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김영철 방한 첫날 성명 내 "核 정의의 보검" 대미위협
대북 해상봉쇄 천명한 美, 연일 "비핵화 위한 대화" 강조
靑 홀로 "조건 강조하면 만나기 어려워" 대북특사엔 무게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제로 한 대화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줄곧 표명해 왔고, 북한이 사실상 조건 없는 미북 대화를 거론한 가운데 청와대는 미국과 북한 모두 "조건을 100% 강조하면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일단 문재인 정부가 입을 닫은 북핵 폐기를 '대신해서' 전제이자 목표로 천명하고 있는 미국의 '조건부 대화' 요구가 불편하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 가능성 언급이 필요하다는 수준에 그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7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북대화의 조건 관련 이같이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언급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식이다.

이 관계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만남의 불발도 있었다. 그러나 대화의 조건을 서로간 조금씩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한 기간 문재인 정부 인사를 통해 '미북 대화에 뜻이 있다'는 입장을 두 차례 간접 표명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화' 자체는 입에 올리면서도 비핵화 전제라는 점을 재확인해 '대화를 위한 대화' 격인 예비 대화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특히 북한 정권은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음을 김영철 방한 첫날인 25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시사하기도 했다. 당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이 올림픽 폐막을 앞두고 대규모 反공화국 제재조치를 취하면서 한반도에 또 다시 대결과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려 발광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해상교역 완전 차단 선언을 "노골적인 위협"으로 간주했다.

대변인은 또 "우리는 바로 미국의 이런 위협에 대처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정의의 보검'인 핵무기를 보유했다"며 "우리는 그 어떤 봉쇄도 전쟁 행위로 간주할 것이며, 미국이 정말로 우리와 거칠게 맞설 담력이 있다면 굳이 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호기를 부렸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이 김영철의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언급 관련 성명을 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일지 지켜보겠다"며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26일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의 접견에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미북에 주문했다. 양측의 인식차가 크다는 방증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김영철의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발언 관련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only under the right conditions)"이라고 거듭 선을 그었다.

그동안 줄곧 미북 대화의 '중매'역을 자처해왔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김여정과 김영철이 잇따라 방한했음에도 미국과의 대화 한 번 성사시키지 못한 청와대는 남북대화에만 더욱 경도되는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당장 대북 특사를 보낼만큼 남북관계 신뢰가 구축됐느냐'는 일부 언론의 물음에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졌다고 봐야한다"면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다녀가는 등 남북 대화 채널이 정상화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답했다. 대미 설득보다는 대북 유착에 더 관심이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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