 12월 20일 국방부가 신임 국방홍보원장으로 박창식 한겨레 기자를 내정했다는 소식에 파문이 확산됐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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