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방위비협상 연내 타결 또 불발된 뒤 주한미군 보도자료..."31일 이전 잠정적 무급휴직 공문 받을 것"
"무급휴직 두달 전 사전통보 미국법 따라...작년 10월1일에도 노조에 6개월 전 통보했다"
"韓정부, 한국인 직원들 고용비용 분담 않으면 임금 지불할 자금 곧 떨어진다"
한국당 "혈맹이던 관계가 돈 몇푼에 어그러지나, 즉각 중단해야...양국 정부에 깊은 유감"
유엔군사령관 겸하는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최근 한국군 대장에 DMZ 無통보 출입 관행 깨고 지적도

이번에도 해를 넘겨서도 타결되지 않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주한미군사령부가 29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 9000여명에 달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4월1일부로 잠정적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주한미군은 이날자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2019년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추후 공백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에 따라, 주한미군사령부는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에게 2020년 4월 1일부로 잠정적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60일 전' 사전 통보를 오늘 시작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사령부는 한국인 직원들과 그들의 한미 동맹에 대한 기여를 대단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인 직원들의 고용 비용을 한국이 분담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 사령부는 한국인 직원들의 급여와 임금을 지불하는 데 드는 자금을 곧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1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군 수뇌부 인사들과 면담하기 전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의장,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1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군 수뇌부 인사들과 면담하기 전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의장,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조치의 근거로 주한미군은 "무급휴직 예고 두 달 전에는 미리 통지해야 하는 미국 법에 따른 것이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방위금 분담금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발생할 잠정적 무급휴직에 관해 2019년 10월 1일, 전국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에 6개월 전 사전 통보했으며 이와 관련된 추가 통보 일정도 제공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한미군사령부는 60일 사전 통보와 관련해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질의응답을 위해 화요일(1월 28일) 부터 목요일(1월 30일)까지 9000여명의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타운 홀 미팅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모든 한국인 직원들은 2020년 1월 31일 이전에 잠정적인 무급휴직에 대한 공지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불행히도 방위금 분담금협정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사령부는 잠정적 무급휴직에 대비함에 있어 미국 법에 따라 무급휴직 관련 서신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김성원 대변인 논평을 통해 "피와 열정으로 함께한 혈맹이었던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이처럼 '돈 몇 푼'에 어그러질 사이였는지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성원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한미 관계 점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단 한발도 없어지지 않았다. 중국의 사드 협박도 멈추지 않았다. 그 사이 한국과 미국은 대북, 대중 정책에 이견을 보여 왔고, 급기야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정부차원의 불신까지 나타났다"며 "사실 지난해 3월 한미 양국이 그동안 최대 5년까지 유효했었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기간이 1년으로 축소된 것도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균열된 한미관계 속에 협상을 해야 하니 잘 될리 만무했지만, 한미 동맹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한미연합사 구호인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 그 자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함께한 그 숭고한 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미국 정부는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무급휴직 통지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주한미군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문재인 정부도 한국인 근로자들의 자긍심과 명예를 한 순간에 추락시킨 점에 대해서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하고, 단 한푼의 임금도 손해 보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현 정권의 책임을 상기시켰다.

지난해 11월22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왼쪽)이 한국 나이로 100세 생일을 하루 앞둔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예비역 대장)의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사무실을 방문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이로부터 나흘 뒤 페이스북 공식계정에 방문 사진을 올리고 "100번째 생일을 축하한다"며 "백선엽 장군은 진정한 전사이자 지도자이며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주한미군사령부는 비무장지대(DMZ) 관할 관련 관행을 두고도 한국군과 이례적 갈등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동아일보는 군 소식통을 인용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이 그동안 유엔사에 별도 사전 통보 없이 DMZ를 출입했던 한국군의 관행에 공식 문제제기를 했다고 보도하며, "유엔사가 한국군의 DMZ 출입 과정을 문제 삼은 건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 북한 개별 관광을 놓고 최근 드러난 한미 간 균열상과 무관치 않다"고 해설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월초에 북한 정권이 공언했던 '크리스마스 도발' 위협 우려를 계기로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대장)은 케네스 윌스벡 미 7공군사령관과 함께 강원 철원군 3사단(백골부대) 감시초소(GP) 일대를 방문했다. 

지작사는 기존의 제1 야전군과 제3 야전군을 통합한 조직으로 남영신 사령관이 방문한 3사단은 지작사 예하 사단 중 하나다. 하지만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남 사령관 일행이 'DMZ에 출입하기 48시간 전 유엔사에 통보하고 자신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한국군에 출입 규정 위반을 추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DMZ 출입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 군 수뇌부의 방위 태세 점검이었던 데다, 이런 점검에는 '48시간 이전 통보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유엔사 측은 신문의 규정 위반 통보 배경 관련 질문에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이어 (문재인 정권의) 독자적 남북 경협 추진을 놓고 한미 간 파열음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군 수뇌부 중에서도 강골 원칙주의자로 유명한 에이브럼스 사령관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경고 시그널'을 주려고 한 것 아니냐"고 추정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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