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베이징 자금성 휴관일에 독일제 고급 SUV 차량 몰고 들어간 여성 2명...‘특별 대우’에 中 네티즌 공분
자금성 관리 당국, “향후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사죄
日 NHK, “中, 문제의 여성들 SNS 계정 폐쇄하고 공산당 비판 게시물 삭제에 나섰다”

문제
문제의 여성이 지난 17일 중국 소셜미디어 서비스 ‘웨이보’(微博)에 게재한 사진들과 메시지. 여성 두 명은 차량 출입이 금지된 중국 베이징 자금성에 독일제 고급 SUV 차량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 내 특권 계급이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사진=구글 이미지 검색)

외국 정상들도 걸어서 들어간 중국 베이징 자금성(紫禁城)에 중국 고위층에 속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 2명이 고급 외제 SUV 차량을 몰고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중국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른바 ‘자금성 벤츠녀(女)’ 논란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 17일 한 여성이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微博)에 관련 사진을 게재한 것이 발단이 돼 알려졌다. 사진 속에서 여성 두 명은 자금성 내 태화문(太和門)을 배경으로 독일제 고급 SUV 차량을 세워놓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을 게재한 여성은 같은 게시물에서 “월요일(지난 13일) 휴관일을 맞아 인파를 피해 고궁에서 마음껏 뛰놀다”라고 적기도 했다.

명조(明朝)와 청조(淸朝) 시대를 거치며 두 왕조에서 정궁(正宮)으로 사용된 자금성은 지난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세계 5대 궁궐’ 가운데 하나로도 꼽히는 자금성은 중국에서도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지역으로, 중국 당국은 지난 2013년 이후 차량 진입을 불허하고 있다. 지난 2014년과 2017년 방중(訪中)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지난 2014년 방중한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도 도보로 자금성을 둘러봤다. 특히 2018년부터 중국 정부는 사전 예약 없이는 일반인의 자금성 출입을 금지해 놓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공분했다. 지난 18일부터 중국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에 “고궁(故宮·자금성)은 특권 계급의 주차장이 아니다”, “분노가 멈추지 않는다”, “자금성이 특권층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월요일에 휴관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잇따라 게재하며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논란의 중심이 된 여성들이 중국 원로 혁명가의 손자며느리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금성을 관람하는 관광객들.(사진=로이터)
자금성을 관람하는 관광객들.(사진=로이터)

논란이 확산되자 자금성 관리 당국 측은 성명을 통해 “(이 여성이) 차를 몰고 자금성 내로 진입한 것은 사실”이라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또 “향후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덧붙이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지난 18일 “휴관일 지프차를 몰고 고궁에 들어간 사건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며 “고궁은 제멋대로 차를 몰고 들어가는 곳도 아니며 방자한 행동을 할 수 잇는 곳은 더욱 아니다”는 표현으로 문제의 여성들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NHK는 20일 관련 보도에서 “중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공산당 간부나 그 관계자들로 이뤄진 특권 계급이 권력을 이용해 특별 대우를 받는다거나 부당한 수입을 얻는다거나 하는 이유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중국 당국은 두 여성의 ‘웨이보’ 계정을 폐쇄하는 한편, 이와 관련된 비판 게시물들도 삭제하는 등 중국 국민들 사이에서 고조되고 있는 공산당에 대한 비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NHK는 덧붙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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