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문제제기는 무시하더니...친문 김해영에 이해찬 대표측까지 견제구 던지자 포기한 듯

문희상 국회의장 재직 중 그의 지역구인 의정부갑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에 '낙하산'으로 임명된 아들 문석균씨가 23일 '아빠 찬스' '세습 공천' 논란을 이유로 당 지도부의 견제까지 받자 제21대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지난 16일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일주일 만에 철회하게 됐다.

앞서 민주당은 연말연시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 야합 관심법안 '날치기 입법' 정국에서 당 출신 문희상 의장에게 자유한국당이 "아들 공천"의 대가로 편파적·탈법적 의사진행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할 당시엔 지역구 세습 논란에 침묵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야 '이해찬 지도부' 내에서 문석균 부위원장에게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는 식의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문 부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이 나온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왼쪽)의 아들 문희상 경기 의정부시갑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이 4.15 총선 예비후보 등록 일주일 만인 1월23일, 부친 지역구 대가성 세습논란의 여파인 듯 출마 포기 입장을 밝혔다.(사진출처=연합뉴스)

문 부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미련 없이 제 뜻을 접으려고 한다"며 "아쉬움은 남지만 이 또한 제가 감당해야 할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부터가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정진하겠다"며 "성원해 준 모든 분, 특히 의정부 시민과 당원 여러분께 감사하고 송구한 마음 표현할 길이 없다"고도 말했다.

문 부위원장은 아버지인 문 의장이 6선이나 해 온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노골적인 세습 공천 의혹에 맞닥뜨렸다. 지난 11일 지역구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저서의 제목조차 '그 집 아들'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나는 올해 (햇수로) 50살"이라며 "아빠 찬스를 단호히 거부하겠다"는 공허한 수사(修辭)를 내뱉으면서, 추가로 비판 여론을 자초했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은 의정부갑 지역을 전략공천 대상지로 발표했다가도, 경선 지역으로 돌릴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었다.

그러나 지난 20일 김해영 최고위원은 "부모가 현재 국회의원으로 있는 지역에서 그다음 임기에 바로 그 자녀가 같은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문 의장 부자(父子)에 대한 견제구를 던졌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법무법인 '부산'에서 시보를 했던 변호사 출신으로, 부산 연제구 국회의원이다. 일각에선 '소장파' 초선 의원의 소신발언으로 간주하지만, 친문(親문재인)계에서 지역구 세습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도 동시에 나왔다.

이에 더해 이해찬 당대표 측 김성환 비서실장도 전날(22일) 문 부위원장 문제와 관련해 "최근 우리 사회에 공정의 가치가 많이 높아져 있어 일단 당의 우려, 국민의 정서를 (문희상) 의장과 당사자에게 전달했다"며 "본인이 현명한 결정을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