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91일만에 법정 출석...수형복 대신 검은 재킷에 블라우스 차림, 200만원대 안경도 착용
변호인 측 검찰 겨냥해 “공소권 남용” 주장...송인권 판사 “증거조사 후 공소권 남용 판단”
송인권 판사, 공소장 변경 불허 이유로 “공범, 일시, 장소 변경되지만 범죄 수법 바뀐 건 납득 안 돼”
‘총장 직인 임의 날인 → 직인 이미지 파일 붙여넣어’ 국어적 해석 달라진다는 궤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연합뉴스, SNS 캡처 등

표창장 위조 혐의와 사모펀드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의 첫 공판기일이 22일 열렸다. 그러나 사건 본질을 소명해야 할 법정에서 또다시 이중기소를 놓고 공방이 펼쳐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씨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씨는 일반적인 수형복 대신 검은 재킷에 흰색 블라우스를 받쳐 입고 재판에 출석했다. 구속영장심사 당시 착용한 200만원대 린드버그 붉은색 안경도 착용했다. 정씨는 지난해 10월 23일 구속된 뒤 91일 만에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선 검찰과 재판부, 변호인 측이 ‘이중기소’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씨는 딸 조민씨의 입시비리와 관련해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두 차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장관 인사청문회 종료 직후 정씨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에는 보강수사를 통해 공범, 범행 일시, 장소, 방법 등을 특정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송인권 부장판사가 이를 불허해 검찰은 별도로 기소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공소를 취소해야 함에도 유지하고 있는데, 공소권 남용”이라며 “공소기각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날 정치적으로 기소하는 등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변호인의 주장처럼 이중기소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전제로 한 것이고, 범행 일시와 방법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진행하고 싶었지만, 재판부가 불허 결정을 해서 검찰도 불가피하게 추가 기소를 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저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증거를 보지 않고 그 부분을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증거조사를 한 후에 공소권 남용에 관한 판단을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요청을 불허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범행 일시를 1∼2달 바꾸는 것은 동일성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범행 장소를 동양대가 아니라 카페나 원룸 등으로 바꾸더라도 그 정도만으로 동일성이 없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공모자가) 성명불상자에서 조교로 바뀐 부분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위배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위조 방법에 대해 혼란이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1차 공소장에 “총장 직인을 임의 날인”이라고 썼다. 2차 공소장엔 “아들 조모씨의 상장을 캡처해 만든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을 딸의 위조 표창장에 붙여 넣었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송 부장판사는 “날인은 도장을 찍는 것”이라며 “사실 행위가 분명히 내재해 있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첫 기소 사건은) 현장 직인이라고 했고, (두 번째 기소 사건은) 파일 첨부된 부분으로 했다고 했는데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재판부는 국어사전적 의미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앞 사건은 날인이고 뒷 사건은 파일 조작이라 다르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선 사건의 본질인 문서 위조 여부를 놓고 다퉈야 할 법정에서 무의미한 사전적 논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송 부장판사가 용어 표현을 고칠 것을 권고하며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으면 생기지도 않을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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