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및 도피목적으로 발급 받았을지도
1990년대 북한 체제 붕괴 위기 최고조 시기
北, 김대중 햇볕정책 이후 '고난의 행군' 종료

북한 김정일·김정은 부자(父子)가 1990년대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브라질 여권을 이용해 서방 국가에 비자 발급을 신청한 사실을 로이터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서유럽 안보 소식통 5명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김씨 부자로 추정되는 얼굴 사진이 부착된 여권 사본을 공개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소식통들은 김씨 부자 사진이 부착된 여권 두 개가 최소 2곳의 서방 국가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사용됐다고 전했다. 신청 후 실제 비자가 발급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로이터는 이 여권이 브라질, 일본, 홍콩을 여행하는 데 사용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정은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부착된 브라질 여권 사본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김정은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부착된 브라질 여권 사본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로이터가 입수한 브라질 여권 사본을 보면 김정일 이름은 ‘IJONG TCHOI’로 표기됐다. 생년월일은 1950년 4월 4일 출생으로 돼 있다. 김정은은 ‘JOSEF PWAG’으로 표기됐고 1983년 2월 1일 출생으로 나와 있다. 두 여권에 표기된 출생지는 모두 브라질 상파울루다.

김정일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이 붙은 브라질 여권 사본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김정일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이 붙은 브라질 여권 사본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2011년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김정은이 (10세 이전인) 1991년 브라질 여권을 이용해 도쿄를 방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익명의 한 서구 소식통은 “김정일 부자가 외국 대사관으로부터 비자를 얻으려고 브라질 여권을 사용했다”며 “여권은 김정은과 김정일 사진을 확실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북한 지도부의 여행 욕구와 잠재적으로 도피 루트를 만드려는 시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브라질 주재 북한 대사관은 김씨 부자 브라질 여권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라질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두 여권 모두 1996년 2월 26일 체코 프라하 주재 브라질 대사관에서 발급됐다.

김씨 부자 도피용으로 추정되는 여권이 발급된 1990년대는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폭격을 고려했던 1994년, 아사자 수백 만명이 발생해 북한 체제가 붕괴 직전까지 갔던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후반) 등의 사건과 겹치는 기간이다.

이후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뒤 북한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하는 ‘햇볕정책’을 시행하자 북한은 2000년 10월 ‘고난의 행군’ 종료를 선언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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