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중앙지검 간부 10여명, 윤석열 검찰총장 집무실서 기소 여부 놓고 회의
신봉수 2차장 “수사팀 30명 전원이 기소에 찬성...보강 수사 불필요”
이성윤 지검장만 유일하게 ‘반대’...추미애가 임명한 배용원 공공수사부장도 기소에 ‘찬성’

서울중앙지검./연합뉴스

검찰의 청와대 울산선거 개입 사건 연루자 13명에 대한 기소는 윤석열 검찰 총장의 주재로 열린 대검과 중앙지검 간부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여기서 10여 명의 간부는 모두 기소 의견에 입을 모았다고 한다. 추미애 법무 장관의 검찰 인사를 통해 임명된 배용원 대검 공공수사부장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만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을 뿐이었다.

30일 펜앤드마이크 취재에 따르면 ‘울산 지방선거 개입 피고발 사건 처리회의’는 전날(29일) 오전 10시 대검찰청 8층에 있는 윤 총장의 집무실에서 열렸다. 본래 예정돼 있던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주례회동 대신 마련된 자리였다. 구본선 대검찰청 차장, 배용원 공공수사부장, 임현 공공수사정책관, 서울중앙지검에선 이 지검장을 포함해 신봉수 2차장검사,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검사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1시간 30분쯤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 기소 의견을 강력히 주장한 것은 그간 청와대 울산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해 온 신 2차장검사였다. 13명에 대한 혐의가 분명하니 추가 수사는 불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휘하에 있던 30여 명의 수사팀 검사들도 이 같은 의견에 전원 동의했다고 했다. 또한 “4월 총선 전에 이들을 재판에 넘겨야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조기 기소의 필요성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연합뉴스

그러나 이 지검장은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을 거론하며 “소환 조사 후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장이 엇갈리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대질 신문과 추가 압수수색도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일부 간부들이 실소를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이 지검장은 “대검 내부의 전문수사자문단이나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기소를 결정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돌연 “중요 사안 처리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부장회의 등 내부 협의체를 적극 활용하라”고 당부한 것과 상통하는 제안이다. 법조계에선 이 지검장이 현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해 법무부로부터 ‘기획 인사’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윤 총장 등 다른 간부들은 신 2차장검사 및 수사팀의 의견이 맞는다고 보고 기소에 찬성했다고 한다. 또한 사안이 복잡한 사건 성격상 내부 회의를 통해 기소 여부를 가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여기에는 배용원 신임 공공수사부장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8일 추미애 법무부의 이른바 ‘수요일 대학살’을 통해 공공수사부장직에 임명됐다. 결국 검찰은 회의를 종료한 뒤 사건의 최대 수혜자인 송철호 울산시장을 포함한 13명 등을 전격 기소했다. 다만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되는 임종선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 나머지 혐의자들에 대해선 4월 총선 이후 본격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대검은 이날 회의록을 작성하면서 이 지검장의 반대 의견을 기록에 남겼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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