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법원, 28일 북한대사관의 임대 숙박 사업 중단 판결

로이터통신 화면 캡처
로이터통신 화면 캡처

독일 베를린의 행정법원은 28일(현지시간) 현지 북한 대사관 건물을 빌려 영업 중인 숙박업체에 대해 영업 중단을 판결했다. 법원은 숙박업체가 영업으로 벌어들인 자금이 북한으로 들어가며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독일 베를린 행정법원은 이날 북한 대사관을 임차해 숙박영업을 하고 있는 ‘시티 호스텔’ 측에 영업을 중단할 것을 판결했다고 AP와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재판은 시티 호스텔의 운영업체인 터키 회사 EGI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열렸다.

베를린 당국이 대북제재 위반이라며 해당 숙박업체의 영업을 중단시키자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숙박영업으로 벌어들인 자금이 북한으로 넘어가며,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등에 대한 위반이기 때문에 영업 중단 결정은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지난 2016년 11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2321호로 “북한 소유 해외공관이 외교 또는 영사 활동 이외 목적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재판부는 판결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세계에 위협이 된다”며 베를린 당국의 영업 중단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티 호스텔측은 소송에서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진 2017년 4월 이후 북한 대사관에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은 만큼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티 호스텔은 지난 2007년부터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여러 명이 함께 쓰는 방의 경우 하루 숙박비가 약 17유로밖에 되지 않아 젊은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법원은 이날 재판에서 북한대사관과 EGI가 2016년 체결한 임대차 계약은 월 3만 8천 유로, 약 4만 2천 달러 규모라고 밝혔다. 2017년 북한대사관의 숙박 사업을 대북제재 위반 논란을 일으켰고, 이에 독일당국은 북한측에 지속적으로 영업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2018년 11월 베를린 당국이 영업을 금지했지만 시티 호스텔은 계속 영업을 이어갔다.

독일 외교당국은 지난해 8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이 시티 호스텔 측을 상대로 퇴거 명령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집행하려면 북한이 재판 비용을 내야 하는데 내지 않아 진전이 없다”고 했다. 북한이 퇴거 조치에 필요한 비용을 내지 않아 시티 호스텔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 상태로 송환된 뒤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이번 판결에 대해 “다른 유럽 나라들의 북한 부지에서 영업 중인 기업들에 보내는 메시지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 방문했던 웜비어 부모는 전 세계에 숨겨진 북한의 자산을 찾아내 책임을 묻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며 베를린에 있는 북한 대사관 부지의 호스텔을 지목했다.

당시 웜비어 부부는 ‘거짓말쟁이’ 북한과 대화는 불가능하며 오직 ‘행동’만이 북한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웜비어 부모는 2018년 4월 미국 법원에 북한정권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그해 12월 5억 114만 달러(약 5860억 원)의 승소 판결을 받았다. 미국 법원은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해 최종 몰수 판결을 내리면서 웜비어 부모와 납북됐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에게 선박 매각 금액을 분배하기로 했다.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는 “북한이 이런 도전을 받은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며 “북한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북한에서 두 번째로 큰 배로 북한정권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도 전 세계 특히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불법으로 돈을 벌고 있다”며 “김씨 일가의 스위스 은행 계좌에는 수십 억 달러가 있고 독일 베를린에서는 이전에 히틀러가 사무실로 쓰던 공간에서 유스호스텔을 운영해 한 달에 약 5만 유로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마약, 매춘, 사이버 테러 등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웜비어 씨는 “나는 북한이 법치주의를 따르도록 만들 생각”이라며 “북한이 국외에서 불법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알려서 중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고 했다.

신디 웜비어 씨는 “북한은 아이를 잘못 골랐다”며 “나는 죽을 때까지 북한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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